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자기 개발서들을 버렸다

책에 기대던 두려움을 비우다

by 서팍
스티터가 붙어있는 책이 내가 즐겨 읽던 책들.

나는 흥미만으로는 책을 잘 사지 않는다. 전자책이나 도서관에서 한 번 읽어보고 곁에 두고 자주 읽고 싶은 책만 중고서점에서 구입한다. 오프라인 중고서점에서 홧김에 사 오는 책들도 있지만 자기 개발서만큼은 홧김에 사지 않는다. 자기 개발서를 좋아하던 나조차도, 때때로는 뻔한 이야기에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 있었다.


어쨌든 내 소장 서적들은 모두 선별되었기에 잘 버려지지 않았다. 미니멀리즘을 쫓으면서도 이 책들만큼은 항상 내 눈 밖에 있었다. 그러던 중 원룸텔에서 홀로 두 달을 보낸 뒤 본가로 돌아왔을 때, 나는 이 공간을 해방시키고 싶었다. 이 책들의 공간만큼 스스로 내 세상을 가둬 두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때때로 그들이 주창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나를 무의식 중에 책망하기도 했었다. 책들 사이에 꽂아둔 북마크를 하나하나 살피고 종이로 분리배출했다. 후련했다.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다면 나는 모든 책 목록을 영영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주의집중력에 대한 개념을 정리한 <하이퍼포커스>

끈기와 열정, 인내를 주창하는 베스트셀러 <그릿>

아들러 심리학을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미움받을 용기>

그리고 많은 자기 개발서에서 인용된 <몰입의 즐거움>까지.


마음 한편에 내 가치관에 그대로 복사하고 싶었던 생산적인 삶의 방식과 태도들을 이 책들이 너무도 쉽게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많은 불안한 순간 이 책들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나의 중심을 찾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또 과거에 휘둘리지 말라고,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조언해 준 이 책들 덕분에 한때 나는 다시금 삶에 대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더랬다.


또 덕분에 가끔 주변 사람에게 좀 더 그럴듯하게 응원과 위로를 건넬 수 있었다. 내 말로 힘을 얻고 동기부여를 받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책들이 마냥 의미 없이 내 안에 쌓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은 책이 아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야외 놀이를 하기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던 나. 그러나 언제부턴가 더 이상 책이 아니라 다른 활동을 더 목말라하는 나를 종종 발견하곤 했다. 책은 배움과 즐거움을 주는 유익한 것이지만, 실제 경험과는 절대 대체될 수 없었다. 때로는 직관을 믿고 움직여야 하고, 실행력을 떨어뜨리는 모든 요소들을 치워버려야 겨우 실행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집안일을 계속해서 처리하다가, 멍하니 책장을 보았다. 무거워 보였다. 무게도, 주제들도, 그리고 그 안에 남긴 내 두려움의 흔적들 모두가 방을 짓누르고 있었다.

책들을 비우고 나자 책장 한 칸이 비었다. 거추장스럽던 간이 서랍도 정리했다. 책장이 점점 가벼워진다. 엄마가 말하길 언젠가 다시 그 책을 읽고 싶어질 때가 올 거라고 한다. 그날이 언제가 되든, 언제든지 좋은 상태의 중고 상품을 구매하면 되니 걱정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이 독서를 체화한 삶을 살고 싶기에 미련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 기대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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