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_0918. 가을 감성 가득한 슬픈 영화 세 편

추석 극장가, 따스한 가족애와 슬픔을 어울러낸 다크호스


민족 최대의 명절, 열흘간 이어질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독과 사색의 계절, 가을을 맞이한 극장가에는 가족애와 휴머니티를 소재로 우리 가슴을 따스하게 위로하고 촉촉하게 적셔줄 슬픈 영화들이 주목됩니다.


앞서 올가을 경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를 소개한 데 이어 긴 추석 연휴,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몬스터 콜>을 시작으로 <아이 캔 스피크><어메이징 메리> 등 슬픈 영화들은 올해 가을 스크린에서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기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조명했듯이 슬픔이란 감정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유발합니다. 일상 속에서 지치고 우울할 때 오히려 슬픈 영화를 찾게 되고, 영화 속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로 인해 나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가슴 뭉클한 힐링을 선사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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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 거짓 위로보단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느냐란 질문


영화 <몬스터 콜>은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감성 판타지 영화로, 지난 14일 개봉후 사흘 연속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가을 극장가에 슬픈 영화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이 영화는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빛을 잃어가던 한 소년이 상상 속의 몬스터를 만난 후 그동안 외면하던 상처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감성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전 세계 최초로 카네기 상과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을 동시에 수상한 소설가 패트릭 네스의 원작 <몬스터 콜스>를 바탕으로 일러스트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몬스터'는 영화 <판의 미로>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미술상과 특수효과상을 받은 제작진의 손길로 따뜻한 감성을 지닌 21세기형 '킹콩'이라 할 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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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급우들에게 따돌림과 폭력을 당하고 집과 땅이 꺼지면서 엄마의 손을 놓치는 악몽에 시달리는 소년은 매일 밤 12시 7분만 되면 깨어나는 몬스터로부터 세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몬스터가 나타날 때마다 건네는 선악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세 가지 에피소드는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그려냈으며, 소년의 상황과 빗대어 성찰케 합니다.


영화를 연출한 후안 안토니오 비요나 감독은 거짓 위로보단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느냐란 질문을 던지면서 상실이나 죄책감에 고착되지 말고,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짐 내려놔야 한다고 전하는 것 같아요.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마이 리틀 자이언트>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는 올가을 힐링무비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또 상실과 비애 가득한 이별을 경험하는 소년 코너(루이스 맥더겔 분)의 성장통을 통해 눈물과 고통 속에 신음하는 내면에 귀기울일 때라고 전하는 것 같아요. 기존 동화와 달리, 잔혹 동화 방식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감성을 지닌 이 작품은 두렵고 힘든 현실을 견뎌내면 마음속 진심의 표현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성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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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맥더겔과 나무괴물(몬스터)로 변신한 리암 니슨의 케미도 마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케미를 자아내고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 시저 역을 맡은 앤디 서키스 이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만약 아카데미상에 모션캡쳐 주연상 부문이 있다면 그에게 줘도 무방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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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올해 한국 영화의 주목할만한 성취


올 추석 극장가, 가족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전할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구청에 수시로 민원 제기를 하며 재래시장의 질서를 살피며 살아가는 오지랖 훈수 할머니 옥분(나문희 분), 나반장이 원칙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엘리트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에게 영어를 배워야 하는 사연에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늦게 배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친구 정심(손숙 분)이 늘 부러운 옥분은 어릴 적 헤어져 입양 간 남동생과 통화하고 재회하고 싶어 원어민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영어 실력자 민재에게 방과 후 과외를 부탁하는데요, 골치 아픈 할머니를 떼어낼 생각으로 어려운 단어를 외워오라고 하죠.


이때부터 옥분의 열공은 시작되고 저녁 끼니를 챙겨주기 어려운 동생(성유빈 분)을 살펴 온 옥분에게 고마워하며 영어수업을 하는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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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영화 <영어완전정복>처럼 원머민에게 말문 떼기일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의외의 지점에서 옥분이 굳이 영어를 배우려하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눈물과 감동 모드로 바뀌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 같아요.


특히, 옥분과 정심의 사연이 점차 드러나면서 굴욕의 역사를 기억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따스한 방식에 경배하게 되는 이 작품은 올해 한국 영화의 주목할만한 성취로 필자 역시도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작 <스카우트>에서 광주 민주화운동 에피소드를 코믹한 이야기에 녹여낸 김현석 감독의 장기가 발휘됐고, 옥분과 민재의 이야기는 소외되고 고독한 핵가족 시대에 대안 가족의 의미를 일깨웁니다.


올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처럼 관찰자 시선에서 역사와 사건을 바라보며 유머와 위트를 양념으로 곁들여 경쾌한 전개를 돕는 한편, 같은 위안부 피해자 소재로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연출 방식의 다큐멘터리 영화 <귀향>과 비교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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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견 배우 나문희와 청춘 스타 이제훈의 리액션은 재미를 더하고 정심 역을 맡은 연극배우이기도 한 손숙과 지난해 영화 <연애담>으로 충무로에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상희는 재래시장의 족발집 사장으로 변신해 눈길을 끕니다.


또한, 영화의 제목인 아이 캔 스피크는 '말할 수 있다'는 단순한 의사 소통이 아닌 영문 표현으로 발표자나 강연자를 일컫는 스피커(Speaker)의 중의적인 표현이란 것도 감상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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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메리', 사랑은 머리보다 가슴으로..'아이 엠 샘' 감동 소환


마지막으로 영화 <어메이징 메리>는 숫자에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이 메리(맥케나 그레이스 분)와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삼촌 프랭크(크리스 에반스 분)가 천재를 원하는 세상에 사랑과 용기로 맞서는 사랑스러운 감동 스토리입니다.


영화는 아이 답지 않은 성숙미로 감성 충만한 천재 소녀와 누나의 죽음 후 평범하게 보트 수리공으로 살아가는 자존감 제로 삼촌의 가족애가 관객의 심금을 울립니다. 사랑은 머리보다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며 영화 <아이 엠 샘>을 상기시켜 눈물샘까지 자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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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조디 포스터가 연출한 영화 <꼬마 천재 테이트>와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아이 엠 샘>을 연상시키며, 아이의 시선에서 행복 찾기를 어른들의 양육권 분쟁, 트라우마 극복과 조화시킨 <500일의 썸머> 마크 웹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극 중 수학 신동 메리 역을 맡은 아역 배우 멕케나 그레이스는 영화 속에서 천부적인 연기 재능을 선보이며 똑똑함은 물론 다채로운 감정 표현까지 섬세하게 소화합니다. 마치 과거 <아이 엠 샘>에서 다코타 패닝을 만났을 때처럼 삼촌 팬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관객들에게 아빠 미소를 자아내게 할 것 같아요.


이에 더해 <캡틴 아메리카>와 <설국열차>의 마초남 크리스 에반스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수학 천재 가문과 모친 에블린(린제이 던칸 분)에 맞서 아이의 꿈과 미래를 존중하는 부성애를 지닌 가을 남자로 새롭게 변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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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 가족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웃집 아줌마 로베르타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 아이의 재능과 감성적인 유대감을 형성해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전하는 담임 교사 역의 제니 슬레이트도 신 스틸러로서 스토리의 균형을 이뤄냅니다.


따스한 가족애와 슬픔을 어울러낸 이들 세 작품은 추석 극장가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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