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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정진영, "故 김주혁, 영화 속에 살아 있어"

[리뷰] '민심즉천심', 시공을 초월해 촛불 의미 되새겨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과 배우들/ 위키트리


배우 정진영이 영화 <흥부>에 함께 출연했던 故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점에서 진행된 영화 <흥부>(감독 조근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에서 정진영은 "언론이나 많은 관객이 그 어느 때보다 이 작품에 관심을 두는 이유의 중심에 우리 주혁이가 있는 거 같다"라며 "이 작품을 주혁이의 유작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혁이는 영화 속에서 살아 있는 동료이고, 여러분의 배우다. 저희도 관객들도 주혁이가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조근현 감독과 배우 정진영, 정우, 정해인은 얼마 전 고인이 된 동료 김주혁을 추모하듯 검은 색 정장과 목폴라 셔츠 등에 블랙 코드를 채택했다.

이어 흥부 역으로 열연한 정우도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특히 주혁 선배의 배우로서의 큰 울림이 있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번 배우로서 제 몫을 해야 하므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배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기가 쉽지 않다"라며 "그런데도 감정을 추스르고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그러기도 쉽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많이 보고 싶고 그립다"며 그를 추모했다.


영화 '흥부'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정진영/ 위키트리


헌종 역을 맡은 정해인은 "극중에서 주혁 선배와 연기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처음 뵀을 때 생각난다"라며 "촬영할 때 항상 진지하셨고, 내게 따뜻한 말을 해주셨다. 오늘 영화롤 보고 나니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라며 먹먹해진 마음을 표현했다.

조근현 감독은 "제작 전부터 탄핵을 맞이했다. 현장에서 그런 분위기를 완전히 배제하고 즐겁게 만들 수 없었다"라며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영화가 묵직하게 나왔다"고 영화의 감상 포인트를 설명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정해인은 "이 작품은 꿈을 꾸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영화"라며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정진영은 "영화가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정치적인 영화는 아니다"라며 "소설이 그랬듯이 영화도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혁(왼쪽)이 생전에 촬영장에서 동료 배우들과 한컷



이어 감독은 "소설 '흥부전'은 많은 고전 중 유독 해학과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고 권선징악이라는 단순 명쾌한 이야기구조를 띠고 있어 이를 놓치지 않고 싶었다"라며 "어렵고 심오하게 만들기보다 온 국민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표현도 직접적이었다"라고 연출의 변을 전했다.  

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민심을 사로잡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의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받아 전통 판소리의 고전 <흥부전>을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퓨전 사극이다.  



감독은 당파와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허울뿐인 왕의 집권기에 백성이 주인인 세상을 꿈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공을 초월해 지난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시민혁명을 이뤄냈던 국민들의 목소리를 새겨 넣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횃불을 켜 들고 왕이 머무는 궁으로 향하는 백성들의 행진 장면은 지난해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으로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권력의 파국을 연상케 한다.

특히, 고인이 된 김주혁은 극 중 민란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을 돕고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민란군과 백성의 정신적인 지도자가 된 조혁으로 변신해 흥부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며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다가온다.

/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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