고통받는 이들에게 통찰 있는 지혜와 사려 깊은 해답 큰 힘
지난 2013년에는 필명 아비가일로 활동하면서 ‘디어 애비’(Dear Abby)라는 코너로 전 세계 신문 1,400여 곳에 1억 명 독자들의 인생 상담 멘토로 명성을 얻었던 미국의 칼럼니스트 폴린 프리드먼이 사망했죠.
1956년 시작된 디어 애비라는 칼럼 코너는 독자들의 연애부터 성생활, 이혼, 마약, 알코올 중독 등 다양한 사연에 대해 공감과 감동이 있는 인생 상담으로 커다란 호응을 얻으며 국내에도 영문판 신문에 그의 칼럼이 실리고 있죠.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겪게 되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통찰 있는 지혜와 사려 깊은 해답은 큰 힘을 주는데요, 최근에는 회원 수가 많은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에서 집단지성의 형태로 이러한 인생 상담이 이뤄지곤 합니다.
필자가 시간 날 때마다 읽는 칼럼 코너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한국일보에 운영하는 심리 상담 코너 '오은영의 화해'는 앞서 소개한 디어 애비 칼럼 이상으로 정신과 전문가의 혜안과 지식이 드러나는 코너로, 모바일에서 고정 칼럼으로 읽어볼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달에 게재된 '사사건건 집착하는 부모님'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 결혼을 앞둔 30대 여성의 사연은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올라오는 사례라서 눈길을 끌었고, 오은영 전문의는 "자식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며 죄책감 유발하는 부모에 대해 결혼 후에도 간섭이 이어진다면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한다"고 조언합니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 이 여성은 집안의 장녀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부모에게 당신들이 듣고 싶은 말을 주로 전했고, 배우자가 될 남자를 만나 결혼을 고민하면서 자신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부모에 대한 대처와 착한 딸 콤플렉스라는 강박감이 주는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길에 관해 묻는 것 같아요.
오은영 전문의는 "부모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하려면 몰두하는 대상을 바꿔 부모보다 배우자, 자녀 그리고 나 자신에게 몰두해야 한다"라며 "결혼 후에도 엄마의 간섭이 이어진다면 내 가정이니까 내가 하나씩 배워가면서 남편과 의논해가며 만들겠다고 단호하게, 반복해서 부모에게 말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는 사연을 보낸 여성이 성숙하며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자신을 엄격하게 대해왔는지 좋아진다면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엄마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집요하게 자식들의 인생에 스며들었다"라고 지적하며 지금까지 이 여성이 잘 감당해왔지만, 결혼을 계기로 미래에 만들어갈 자주적인 삶에 더 이상 구속받기 싫은 마음 같다"고 사연을 풀이했어요.
이어 오은영 전문의는 "부모의 관계에서 중요한 건 자녀가 어리기 때문에 변화가 시작되려면, 부모의 조건 없는 수용과 수긍이 필수적이다"라며 반복적으로 부모에게 자녀의 정서적 독립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라고 전합니다.
자녀의 인생에 끼어드는 부모의 행위를 관심과 애정으로, 자식이 요구를 받아주는 것은 존중받는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아 이를 지적하면 무시한다고 여기게 된다고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조건 없는 수용을 경험한 적 없는 사연 속 이 여성이 죄책감에 억눌려 불편해한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풀이했어요.
대개는 자녀가 부모에게서 독립해야 하는데 이 사연에서는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죠.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여성의 심리도 버리지도 미워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하나 더 생기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라 해석하고 결혼해서도 부모와 계속 좋은 관계를 갖고 싶다면, 지금 선을 긋고 부모에게 분노를 느껴도 된다고 하면서 "그래도 당신이 좋다"라고 응원해줍니다.
사연을 보낸 여성의 동생에게도 "취직이나 기숙학교 등을 통해 집으로부터 벗어나 독립할 수 있도록 돕고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택하지 않도록 조언하라"는 당부까지 덧붙입니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줄 때, 그리고 누군가에게 작은 지혜를 보탤 때도 폴린 프리드먼이나 오은영 전문의처럼 공감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From Mornin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