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을 재촉하는 앱... 나한테 제일 필요할지도
정리정돈으로 세부 주제가 정해지자 이제 머릿속에 서비스의 구조가 명확해졌다.
이 앱의 주요 기능은 "정리정돈을 기록하고", "정리정돈을 유도하고", "정리정돈을 즐기도록 하기"이다.
이 세 가지에 따라서 기능을 기획해 보았다.
- 매일 습관처럼
- 계절/특정 분기별로
- 어느 날 갑자기
주기에 따라 정리정돈의 행동 패턴이 다를 것이다.
매일 습관처럼 정리 정돈하는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거나,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정도로 그칠 것이다.
반면 계절과 같이 특정한 주기에 따라 정리정돈을 하는 경우에는-특히 옷- 대량의 물건들의 위치를 바꿔야만 한다. 계절뿐만 아니라 분기별로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대청소를 하는 경우다.
어느 날 갑자기 정리정돈을 해야겠다, 하는 순간도 있다. 주로 시험 보기 전이라던지
이때는 쓰레기를 버리고, 쓸고 닦고, 어질러진 물건을 분류하고, 배열하고... 청소의 전 과정을 다 거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충동적이긴 하지만, 살다 보면 꼭 필요한 순간이다.
깔끔한 상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내가 직접 깔끔하게 한 것/타 사용자가 한 것)
습관화를 위해 쉽게 기록하도록 돕고, 시각화하여 제시하기
보통 매일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은 이전의 깔끔한 모습이 익숙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상태를 못 견뎌한다.
머릿속에 공간의 Default 상태가 깔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이 Default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이 앱이 필요 없다. 아주 이상적인 사용자다. 모두 본받도록 하자.
다른 사용자들을 이 이상적인 사용자처럼 만들려면 어떻게 할까? 답은 심플하다. 아주 깔끔한 상태의 이미지를 사용자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사용자마다 이 '아주 깔끔한 상태'라는 것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직접 깔끔하게 만든 그 모습을 아카이빙하고 주기적으로 들이대면서 보여주면 된다.
"지난주에 이렇게 직접 정리했잖아! 이거 봐.
엄청 깨끗하지? 이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신규 사용자라면 직접 정리한 사진이 없을 것이다. 이때는 다른 사용자의 정리 사진을 보여준다.
"네 책상이 어질러져 있다고? 이 사람 책상 좀 봐.
너보다 어지럽혀져 있었는데 정리 후에 이렇게 깔끔해졌어!"
이래도 효과가 없다고? 그렇다면 습관 형성의 클래식한 방법을 이용한다.
캘린더/그래프를 이용해 직접 정한 주기로 정리정돈을 실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까지 하면 2주 동안 매일 정리 정돈한 건데...
이렇게 포기할 거야?"
"캘린더 좀 봐. 이번 달 들어서
한 번도 정리정돈 안 하고 있네."
이 정도면, 앱을 다른 이유로 이탈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정리정돈을 시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이 주제는 다르게 말하면 사용자를 어떻게 이 앱에 Lock-in 시킬 수 있을까?이다.
사실 주요 기능만 사용하더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니즈는 모두 해결될 것이다. 따라서 마지막 질문인 How to make users enjoy cleaning? 은 서비스 제공자(나뿐이지만)의 몫이다.
정적 콘텐츠
정리정돈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앱에서는 더 전문적이고 설득력 있는 자료를 근거로 이용한다. 통계나 실험 결과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효과적일 수 있다. 청소, 정리정돈을 통해서 삶이 변화한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정리정돈에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을 공유하고 소개한다.
정리정돈은 국적문화를 불문하고 대부분 비슷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거환경, 소비문화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조금씩 그 세부적인 Task는 다를 수 있고, 새로운 방식을 접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의 정리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고 하는 정리 철학으로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은 넓은 창고 등에 물건들을 쌓아두는 문화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 문화적 배경에서 곤도 마리에의 미니멀리즘 철학은 맥시멀리스트인 미국인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완전히 환기시켜 주는 경험을 줬을 것이다.
이렇듯 정리정돈 방식의 변화는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환기시켜 줄 수 있는 기회이다. 인테리어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수납도구, 청소도구들이 출시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한 정돈 방식이 공유될 수 있을 것이다.
동적 콘텐츠
정리정돈을 주제로 사용자들이 함께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간단하게는 Q&A 정도. 더 액티브한 콘텐츠로는 플로깅과 같은 청소봉사를 함께 할 수도 있겠다. 이 앱을 이용하는 사용자는 공통적으로 청소와 정리정돈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므로 공공의 목적으로 청소 봉사를 하는 것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수익화를 목적으로 고민하자면 정리 의뢰, 정리정돈 후 버리게 될 물건의 아나바다, 청소도구 대여 등의 아이템도 있다. 이 기능들마다 각기 고민해야 할 요소들이 많으므로 우선 메인 기능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운영하고, 실제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아이템을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식으로 추가될 기능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인앱 마켓도 생각해 봤으나, 사용성보다는 수익 목적의 기능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포함하지 않았다.
서비스의 구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구체화되었다. 각 기능에 대한 형태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번에는 각 기능에서 다룰 정보를 구조화할 것이다.
앱 화면 설계에 쓰이는 정보 구조도랑은 조금 다르게 청소 및 정리정돈 자체에 대한 개념적인 분류이다. 화면 설계용 구조도는 다음 편에서 작성하고 적용하려고 한다.
청소의 단계부터 구조화했다. 프로세스에 따라 3단계로 구분했다.
가장 본질적인 단계인 "청소"에서는 쓰레기를 버리고 먼지를 쓸고 닦는 등 "더러움을 없애는 단계"이다.
2단계인 "정리" 단계에서는 물건을 분류하고 정돈한다. "깔끔한 상태로 돌아오는 단계"다.
3단계는 필수적이지 않지만 정리정돈 마니아들은 빼먹지 않는 단계다.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데서 그치지 않고 보기 좋게 "(말 그대로) 꾸미는 단계"다.
사용자의 습관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지에 따라, 또 어떤 종류의 청소를 하는지에 따라 뒷부분의 있는 단계를 생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정돈을 습관화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이 필요하다. 머리를 비우고 그냥 따라갈 수 있도록 스스로 매뉴얼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우선 공간에 따라 "어떻게 정리할지"를 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이 물건은 서랍 속에, 저 물건은 행거에 걸어둔다는 식이다. 이 부분은 이전에 정리했던 사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으므로 형식지로 전환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단 서랍의 각 칸에 어떤 물건을 보관할지를 서랍에 적어두지 않는 한은 종종 까먹기도 한다. 그런 디테일한 사항을 적어둬도 좋다. 이밖에 위에서 구분한 청소 단계에 따라 어떤 단계까지 청소할지를 주기와 함께 정할 수도 있다. 예로, 일주일에 한 번 창틀에 쌓인 먼지를 물티슈로 닦는다는 규칙을 만들 수 있다.
데일리 정리보다도 시즈널 한 정리의 경우 이 매뉴얼이 도움이 될 것이다.
데일리 정리에서는 방법과 주기 자체보다는 몇 분 안에 정리한다는 규칙이 더 유용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가끔씩 충동적으로 할 일을 미뤄두고 대청소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청소 유형에 따라 권장 시간을 정하도록 한다. 권장 시간 이상 청소를 지속할 경우 "충분히 청소한 것 같은데요? 나머지는 내일 해도 좋아요." 식으로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정리 기록을 어떤 식으로 할지를 구조화했다.
어플의 메인 기능이 정리를 기록하는 것이므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육하원칙에 따라서 "어디를, 언제, 얼마 동안" 청소했는지 필수적으로 기록하도록 한다.
Who는 보통 자기 자신이 될 테니 생략하고, Why(왜 청소를 했는지) What(뭘 치웠는지/버렸는지)에 대해서도 기록할 수도 있겠다. 원인을 기록하면 언제 충동적으로 청소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충동적인 청소에서는 무엇이든 버리거나 치우고는 잊어버리기 쉬우니 기록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어쨌든 이 청소 기록을 통해 사용자를 다시 청소하도록 하거나 사용자의 습관을 정형화하여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오늘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화면설계용 정보구조도를 제작하고, 이에 맞춰 와이어프레임을 작업할 것이다. 이전에 mid-fi wireframe을 작업하던 것이 있어서 이것을 재활용하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