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 외교관의 탈출기를 그려낸 영화 <모가디슈>가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5관왕으로 '최고의 영예'를 차지했다.
지난 26일 서울 KBS홀에서 배우 김혜수, 유연석 진행 아래 개최된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는 최우수작품상(외유내강)을 비롯 감독상(류승완), 남우조연상(허준호), 미술상(김보묵), 최다관객상(361만 명) 등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영화 <모가디슈>는 아프리카 회원국에 국가의 명운을 걸러야 할 만큼 어려웠던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아비규환 속 목숨을 건 연대를 그려내며 소모적인 갈등을 던져버리는 순간에 관한 포착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쟁쟁한 후보자를 제치고 감독상을 수상한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영화를 개봉하는 것을 많이 고민했다. 만든 사람들의 손길이 담긴 화면과 사운드를 감상해 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남우주연상은 이준익 감독의 흑백영화 <자산어보>에 출연한 설경구가 수상했고 이 작품은 각본상(김세겸)을 비롯 편집상(김정훈), 음악상(방준석), 촬영조명상(이의태·유혁준) 등 기술부문에서 강세를 나타내며 5개 부문을 차지했다.
영화는 조선 후기 서학(천주교)을 믿은 죄로 흑산도로 유배됐던 정약전의 삶을 흑백 모노톤의 수묵화 질감과 서정성 있게 그려내 이준익 감독이 시대극의 연금술사임을 재확인시킨다.
이에 앞서 개최된 제41회 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도 <자산어보>로 남우주연상을 받아 올해 2관왕에 오른 설경구는 "수상 소감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변요한에게 줬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왔다.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다. 촬영 현장을 항상 힐링의 현장으로 만들어주신 이준익 감독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은 영화 <세자매>에서 자매 역으로 출연했던 문소리와 김선영이 차지했다. 문소리는 이에 앞서 개최된 제41회 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도 <세자매>로 여우주연상 수상하였는데,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올해 영화 연기부문에서 2관왕에 올랐다.
문소리는 수상소감에서 "자매님들 감사하다. 덕분이다. 같이 출연했던 김선영, 장윤주 그리고 나도 딸이 있는데 그 딸들이 폭력의 시대나 혐오의 시대를 넘어서 당당하고 편하게 웃으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영화"라며 "이 세상 모든 딸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데 코로나 시국에 개봉해서 많이 전해지지는 못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화 <세자매>는 여우주연상에 더해 김선영이 여우조연상까지 차지하며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4개 부문 5명의 후보를 올려 2개 부문을 가져가며 저예산 독립영화의 저력을 확인케 했다.
특히, 지난 2000년 영화 <박하사탕>에서 함께 출연한 설경구와 문소리는 2002년 청룡영화상에서 <공공의 적>과 <오아시스>로 각각 남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바 있어, 20여 년 간의 연기 인생을 다시 확인시켰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영화 <모가디슈>의 허준호는 "한국영화가 발전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공백기가 있어서 그 경험을 벅차게 했다. 이 행복한 작품이 기록이 아닌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게 되어 감사드린다. 오늘 하루만 즐기겠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송중기, 윤아, 전여빈과 함께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구교환의 수상 리액션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구교환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믿기지 않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감독과 하이파이브 릴레이를 격하게 자축했다.
구교환은 시상 무대에 올라 "모가디슈팀에게 인기가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밖에서도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라며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날 감독상 시상자로 나선배우정우성과이정재는 극강의 투샷으로 주목받았는데, <태양은없다>의 깐부가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신인남우상은 <낫아웃>의 정재광, 신인여우상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공승연, 신인 감독상은 <내가 죽던 날>의 박지완 감독이 각각 수상했다. 송중기가 출연한 영화 <승리호>는 기술상(정성진, 정철민)을 가져갔고 단편영화상은 <오토바이와 햄버거>의 최민영 감독이 수상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 2부에서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이 깜짝 등장했다.
윤여정은 "우리에게는 언제나 좋은 영화와 드라마가 있었다. 단지 세계가 지금 우리에게 갑자기 주목할 뿐이다"라며 "내 말에 책임을 지게 해주셔야 한다"라고 코로나 위기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영화인들을 격려해 박수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