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_0814. 한국적 공간 문화의 특성

한국의 대실 문화, 도시에서 관계를 맺고 소통하려는 욕망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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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 O tvN의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이 이번 달부터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5명의 교수님을 모시고 주제별 명강연을 펼쳐 주목되는데요,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강연을 듣게 됐습니다.


'도시 형성의 걸림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한 유현준 교수는 인구 밀집을 막는 것을 전염병이라고 했어요. 유럽을 지옥도로 만들었던 흑사병, 한국에서도 얼마 전 홍역을 치른 메르스 등 전염병은 인간의 공동체적인 특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해요.


홍대 앞을 보듯 이성이 많은 곳에는 사람이 모이고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도시에 사람이 모여들 수밖에 없는데, 과거 도시 공동체는 비위생적이어서 장티푸스나 콜레라 등 전염병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쓰기까지 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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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는 이태리 화가가 그린 것이고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고흐 역시 네덜란드 출신인데, '왜 프랑스가 문화 국가가 됐는가'라고 반문했죠.


이에 유 교수는 "전염병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한 도시가 프랑스 파리이다. 파리는 하수도 시스템으로 인해 오염되지 않은 물을 보급해 전염병을 극복했다"라며 "위생적이고 냄새가 안 나는 도시가 되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파리의 인구가 증가했고 경제적인 부가 쌓여 부자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그림 파는 화가들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마의 상수도, 파리의 직선 도로망과 하수도, 런던의 공원 등 이런 것을 다 갖춘 도시가 미국의 뉴욕이라면서 뉴욕을 최고의 도시로 만들어준 결정적인 기술 두가지는 엘리베이터와 전화기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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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신데렐라,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 등 모든 신데렐라 스토리의 공통점은 꼭대기 다락방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옥탑층은 하층민들이 사는 공간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나오면서 우후죽순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 서니까 펜트하우스가 부자들이 사는 공간이 됐다는 것이죠.


과거 유럽 도시는 경제 순환이 오래 걸린 데 비해 뉴욕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재료상부터 가공 공정, 판매상이 있고 건물 상층부에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있어 경제 순환 속도가 빨리 졌고 전화로 주문까지 할 수 있어 뉴욕이 메가시티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유 교수는 "뉴욕의 맨해튼은 1분마다 새로운 거리가 나와 지루할 틈이 없는데 서울은 12분 동안 변화가 없다며 도로망의 크기는 당시 교통수단에 따라 달라졌다"라며 "마차를 사용하던 뉴욕과 자동차를 사용하는 서울이 비교되듯 도로망을 어떻게 촘촘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보행 친화적인 도시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문을 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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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가게들이 밀집한 홍대나 기로수길이 오피스가 밀집된 강남역 부근과 달리 걷고 싶은 거리가 되는 이유에 대해 "마포대교를 걸어갈 때 똑같은 경치가 반복돼 지루한 데서 원인을 찾게 됐다"라면서 "100m를 걸어가는 동안 가게 입구가 30개는 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유 교수는 "홍대 앞 피카소 거리는 주차장 골목으로 돼 있어 100m를 걸어가는 동안 선택해 골라 들어갈 수 있는 가게가 34개, 명동은 36개인데 비해 강남역 테헤란로는 대로가 막아 건너편은 갈 수 없을뿐더러 경비가 화장실 쓰러 오는 줄 알고 출입이 제지되는 등 가게 입구가 8개밖에 안 된다"며 설명했어요.


외국인 건축가에게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는 한강시민공원에 대해 "주변에 아파트가 감시하고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밤늦게까지 싼값에 술마실 수 있어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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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공 공간이 부족하다는 여론에 반박하며 "항공사진을 살펴보면 유럽의 광장보다 학교 운동장이 고르게 잘 분포돼 조기축구회 밖에 안쓷다"라며 "학교 주변에 상업 시설 제한 등 제도적인 한계로 도시 계획이 잘못 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죠.


유 교수는 "학교 주변에 문방구나 카페, 야채 가게 등이 들어 서면 잠재적인 고객 관리 차원에서 상점들의 감시체계가 형성돼 CCTV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전했어요.


특히 한옥에서 착안해서 만든 3베이 아파트 평면에 대해 "창문이 모두 밖으로만 향해 있어 문 닫고 들어가면 가족 간 대화를 단절하는 평면 구조"라며 "거실 쪽으로 창문을 내지 않고 밖으로만 창을 내서 집이 좁게 느껴지게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 설계가 중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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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공용 공간이 없어진 고시원이나 원룸 등 방은 점점 줄어들면서 나만의 공간이 줄고 있어 이를 우리에게 거실 같은 역할을 하는 카페가 해결하고, 아이들은 편의점으로 대신한다"고 해요.


유 교수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할수록 우리 아이들은 점점 감시받는 사회가 돼 학원 끝나고 편의점에서 천 원짜리 과자 한 봉지로 친구들끼리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는 사랑방을 만들 수 있다"라며 "거기서 조금 더 5천 원 낼 수 있는 대학생은 3시간 정도 머무를 수 있는 카페에 가고, 더 발전해서 연인이 되면 모텔에 간다"고 설명했죠.


유현준 교수는 "대실 문화는 우리나라의 가장 기발한 발명품인 것 같다"라며 "시대를 앞서나간 신개념 공유 경제로 볼 수 있는데, 방 하나를 하루에 쪼개어 나눠 쓰면서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공간 렌털 비즈니스가 발달하게 되는 이유도 사람들이 만든 가장 큰 발명품인 도시에서 관계를 맺고 소통하려는 욕망이 발현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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