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퇴사할 줄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카카오 뱅크의 26주 적금, 그 두 번째 시도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6주 적금에서 가장 큰 금액인 1만원을 모으면 총 339만원 정도인데, 우대금리를 한 차례 놓쳐서 연 4.5%의 금리로 약 353만원을 수령했다.
26주 중 막바지였던 지난 달은 좀 아슬아슬했지만 미리 이전 월급들을 조정해둬서 큰 문제 없이 저축했고, 아주 뿌듯하다!
최근에는 한달 적금을 또 들었다. 하루 3만원(최대) 씩 달에 93만원을 연 최대 금리 8%(우대금리 전체 적용시)로 모으는 상품이었다. 한달동안 짧게 하는 상품이라 사실 이자 액수는 크지는 않지만, 일단 그냥 덩그러니 두는 돈보다는 작게나마 이자가 나오므로 나쁘지 않은 결정같다.
만기액 중 일부는 이 한달 적금의 남은 액수로 두고, 현재 중간 단계까지쯤 온 다른 26주 적금의 최종액까지 제하고 남은 금액 중 일부는 또다른 적금인 토스 적금에 자동 이체될 3개월 분을 미리 넣어두었다. 앞으로 3개월 간은 이 자동이체 건으로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어서 이제 안심다.
그렇게 이리저리 자동이체되는 적금건들을 미리 확보해두니, 현재 내가 운용해도 좋은 금액은 25만원이 채 되지 않는 적은 량이었다. 5월 중순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기에, 이를 위해 사용하기로 해서 특별히 세이프 박스로 보관중이다.
그렇게 하고 나니, 정말 만기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거짓말처럼, 돈이 흔적도 없이 정리되어 버렸다. 허탈하기도 하고, 적어도 전전긍긍하지 않게 미리 납부한 금액 덕분에 불안감이 좀 해소되기도 한다. 적어도 3개월 간은 말이다.
또다시 일을 시작하고 돈을 모아 적금을 하고, 만기되고 이것을 다시 적금으로 들고… 앞으로 적어도 3-5년 간은 저축 위주로만 할 생각이라 조금은 무료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도 이것이 저축의 맛이 아닐까 한다. 자극적이고 도파민 분출되는 소비 행위와는 다르게 내면에 기쁨을 하나하나 쌓아서 팡 터트리는 이 만족감과 안정감, 성취감 등이 한데 어우러져 근래 몇 주간은 설렘을 숨기지 못했었다.
이런 슴슴한 성취감을 다른 습관으로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연 4.5% 금리가 부럽지 않은 열매를 맛볼 수 있을텐데. 돈 관리만큼이나 좋은 습관을 관리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그래도 지금까지 아무런 생각없이 자동이체로 돈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던 것과 마찬가지로 좋은 습관도 아무런 생각없이 차곡차곡 쌓아볼까 한다.
오늘 저녁에는 친구들과 5월 중순에 있을 일본 여행의 상세 계획을 나눌 예정이다. 아직 숙소는 예약하지 않아서 적지 않은 추가 지출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적금은 무사히 만기까지 이끌었다는 보상으로서 오늘만큼은 좀더 내 만족감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