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드라마 '아르곤' 비 등 안방극장 당분간 언론 개혁 목소리 계속
지난겨울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소망은 새 정부로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냈고, 4대 적폐청산 과제 중에 경제와 재벌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영화와 더불어 시대 정신을 고스란히 반영하는데요, 지난겨울 KBS <김과장>과 SBS <피고인>이 주목받았다면, 종영 후에도 완성도와 메시지에서 화제가 된 tvN <비밀의 숲>과 현재 방영 중인 SBS <조작>은 시민들이 새 정부에 소망하는 검찰과 언론 개혁을 조명하고 있어요.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개봉을 앞둔 영화 <공범자들>이 지적하듯 지난 10년간 저널리즘의 본질을 도외시한 채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MBC 등 지상파 TV의 여론 왜곡, 언론인 부당해고 등도 제자리로 되돌려놔야 할 언론 개혁의 과제이죠.
사법권과 법 집행을 담당해야 할 검사와 법조인은 이를 악용해 무고한 시민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법꾸라지'로, 아닌 것을 아니라고 보도해야 할 언론인은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기레기'라는 오명이 보편화했던 사회 부조리극은 너무도 익숙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설정하며 재탕됐죠.
그래서 드라마 <비밀의 숲> 방영 초기에 무관심했던 것도 사실인데요, 주변 입소문에 따라 몰아서 보게 됐죠. 또한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조작>과 9월에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아르곤>은 언론사 탐사보도팀의 추적을 소재로 드라마가 검찰 개혁에 이어 언론 개혁을 정조준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 <비밀의 숲>은 냉철한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과 열혈 형사 한여진(배두나 분)이 검찰 스폰서 살 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범죄 추리극으로, 부정부패로 만연된 공권력의 민낯을 파헤치며 그 실체를 고발해 헌법 수호와 정의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최근 케이블 채널에서 광복절 특선 영화로 관람한 영화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에서도 상대 역인 이병헌의 존재감을 뛰어넘는 입체적인 캐릭터 우장훈 검사로 변신했던 배우 조승우는 3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 우장훈과는 또 다른 검사 캐릭터 황시목을 맡아 외부의 음모와 회유 등에 굴하지 않고 냉철한 이성으로 통찰력을 지닌 차도남으로서 매력을 더했죠.
방송 초반에는 조승우와 배두나 캐릭터가 개성이 너무 강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열혈 형사 한여진으로 변신한 배두나 역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감과 휴머니티를 지닌 캐릭터로서 위트 넘친 대사와 돌직구 행보를 오가면서 조승우와 케미를 이뤄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온갖 악행을 일삼는 권력층과 법꾸라지에 맞서 사회 정의와 인권을 성찰하면서 극 중 주인공인 조승우가 종영 회차에서 과거 정부의 검찰 등 공권력이 저지른 권력 남용을 인정하는 양심 고백과 향후 검찰 개혁의 방향을 시사하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새 정부가 나가야 할 검찰 개혁을 제시하는 듯했어요.
조승우는 "검찰이 사정 기관으로서 실패했고 부와 권력에 맞춰서 적용했다. 시민이 아닌 범죄자를 비호하면서 검찰의 가장 본질적 임무에 실패했다"라고 전하면서 "실패의 누적 물이 이창준 전 검사장이며 우리 검찰 모두가 공범이다. 모두를 대표할 수 없지만, 국민을 실망시켜 사죄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는 "법 집행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헌법이라고 말씀하신 분이 있다. 헌법이 있는 한 우린 싸울 수 있고 더 부정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다시 한번 싸우겠다"라며 "검찰의 진정한 임명권자는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헌신하며 기소권을 더 적확한 곳에만 쓰겠다. 더욱 공정하고 정직하게 법을 집행해 더 이상 괴물이 나오지 않도록 검찰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미 있는 멘트를 전했죠.
SBS 월화드라마 <조작>도 전작 <김과장>에서 재벌의 횡포와 갑질 등을 고발한 남궁 민이 이번에는 정체불명의 매체 소속 기레기를 자처하면서 시민의 생명과 존엄을 저버린 채 철옹성 같은 권력이란 카르텔에 맞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고발하는 기자들의 소신 넘친 모습을 그려냈죠.
'기레기'란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허위 사실로 과장하고 권력의 입맛에 맞는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기자로서 자질도 떨어지는 사람이나 그 사회적 현상을 지칭합니다.
극 중 남궁 민이 맡은 한무영은 스스로 긍정의 기레기임을 자처하는데요, 정식 언론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기성 언론인이 다가서지 못하는 영역에서 조작된 현실을 뒤엎고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진실을 규명할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단어처럼 다가옵니다.
특히, 지난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농단 사건들과 교차하며 눈길을 끄는데요 일간지 탐사보도팀과 온라인매체, 검찰, 내부고발자 그리고 사법권과 보도권을 악용하는 법꾸라지 등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진실 규명과 사건 은폐를 둘러싸고 추적을 벌입니다.
국가대표 감독의 승부 조작 혐의를 고발했으나 약물 투약 혐의로 선수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기레기가 된 남궁 민은 권력층의 비리를 추적하던 형의 의문사를 추적해가며 형과 비슷한 처지에 희생양이 된 이들의 탈출구가 됩니다.
그는 "법도 사람도 다 믿었으나 믿지 않는다. 기사는 막혔고 법은 망가졌고 게임의 룰도 망가졌다"면서 "검찰은 못할 게 뻔하니까 내 방식대로 한다"라고 "약한 사람을 돕는게 기자한테는 정의가 아니라 상식이다. 조작된 사건을 우리가 풀어보겠다, 기레기만의 방식이 있다"며 선전 포고를 했죠.
극 중 대한일보사에 '어떤 불이익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진실만을 추구하라'라고 로비 바닥에 새겨진 문구는 극 전개 중간마다 자주 삽입되는데요, 저널리즘의 본질을 망각한 언론사의 역할을 묻고 있는 것 같아요.
국민의 신뢰를 잃은 '기레기'라는 오명은 팩트를 다루고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인이 사라져버린 현실에 대한 탄식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비밀의 숲> 조승우처럼 <조작>의 엄지원은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어 검사가 됐다. 우린 이렇게 포기하는 거냐"고 부조리한 권력에 반기를 든 검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검찰 개혁에 작은 희망을 품게 합니다.
특히, <내부자들><더 킹> 등 영화에서도 적폐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는데요, 새 드라마 <아르곤>을 비롯해 안방극장에 당분간 언론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From Mornin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