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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Oct 22. 2024

변화는 진짜일까?

코로나19가 가져온 일터의 변화


근무장소의 유연화     


 지난 5년간의 변화를 돌아보면, 코로나19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은 일상이 되었고, 바뀔 것 같지 않았던 기업 조직에서도 변화가 일어났죠. 제가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재택근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근무시간은 OECD 가입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고 하죠. 한국행정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간 실제 노동시간은 2021년 1915시간으로, OECD 평균 1716시간보다 199시간이나 더 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근무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2128시간), 코스타리카(2073시간), 콜롬비아(1964시간), 칠레(1916시간)뿐입니다. 반면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장시간 근무에도 업무 효율성은 낮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재택근무를 시도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습니다. 재택근무라는 것은 퇴근 후 잔업을 의미하는 것이었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고, 정부에서 재택근무를 권고하기 시작하면서 ‘재택근무’,‘리모트워크’가 시행되었습니다. 2020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재택근무 활용실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기업 10곳 중 5곳이 재택근무를 도입하였으며(48.8%) 재택근무 후 감염병 위기 대처 능력 강화(71.8%), 근로자 직무만족도 증가(58.5%), 업무 효율성 증가(23.1%) 순의 장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택근무와 회사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워크’역시 보편화되었습니다. 직원의 입장에서 근무장소의 유연화는 하나의 복지일 수 있으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생산성을 향상하는 하나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일상화된 지금,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2022년 사람인이 실시한 ‘재택근무 시행 및 지속여부’에 관한 설문에서 약 800개 기업 중 단 15%의 기업만이 위드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유연한 근무체계를 자랑하던 스타트업조차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워크 등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재택근무로 인한 소통 부재, 직원 관리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재택근무로 인한 효용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2020년부터 꾸준히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초반에는 집에서 일하는 게 불편하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서류를 빨리 결재하고 메신저에 최대한 빠르게 응답하며 제가 일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려 노력하기도 했었죠. 재택근무 5년 차,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협업 툴을 쓰는데 익숙해지기도 했고, 정확한 업무와 책임이 있다면 재택근무가 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온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죠. 재택근무가 축소되고 있음에도 아직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기업들은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불필요한 요소(출퇴근 시간, 불필요한 회의, 잡담 등)를 최소화하고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근무장소가 유연화될수록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일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회식의 부재      

 직원에 대한 격려와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이 꼭 필요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일주일 중 3, 4일을 회식으로 보낸 기억도 있네요. 당시에는 회식이 너무 당연해서 술자리 없는 저녁이 허전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요즘 직장인들에게 회식은‘업무의 연장’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사적 모임의 인원 제한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회식은 없어졌는데요. 사실 회식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는 조직에도 큰 부담이 됩니다. 회식에서 다툼이 벌어져 상해치사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 회식 중 성희롱을 경험하는 직원도 있으며, 술에 취해 귀가 중 사고를 당해 직원이 다치기도 합니다. 이런 사건 사고는 회식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감소합니다. 실제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21 성희롱 실태조사」에서는 지난 3년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율이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회식이 줄어든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전 조사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장소는 회식 자리가 가장 많았으나 2021년에는 사무실이 1위, 회식 장소가 2위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코로나19가 일상화되었으나 회식이 다시 일상화되지는 않았습니다. 부서 전체 인원이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했던 회식은 줄어들고,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따로 소규모 회식을 하거나 점심시간을 활용한 회식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회사에 적응하려면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이 고려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변화인 것 같네요.



테크 기업의 성장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업무 관련 회의는 화상 회의로 전환되었으며, 각종 협업툴 사용이 일반화되었습니다. 화상회의 서비스업체의 대표 격인 줌(ZOOM)의 주가는 2020년 기준으로 50% 폭등하였으며(지금은 매우 다른 상황입니다. 정말 환경의 변화는 빠르죠?),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툴 슬랙의 유료 고객 역시 증가하였습니다. 거리 두기로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해진 사람들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Apple TV+ 등 OTT 서비스에 익숙해졌고 배달앱을 통해 먹고 싶은 음식을 내 집에서 편히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플랫폼의 성장으로 플랫폼종사자라는 새로운 고용 형태가 탄생하기도 했어요. 2021년 3월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에서 플랫폼이란 일하는 사람의 노무 제공을 중개 또는 알선하기 위한 전자적 정보 처리 시스템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해당 플랫폼을 활용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을 우리는 플랫폼 종사자라고 부르며, 플랫폼을 활용하여 일하는 배달종사자, 대리운전기사, 웹툰작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1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플랫폼 종사자는 220만 명이며, 전체 취업자의 8.5%를 차지한다고 하네요.      

 코로나 이후 전 산업에서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개발 인력의 중요성 역시 커졌습니다. IT 업계 전반에서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불붙었었죠. 기존 개발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연봉 인상을 제안하는 기업도 있으며 개발자의 신입사원 초봉을 6천만 원 이상으로 설정한 기업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테크기업의 실적 역시 예전 같지 않은데요. ‘개발자 모시기’ 유행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실제 게임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에 따라 인력 감축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글을 쓰는 와중에도 환경 변화는 너무 빠르게 느껴집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일부는 일상이 되었고, 일부는 사라졌습니다. 

환경 변화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보는 것, 참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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