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두번째 소개팅

나는 솔로 상철 느낌의 남자.

by 초록

올해 두번째 소개팅.


늘 중매를 서주던 동기언니로부터 두 건의 소개팅 매물을 동시에 받았다. 소름끼치게도 첫 번째 매물은 두달 남짓 사귄 내 전남친이었다. 하..이렇게 돌고도는구나.


짜증이 나 전남친 다음으로 올라온 매물을 바로 받았다. 키는 174cm라 내 기준인 176cm에 한참? 못 미쳤지만 나이 한 살 더 먹으니 키든 뭐든 어느 것 하나라도 인자해져야겠다 싶었다. 그는 센스있게 신사의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를 예약해주었다. 오..약간 기대되는데.


나는 올해 첫 소개팅 매물인 180 삼전남에게 까이고 우울증에 걸려 울쎄라 600 샷을 조졌다. 얼굴에 250만원을 태우고 자존감을 한껏 올려 나간 소개팅. 샤..샤갈. 91년생이라 들었는데. 내가 다른 매물과 착각한 걸까. 살다살다 이런 와꾸바리는 처음이다. 목이 없는데 앞트임과 쌍수를 했는지 이목구비가 너무 찐함.


아..나 이렇게 또 내 이상형 찾아가네. 내 이상형 두부상이었네. 너무 부담스럽다. 그 느낌이 마치 나는 솔로 상철의 느낌이랄까. 등장하자마자 자기소개를 하겠다던 그. 나는 순간. 어딘가에 나는 솔로 카메라가 숨어있는걸까 혼란스러웠다. 그는 본인의 수많은 이상형을 쏟아내곤 내가 답변을 할 때마다 매서운 심사관의 눈으로 노려보았다. 샤갈 니가 안성재냐고..


그래도 올 해 내 마음가짐은 덜 드세질 것.

이미 쏟아내고 싶은 드립은 한 트럭이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래. 내 이 너른 마음으로 너의 허세 느끼함 다 받아주리라. 사리를 쏟아내리다 이 녀석아!! 처음엔 너무 부담스럽다. 나는 솔로 찍으시냐며 장난이라도 쳤는데..점점 할 말을 잃었다. 그도 점점 시마이칠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친한 언니에게 이번엔 나는 솔로 상철이 나왔다고 제발 한 잔 더하자는 긴급 번개 카톡을 날렸다.


서로 할 말을 잃은 상태.

맥주 두 잔에 벌써 졸려왔다. 내가 너무 말이 없었나. 마지막으로 눈치보다 몇마디 더 건내주고 어떻게 집에 가지 궁리하던 찰나. 그가 똥씹은 표정으로 집에 갈까요 라고 했다. 흑 ㅜㅜ 준내 고마워 상철! 그는 지금이 솔로 최장 기간인 10개월이며 줄곧 사내연애를 해왔다고 했다. 토 나온다. 나를 보는 누군가도 혹시 나를 이렇게 보지는 않을까 소름끼쳤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자기객관화가 안 되는 걸까 ㅎ.


오늘 퇴근 직전 회의 때 만난 옆팀 대리님이 생각났다.

그래 내일 당장 같이 점심 먹자 해야겠다. 당장 여친있냐 물어야겠다. 당장 그를 꼬셔야겠다. 직장 내에 남미새라 도른자라 소문이 나도 괜찮다. 더 이상 이 물이 쪽 빠진 소개팅 시장에 못 돌아다니겠다. 아무리 소개팅 만렙이라지만 하...이젠 술을 떠나 갑자기 담배가 마렵다. 진정 내 숱한 소개팅의 끝은 나를 흡연자로 만들 참인가 ㅎ. 샤갈...


나 언제 시집가서 언제 애낳노.

이제 소개팅에 타격 안 받을 짬도 됐는데 쉽지 않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사실 작년부터 내 미래가 보이긴 했다. 주말에 고양이 유모차 끌고 IFC몰을 유유자적 걷는 만 38세. 0모씨. 이게 내 미래겠지. 하..걍 다뒤져 내일부터 주식 더 열심히 할거다..다 뒤지세요 그냥 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