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옥토넛에 시비걸기

너의 앞에 있는 모든 벽이 모두 문이 될때까지

by 서박하

옥토넛 (The Octonauts)은 미국 LA와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디자이너 듀오인 Meomi(미오미)가 만든 동화책으로 시작했으며, 아일랜드의 Brown Bag Films가 TV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TV 프로그램은 영국 BBC의 유아채널인 Cbeebies에서 2010년부터 방송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에 수출하고 있으며, 대다수 국가의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주로 디즈니주니어에서 방송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취학전 아동 대상 프로그램 중 1위를 기록하였고, 2013년 국제 에미 상의 취학전 아동 부문 후보에 올랐다.개성있고 귀여운 동물 탐험대원들이 해저 기지인 옥토포드에서 생활하며 각종 바다 생물들을 위험에서 구해주거나 도와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해양생물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실제 존재하는 다양하고 신기한 바다 생물들의 생태를 묘사, 재미와 함께 교육적인 면까지 함께 놓치지 않은 수작. 성인들은 집에 있는 어린아이가 디즈니주니어를 좋아한다면 이걸 강제로 보겠지만 보다보면 은근 재밌다. (출처: 나무위키)


내 딸아이는 옥토넛을 좋아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어떤 만화를 보여줄까 고민하다가 고른 작품이다. 다행이 딸도 좋아해주어 함께 즐기고 있다. 내용도 유익하고 여러가지 밸런스가 잘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아주 좋은 만화라는 데에는 한치의 망설임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임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오히려 시크릿쥬쥬나 소피아 혹은 헬로카봇이나 또봇 같은 애니매이션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데 (이런 애니매이션은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고민없이 한 쪽에 치우쳐있어서) 옥토넛이라 더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다. (사실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다음에 다뤄보기로 한다)


바로 주요 행동 캐릭터가 모두 남성(male)이라는 점이다.

(어디서 페미니스트라고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출처: 옥토넛홈페이지)


주요등장인물은 8명(마리?)이다.

대장인 바나클 (남)

구급대원 페이소 (남)

행동대장 콰지 (남)

엔지니어 트윅 (여)

해양생물학자 쉘링턴 (남)

조종사 겸 엔지니 대쉬 (여)

옥토넛창시자 잉클링 (남)

집안일담당 베지멀 (중성)

옥토넛은 여러가지 점에서 매우 훌륭한 애니매이션이다. 늘 누군가를 도와주는 구조대의 모습이나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누군가 사고를 쳐도 그 누구도 탓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점이다. 특히 캐릭터의 성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 점이 눈에 띈다. 뭐든 뚝딱 만들어내는 엔지니어인 트윅은 여성캐릭터라는 점, 아주 여성스럽지만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대쉬는 여성캐릭터, 매우 섬세하고 다정한 구급대원인 페이소는 남성, 리더십이 있고 믿음직한 바나클 대장은 남성 등. 여러가지 스테레오타입들과 그렇지 않는 것들을 잘 맞춰놓았다.

하지만 결정적일 때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은 바로 바나클, 페이소, 콰지 3명이다. 탐험!구조!보호! 이 3가지 캐치프레이즈도 모두 이 3명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남성(male) 이다. 탐험을 하고 (콰지) 구조하고 (페이소) 보호하는 것 (바나클)이 가장 핵심인데 이 부분들이 모두 남성캐릭터에 의해서 작동한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결국 남아있는 여성캐릭터들은 이들의 활동을 보조해주고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이정도면 훌륭하지 않느냐 생각할 수 있지만, 이보다 조금더 아주 조금더 신경을 써줬다면 완벽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많은 분야에 여성들이 진출해 가고 있지만, 한국에서 별을 단 여성장군은 아직 단 한명이고 어느 나라에서든 여성리더들은 "여성"리더라는 부차적인 설명을 달고 있어야 한다. 최초의 여성000이라는 말이 없어지길 바란다. 또한 간호사는 여자라는 고정관념에 남자간호사라는 부차적인 설명이 따라오는 것도 없어지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옥토넛의 가장 좋은 밸런스는 콰지가 말괄량이 여자 고양이인 것이다. 힘도 세고 다혈질인데다 모험을 좋아하는 여자 고양이 해적 콰지라면 정말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 주었을 것이다. 바나클대장이 여자였어도 엄청 좋았겠지만 그것까지는 좀 무리가 아닐까 싶어서 여기서 타협을 해보려고한다. (누구와? :))

나는 나의 딸이 어려운 일이 있거나 누군가를 도울일이 생겼을 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망설이지 않길 바란다. 도움이 필요하면 누구에게든 청할 수 있는 마음과 함께 또 언제든 있는 힘껏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독립적인 사람으로 자라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더더욱 노력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