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배경음이 되던 밤들
불안은 늘 내 삶의 배경음 같았다.
그래서인지 불면증도 비교적 이르게 찾아왔다.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깊은 잠이 줄어드는 변화라기보다는,
마흔 중반쯤부터 이유 없이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장애가 있는 큰딸이 잠들지 않고 뒤척이던 밤이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나는 늘 긴장을 놓지 못했다.
내 삶의 시간이 축적될수록 나는 안정을 갖기보다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고 조급함을 더 끌어안기 시작했다. 잠은 점점 더 얕아졌다.
그 시절의 나는
‘자는 것’ 자체가 늘 불안과 함께였다.
당연히 병원을 찾았다.
상담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고 그 치료의 중심에는 약이 있었다.
나는 매일 약의 힘으로 잠들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몸이 보내는 약의 부작용의 신호를
그저 노화라고만 생각했다.
열심히 해도 빠지지 않던 체중이 어느 순간 줄기 시작했고, 큰 병을 앓는 사람처럼 설사와 복통이 잦아졌다. 면역력은 확연히 떨어졌고
독감을 앓은 뒤에는 심한 후유증까지 남았다.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며 독감을 앓은 뒤
자궁탈출증 진단을 받았고, 체중이 더 줄면서 탈모도 시작되었다.
그제야 생각했다.
이건 단순한 나이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이대로 가다가는 노화의 속도도, 몸이 망가지는 속도도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독하게 결단을 내렸다.
약을 끊어보기로 했다.
물론 한 번에 끊을 수는 없었다.
하루 먹고 하루 쉬고,
하루 먹고 이틀 쉬고.
조금씩 간격을 늘려가며
마그네슘과 아쉬아간다를 함께 섭취했고,
내 몸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약을 끊기 시작한 지 약 6주가 지나서야
약 없이도 잠들 수 있는 날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완전히 편안한 잠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약에 의존해서만 자는 상태’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도 불면과 씨름하기도 하며 수면은
여전히 나에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불안과 스트레스 지수가 유난히 높은 날에는
지금도 잠이 어렵다.
하지만 그런 날을 제외하면
이제는 약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고
잠들고 있다.
물론 약의 도움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분명 필요할 때도 있다.
잠은 건강을 지켜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니까.
다만 모든 것을 약에 맡겼을 때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잃게 되는 것들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몸으로 배웠다.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몸을 더 불편하게 하면서
운동과 명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스스로 잠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경험.
그 경험이 있기에 앞으로도 나는
그 방식을 계속 시도해보려 한다.
불안을 없애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불안과 함께 살아가되
내 몸이 말을 걸어오는 일에 귀를 기울이면서
조금 더 자주 듣기로 했다.
불안은 여전히 곁에 있지만,
나는 오늘도 이렇게 한 칸씩 잘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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