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고민합시다.
우리는 모두 변화 속에 삽니다. 누구나 아이에서 어른이 되며, 그중 누구는 자식에서 부모가 됩니다. 신체의 변화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환경의 변화인데요. 오지 않을 전화에 전전긍긍하던 시절을 지나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일상을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문제없이 동료들과 소통하며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TV와 신문 기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던 세상 이야기들은 핸드폰만 있다면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됩니다. 입사하지 않아도 관심 있는 회사의 연봉 정보와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을 알 수 있으며, 직장인이 부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기도 하죠.
일의 속성도 변합니다. 예전에 인사관리(HR)는 사람을 뽑고 급여를 주고 직원이 퇴사하면 퇴직 처리하는 관리의 영역이었다면 지금의 HR은 조직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어 전략적으로 직원을 어떻게 배치하고 육성하여 회사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글로벌 HR, HR tech, HR 트렌드 등 각종 정보가 쏟아지고,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HR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Best practice를 자연스럽게 공유합니다. 그 정보가 과연 우리 HR의 현실일까요? 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며, HR 변화, HR 정보를 실제 활용할 수 없는 조직 상황도 참 많습니다. 어떤 기업은 HR이 핵심이 되어 직원 경험을 관리하며 직원의 성장을 통해 기업의 성과향상을 도모하지만, 어떤 기업에서 직원은 인건비이며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됩니다. 조직이 처한 현실이 다른 것처럼 개별 기업의 HR 인식 역시 다르죠.
HR 제도 설계 시 조직문화는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인데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행하는 힘은 조직문화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너십이 강한 기업에서는 업무성과보다 대표 라운딩이 승진 척도가 되기도 하고, 많은 실패를 반복했던 기업에서는 도전을 쓸데없는 일로 치부해버리기도 합니다. 변화 속에 살지만 회사 안의 HR은 변하지 않고 문서 정리로 하루를 다 소비할 수밖에 없는 HR 담당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HR은 계속 변해야 합니다. 왜냐고요? HR은 사람을 다루는 영역이니까요.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계속 변합니다. 가치관도 변하고 인적 구성도 변하고 수행하는 일도 계속 변하죠. 기업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 성과를 도모합니다. 사람들은 변하는데 그 사람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HR이 변하지 않는다면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모두 변화 필요성에 공감하기 쉽지만, 기업이 처한 현실은 저마다 달라 우리 조직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변화는 그저 허울뿐인 구호가 되기도 하죠. 그렇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목표는 분명해요.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계속 변하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조직은 도태됩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최근 글로벌 기업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물질적, 외형적 성과만으로는 기업이 계속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이죠.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경영 방식을 ESG 경영이라고 합니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ESG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ESG 경영의 전부는 아닐 텐데요. ESG 경영을 위해 HR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조직의 DEI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는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의 가치를 의미하는데요. 글로벌 HR, HR 트렌드는 지속 가능한 조직을 위해서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관리되지 않은 다양성은 조직 내 갈등의 원인일 수도 있으므로, 다양성이 인정될 수 있는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또한 성별, 연령, 국적, 고용 형태 등을 고려한 임금 공정성을 입증하는 것 역시 HR의 숙제입니다. 실제 HR 담당자들은 인적 구성의 다양성, 평가 보상의 공정성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있어요. 그러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과 업무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많이 다릅니다.
새로운 가치를 조직에 적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이야기는 쉽게 사라지지만 조직의 관행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모두 조직문화 변화는 장기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건 쉽지 않죠. 변화가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어요. 조직문화는 이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 조직문화는 단순히 근로시간, 보고방식, 휴가의 자유의 문제가 아니며 일에 대한 관점, 동료에 대한 인식, 조직 전반에 대한 가치판단을 포함합니다.
"People make the place."라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조직문화 개선에 CEO의 의지는 물론 중요하지만, 조직문화 변화와 실행의 주체는 바로 직원이기 때문이죠.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HR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다양성과 포용성, 공정성이 실현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우선적으로 기업의 현실을 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기업이 현실적으로 DEI를 실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프랙티스를 제안해보려고 합니다. 대기업이 아니어도 유니콘 기업이 아니라도 가능합니다!
저는 공인노무사이며 HR 컨설턴트입니다. 사회학자가 아니며 ESG 관련 전문가는 당연 아니죠. 그러나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인사노무 실무에서 법보다 우선되는 것이 바로 해당 기업의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자율과 책임이 강조되는 스타트업에서는 근태를 확인하지 않는 곳들이 있는데, 주 52시간 위반이라는 법적 리스크가 있습니다. 법적 리스크를 알고도 오너의 의지 하나 때문에 그 제도를 유지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몰랐기 때문에 빠르게 근태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연근로시간제 등 HR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HR 제도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에 적합하게 실행되기 위해서는 유연성이 있는 조직문화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조직문화 유연성의 기반에는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업에서는 DEI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면 사회적 지탄과 경제적 손실 등의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본문에서 다양한 사례 소개해 드릴게요. 이슈가 발생한 회사들은 미봉책으로 HR 제도를 개선합니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제도는 실패하기 쉽죠. 본질이 변하지 않으니까요. 기업에 DEI가 확대되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HR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보며 현실적인 ESG를 고민합니다.
함께 고민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