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름다운 정상의 전경을 누리려면 직선의 언덕을 넘어야 하고.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맛보려면 인생에서 가장 빡센 산행을 해야 한다. 피츠로이 전경 또한 그렇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 로고의 배경인 피츠로이 전경을 보려면 9시간의 파타고니아 등산을 완행해야 한다. 등산을 하며 처음으로 아 가혹하리
만큼 인생에 공짜가 없구나 느꼈다. 한편 무서웠다. 내가 인생을 쉬이 살면 안되겠구나. 그 값을 나중에 달리 받겠구나. 꼭 힘든 만큼 성장하고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피츠로이가 잔인하리 만큼 뼈와 살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 내가 이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것도 고 3시절 피똥싸게 공부했고.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와. 이름 들으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다니기 때문이겠거니. 이 먼 곳. 지구 반대편으로의 휴가는 장정 서른 시간의 긴 비행시간도 비행시간 이지만. 비행 경비 부터 투어비 까지 만만치 않다. 그렇게 나는 지금 인생을 열심히 산 대가를 아니 보답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하..근데 왜 이렇게 힘드냐. 인생에 공짜가 없다보니 집 밖에 나오면 개고생이 맞다. 집 밖에선 무어라도 해야 하니.
나는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전 남친들과 등산할 때도 내가 늘 앞장섰고, 청계산은 물도 쉼도 없이 왕복 두 시간 만에 완행하고 닭백숙을 조졌었다. 나의 등산 경험 중 가장 빡셌던 건 한라산 영실코스. 백록담을 목표로 했으나 사전예약에 실패해서 갔던 곳. 설경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으나 마지막 한 시간 가량의 끝없는 계단지옥은 사람을 돌아버리게 했다. 그래도 정상에서 야무지게 컵라면 먹고 쉬며 왕복 여섯시간 만에 마무리 하였다. 그 때 놀랐던 것은 인생 첫 설산 등반에 아이젠이며 스틱이며 바리바리 준비해 간 나와 달리 무슨 얇디 얇은 트레킹화 신고 산행하는 사람들과 그 보다 더한 초딩 잼민이들의 슬라이딩 산행. 그래서 이번 파타고니아 산행도 오바 떨 필요 없다 생각했다. Chat GPT가 5월은 아직 아이젠 낄 정도도 아니라고 했고. 심지어 등산 초입 부분은 평지에다 중간중간 나오는 언덕배기들은 내게 식은 죽 먹기였다. 아니 마지막 1Km 구간이 헬 이라더니 고작 이 정도 가지고..? 에효 남미사랑 카페에 파타고니아 등산하실 분 들은 미리 청계산부터 연습하고 오라고 후기 남겨줘야겠다 하며 자만심에 뿜뿜하던 그 때. 진짜 헬 구간이 나타났다. 눈이 소복히 쌓인 90도 직선 절벽 구간. 역시 사람은 늘 겸손해야 된다는 것을. 잠시 자만했던 내게 대자연이 혼구녕을 내주는 기분이었다.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아이젠은 무슨 등산화도 아니라 새벽 4시께 출발한 야간산행에서 실수로 밟은 물가에 양말과 운동화가 홀딱 젖었고. 정상에 다다를 수록 떨어지는 온도와 눈덩이에 내 발꼬락들이 얼어가는 게 느껴졌다. 아. 이렇게 동상에 걸리는 거구나. 등산 대장 엄홍길 대장님이 동상 걸리셨을 때도 이런 느낌이셨을까. 피츠로이 일출 하나를 보고 내 발가락 10개를 내어드리 겠구나. 동상에 걸리면 다 잘라내야 되겠지. 나의 이런 무한 걱정모드 발상이라면 임상춘 작가도 울고 갈 최고의 드라마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날 마트를 찾지 못 해 물도 먹거리도 제대로 채비하지 못해 침을 모아 꼴딱꼴딱 마셨다. 정상에서 만난 일본인 부부가 텀블러에 담아온 따신 물을 서로 나눠 마실 때 나의 부족한 준비성을 다시 한 번 질책했다. 그러나 그들의 텀블러 보다 눈에 더 들어온 것은 방수 방한용 등산복과 등산화. 눈길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그들의 장비들. 그에 비해 4계절용 젝시믹스 레깅스 하나 입고 올라간 나는 정상에서 하체를 점점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아..너무 추워. 피츠로이고 뭐고. 불타는 고구마고 나발이고. 진짜 여기 눈 속에 파묻혀 뼈다구로 발견될 것 같다.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거고 당장 입돌아 가게 생기니 대자연의 절경도 눈에 안 들어온다.
9:02 AM.
Chat GPT가 알려준 오늘 파타고니아 일출 시간. 그래서 나보고 3:30-4:00 경 출발하면 된댔다. 4시에 출발하고 보니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불이나케 앞만 보고 서둘러 왔는데. 그렇게 8:40 AM 도착. 너무 일찍 왔다. 안그래도 눈보라 휘몰아 치는 정상에서 올라올 때 사우나 마냥 흘렸던 땀이 식으니 추워 디질 것 같다. 내 뒤로 올라오는 사람에게 말도 건네고 그들을 구경하며 기다리다 보니 9:10 AM. 괜히 일본인 부부에게 일출 끝난거죠? 라고 물어보면 그들은 아직 올라오고 있는 중인 것 같단다. 뤼얼? 이미 해가 중천에 떠서 하늘이 다 밝았는데여. 안 그래도 비오고 흐린 날씨에 구름이 많이 껴 오늘 일출은 글렀다 하고 내려가려는 찰나. 사람들이 계속 올라온다. 하. 이거 괜히 나만 불타는 고구마 못보고 내려가는 건가. 이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그렇게 남극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으로다 1 분 1 초를 버티다 보니 9:20 AM. 이건 아니다 일출 시간도 훨씬 지났고 이미 구름들 사이로 해가 다 올라온 게 보였다. 해가 안 뜬 게 아니고 구름에 가려 붉은 빛을 제대로 못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 더 이상 나도 추워서 안되겠다. 이건 기다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내려가자. 왠지 모를 아쉬운 발걸음 힘겹게 떼놓으며 내려가니 올라올 때 본 유럽 모녀도 뷰랴부랴 하산 중이었다. 그래 저게 맞지. 오늘 일출은 글렀다.
곁에 있을 때 잘 하자.
정상에서 서로 외투와 따뜻한 물을 챙겨주며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 일본인 부부를 보고 있자니. 정상만 보고 달리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Bryan 이 생각났다. 나도 조금 기다려 같이 올라올 걸 그랬나. 막상 정상에 다다르니 엄청난 추위에 절경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점점 감각을 잃어가는 발꼬락이 걱정되고 무척 외로웠다. 느리지만 천천히 그와 함께 이 절경을 같이 즐겼다면 더 행복했을까. 그를 챙기지 못한 죄책감. 나 혼자 일출을 보겠노라 여기까지 달려온 이기심. 무한 반성을 하며 하산하던 찰나. 어디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하산하며 그를 만나지 못하면 어쩌나 울기 직전 이었는데. 그는 꽤나 정상 가까운 곳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 길고 험난한 여행 중 Bryan 이 최고로 반가운 순간 이었다. 그는 혼자 우리가 가져온 물의 3/4을 다마셔 나에게 호되게 혼났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물병과 남겨온 사과를 건내며 미소를 지었다. 이 험난한 산행에 끌고와선 혼자 달려간 나를 원망하며 미워할 줄 알았는데. 그는 정녕 부처 인걸까. 나도 미안하기도 하고 그에 비해선 체력이 강한 것 같으니 물은 사양하고 사과만 함께 나눠 먹었다. 지나가던 유럽 모녀가 우릴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그 중 딸이 이 멋진 곳에 함께라니 모든 걸 다 가졌다 라며 부러워했다. 과연 그럴까. 아갸야 피츠로이 야간 산행을 같이 할 수 있는 엄마가 얼마나 있겠니. 너도 세상을 다 가진 거란다. 나는 너가 부럽다. 우리 엄마 아빠도 이 절경을 보고 있자면 70 묵은 한이 싹 내려가시려나. 일단 우리 엄마는 Bryan 보다 더한 체력 이슈로 등산 불가.
내 마음은 왜이리도 가변적인가.
Bryan 을 만나면 이 혹독한 산행을 함께 해 준 것에 감사해야지. 그가 아니었음 꼭두새벽에 나 혼자 이런 산행은 꿈도 못 꿨을텐데. 감격스런 재회 후 사이좋게 사과 한 쪽을 나눠먹고 하산하자마자 내 마음이 바뀌었다. 장갑도 아이젠도 없이 미끄러운 조깅화를 신고 온 그가 눈 덮인 정상에서 하산을 못하는 것. 미끄러워 위험한 하산 길이었지만 나는 장갑이 있어 나무 돌 상관없이 손에 잡히는 건 모두 붙잡으며 깡총깡총 내려갔다. 근데 그가 엉덩이로 하산하는 것이다. 아니 위험한 건 알겠는데 할아버지도 아니고.. 저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장정 4시간의 하산길을 이어 간담. 내 장갑 한 쪽이라도 쥐어줘야 겠거니 했건만. 마지막 남은 남자의 자존심인지 무엇인지 괜찮단다. 멀뚱히 서서 갓난 아기 마냥 엉덩이로 내려오는 그를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도 답답한데 추워 디질 것 같았다. 저기.. 당신은 계속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어 열이 나는 지 모르겠지만. 저는 가만히 서 있으니 너무 추운걸요. 게다가 리얼 얼어붙은 나의 발꼬락이 말썽이었다. 발목까지 젖어 차갑게 얼어붙은 나의 발이 굳어 하산 길에 가동성이 안나오면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Bryan 이 얼음길에 자빠져서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 이럴 때 보면 인간은 성악설이 맞는 것 같다. 아니면 본디 이기적인 동물?
그새 마음이 바뀌었다.
이렇게 한도 끝도 없이 서서 그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한참을 내려 가다 외투가 필요없다는 그의 패딩을 건내 받고 다시 따로 하산을 시작했다. 한참 내려가다 보니 쉬기 좋은 곳이 보였다. 돌 덩이 위에 앉아 셀카도 찍고 올라오는 사람들과 인사도 하며 오매불망 그를 기다리는데. 그래. 등산도 1시간 뒤에 떨어져 있었는데 미끄러운 하산 길은 최소 2-3시간은 더 걸리겠거니. 결국 혼자 하산 하기로 결정했다. 숙소에 가 있거나 근처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거나. 산 속에서 몇 시간을 가만히 기다리고 서 있을 순 없었다. 그리 마음먹고 전투 모드 시작. 지칠 수록 빠르게 끝내야 한다. 내가 등산 하며 잘 쉬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힘든 걸 수록 빨리 끝내버려야 한다. 중간중간 쉬어봐야 시간만 흐를 뿐 전체 산행 시간이 길어지면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빨리 지친다. 그렇게 끝이 없어보이는 하산 길을 내려와 평지가 보이기 시작. 몇몇 구간은 달리기 까지 했다. 나도 참.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세계 장관인 파타고니아 전경을 좀 누려보지. 나의 목표는 단 하나. 최대한 빠른 하산 후 식사하고 쉬는 것. 자연 경관은 내려가며 언뜻언뜻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절경을 누릴 만큼의 여유도. 챙겨온 간식도 뭣도 암엇도 없었다. 뭐 여유야 본인이 만들기 나름이지만 브라이언을 기다리며 즐긴 여유도 내겐 충분했다. 무엇보다 나도 처음인 야간 산행과 추위에 몸이 많이 지쳤고 이제 자연은 질리도록 보았으니 오직 쉬고 싶은 마음 하나 뿐. 등산 전엔 그 아름다운 절경 하나면 행복을 다 가진 기분 이겠거니 했지만. 막상 그 절경 앞에선 앞으로 돌아갈 여정에 대한 걱정과 추위에 대한 괴로움. 눈 덮인 산 길을 못찾을까 두려움. 동행한 자에 대한 죄책감. 티없이 맑고 깨끗한 설경과 빙하 호수 앞에 내 마음은 진흙탕 이었다. 알 수가 없다. 나도 내 자신을. 그래서 항상 내 마음 컨트롤 하는 것 부터 단련시켜야 한다.
그렇게 13시 하산 완료.
새벽 4시에 숙소에서 나왔는데..왕복 9시간이 걸렸다. 10시간 후기를 보았을 때도 저 사람 참 체력 약한가 보다 했는데 와..왜 아무도 나한테 안 알려줬어요? 이렇게 힘들다는 것. 물론 들었어도 콧방구 끼고 도전했겠지만. 산 좀 탄다 하는 나도 끝이 없는 등산길에 왼쪽 무릎이 나갔다. 원래 스쿼트 할 때도 무릎과 허리가 안 좋아 밴드 끼고 하는 편인데, 왼쪽 무릎이 뭐가 잘못 됐다. 사실 무릎 통증만 아니었음 별 무리 없었을 것 같은데 너무 힘들었다. 무릎은 그렇다 치고 허리는 또 왜 아픈지. 산행 내내 계속 서 있었는데 허리가 왜 아픈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 난 망신창이다. 숙소까지 걷기도 싫어 대충 산 근처 식당에 들르려니 나에게 돈이 없다. 대충 시켜놓고 거기서 브라이언을 기다리자니 족히 3시간은 더 걸릴것 같다. 어쩔 수 없이 20분 더 걸어 숙소에서 카드를 꺼내왔다. 근처 카페에서 시킨 렌틸콩 스프와 맥주. 눈물이 날 것 같다. 대충 배는 부르지만 4만보를 걷고 1,500 칼로리를 소진 했는데 이것 가지곤 만족이 되질 않는다. 당이 떨어진 것 같아 브라우니로 야무지게 당 채우고 배불리 브라이언 연락을 기다린다. 빠르면 네시. 늦으면 그 이후에 내려와 5시 버스 티켓을 놓칠 것 같았다. 나도 이렇게 힘들었는데..그렇담 저녁이 다 되어 도착할 수도 있겠다. 여유로이 그를 기다리는데 날씨가 요상하다. 아까 전부터 내리던 부슬비가 이젠 꽤나 대차게 내리며 바깥이 더 추워보였다. 아차. 그는 이제 물도 없고 심지어 외투도 없는데 얼어 죽으면 어떡하지? 더 내려올 힘도 없을 텐데. 그래도 등산객들 꽤나 있던데 사람들한테 도움 받아 어찌어찌 내려는 오겠거니. 시간의 문제이겠거니 싶으면서도 걱정이 됐다.
Chat GPT 에게 물었다.
내 상황에 대해. 외투가 없는 건 또다른 문제라며 안전이 우선이니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하란다. 국립공원 구조대와 경찰서를 알려주기에 각각 위치를 물어보니 경찰서는 주말에 쉬고..?ㅋ 국립공원 구조대는 운영은 하지만 위치가 어디인지. 왜냐면 피츠로이 트레일 입구에 직원 하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후 3시 50분. 최소 네 시 이후에나 연락오겠지 여유로이 기다리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불이나케 숙소로 돌아가 도움을 요청하니 걍 기다리란다. 혼자 있지 않을 거라고. 그러며 나한테 그와 왜 떨어졌냐 정색하며 묻는데 할 말이 없다. 그렇게 숙소 스태프에게 구조대 왓츠앱 번호를 받고 언능 그의 외투를 챙겨 다시 피츠로이 트레일로 향했다. 밖을 나서자마자 등산복을 입은 커플이 보였다. 어..피츠로이에서 키 큰 중국인 남자 봤어? 오오 그 혼자 계신 분 2시간 전 쯤 봤어. 나무 막대기 들고 쉬시던데 힘들어 보이더라. 그래도 우리에게 Hi 인사해줬어. 헉..근데 2시간 전..? 그 뒤에 뒤진 거 아니야? 빨리 구조대 불러야지 하고 폰을 보는데 그의 연락이 왔다. 거의 다 내려왔다고. 호수 물을 마시고 산 속 아무 과일을 먹어 아무래도 죽을 거라고. 길을 잃고 무릎을 다쳤다며 아기마냥 나에게 힘듦을 쏟아냈다. 내가 구조대에 연락하려 했다니 거의 다 왔다며 그러지 말라했다. 얼어 붙었다는 그를 위해 외투를 들고 언능 달려갔다. 그가 연락한 지점은 1Km 가 남은 지점. 미안하지만 거기서 부터도 꽤 걸어야된다. 걱정 DNA 답게 중간에 내려오다 어디 디져서 살인마가 폰이랑 지갑 카드 다 뺏고 브라이언인 척 나에게 연락한 거 아니야?? 다시오른 피츠로이 트레일. 마주친 하산 객들 마다 모두에게 파란색 후디를 입은 키큰 아시안을 봤냐고 물어봤다. 뒤에 내려오고 있단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 그를 만났다. 가는 길 하산객에게 구걸하여 받은 물 한모금 과 사과를 챙겨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나 따라와서 개 고생하는 친구 가엾다 잘 챙겨야지.
알다가도 모를 내 마음.
나를 힐난하고 먼저갔다 화내면 어쩌나 했는데. 인생에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을 했단다. 그것도 맞긴 하지. 그리 생각해주니 다행이다. 거동이 불편한? 그리고 배고플 그를 위해 숙소 스태프에게 택시를 불러달라 요청한 뒤 숙소 조식으로 나가는 빵들을 몇 개 구걸하여 받아그에게 주었다. 그렇게 또 챙겨주다 보니 화가 났다. 아니 나도 똑같은 트레일 등산했는데. 오늘 나도 힘들고 지쳤는데. 왜 항상 다음 스케줄을 놓칠까 노심초사 하고 그가 힘들진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은 나 일까? 내 성격 탓일까?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잘해줄검 계속 잘해주던가 잘해주다 혼자 빡치는 건 뭐임. 배고플 그를 위해 혼자 마트에서 장도 봐 각종 음료와 스낵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버스에서 둘 다 기절. 뭔가 이상해서 눈 떠보니 버스는 터미널 같은 곳에 정차하고 둘 만 남아 있었다. 그를 깨우니 그는 멀뚱히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니..내가 안 깨고 둘 다 계속 잠들어 있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나는 화들짝 놀라 그를 찌릿 째려보는데 그는 하..그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이번에도 버스 터미널에 내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에게 숙소 가는 법을 찾아보라 Input 값을 주었다. 요지부동이다. 뭐하고 있냐 물으니 우버를 부르고 있었다. 한참을 시도해도 잡히지 않는 것 같아 Chat GPT 에게 물어보니 그 동네가 원래 우버가 없단다. 터미널 직원에게 얘기하거나 직접 콜을 부르라는 것. 아놔. 제발..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이번 여행은 A 부터 Z 까지 내가 다 알아보고 그를 가이드하는 그의 개인 투어 가이드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같이” 여행 온 게 아니라 중국인 할아버지 “수발“ 하는 느낌. 이 느낌때매 여행 내내 화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아무지간 나는 바로 터미널 직원에게 물었고 그녀가 터미널 밖으로 나가면 택시를 잡을 수 있다했다. 안 따라오고 뭐하냐. 답답해서 또 그를 째려보고 택시 승강장에 갔다. 가까스로 탑승완료.
하..증맬로 고되고 힘든 하루다. 이렇게 힘들지 않으면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은 누구일까. 이렇게 힘들게 보지 않았음 아름답지도 않았으려나. 세상에 공짜가 없음을 뼈져리게 느낀 날 이다. 그러니 하루하루 헛되이 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