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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10. 2022

쓰고 싶지 않은 날에도 글을 쓴다

밥 짓는 노트북이 되기 위해: feat. 이슬아 작가

근 3개월간 마감을 두고 글쓰기를 했다. 

마감이 끝나고 나니 아주 약간의 허무함과 뿌듯함이 공존했다. 


허무함은 아마 아직 글이 내 손에 잡히도록 나오지 않음과 여전히 수정의 길을 거쳐야 한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뿌듯함은 아마 10만 여자의 글을 어찌 되었든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장강명 작가님은 책 한 권에 12만 자 정도가 들어간다고 했는데 나는 10만 여자를 적었고 아마 더 정리되면 더 글이 적은 가벼운 책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노트북을 펼쳤다. 


사실 쓰고 싶은 글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떤 글들을 써나가면 좋을지 고민하던 날들이 계속되었다. 

내 글이 너무 별로라고 느껴지는 날들도 계속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지 않아 질 때 찾아보는 작가가 있다. 바로 이슬아 작가이다. 대부분의 작가들도 말하는 부분이지만 글이 잘 써지는 날에도 그렇지 않은 날에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멋있으면 다언니: 황선우의 스압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저는 재능이라는 말에 관심이 없어요. 글쓰기가 재능이랑은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글쓰기 수업에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을 다 가르치는데 물론 어떤 아이의 글은 너무 찬란해요. 이건 정말 재능의 영역이라고 밖에는 여길 수가 없어요. (중략)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난 어렸을 때 선생님 한데 칭찬을 몇 번 받았어' 외에는 아무것도 안되죠. 꾸준히 쓰지 않는다면 재능이 아무것에도 소용이 없어요" 


그가 9번째 책을 내고 일간 이슬아를 다시 시작했고 여전히 다양한 활동을 성실히 해내가는 것을 보며 다시 나도 노트북을 열었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고 글을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또 이 시대의 많은 성실한 작가님들처럼, 쓰고 싶지 않을 때에도 써 내려가고, 너무 쓰고 싶어도 절제하며 매일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오래도록 글을 쓰고 싶다. 


얼마 전 브런치와 함께 발행하는 책을 작업해주시는 편집자님을 만났다. 오랜 이야기 중에 이렇게 말해주셨다. 


"작가님, 계속 글을 쓰시면 좋겠어요" 

언젠가 글로만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글을 만져주시는 편집자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은 내 발걸음에 힘을 주고 걷게 되었다. 매일 밤 일을 마치고 글 쓰는 노트북을 열어서 (회사 노트북과 글 쓰는 노트북을 분리했었다) 책을 마무리하던 시간들을 기억한다. 그렇게 새벽까지 글을 붙들고 씨름을 하기도 했는데, 그 누구도 요청한 적 없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가볍고 재미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초고보다 퇴고가 100배 더 힘들었다) 


아직 어떤 글들을 더 써 내려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쓰고 싶지 않은 날도 글을 쓸 것이다. 브런치에 공개하는 날에도 또 그렇지 않은 날에도 매일매일 글을 쓸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글만 쓰며 살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현실의 이유로 그런 삶을 선택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양육하는 데에는 꽤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소비 단식으로 그 비용을 많이 줄여가는 것도 글만으로 먹고사는 길로 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삶의 선택을 늘리는 방법 중의 하나는 삶에 드는 비용을 줄여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글을 쓰고 삶의 비용을 가볍게 하는 것 이외에 한 가지는 아마 몸을 더 가볍게 하는 것이리라.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고전 속담을 넘어서 실제로 가벼운-중간 정도의 신체활동이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연구는 많이 이루어져 있다. (Kashihara, K., Maruyama, T., Murota, M., & Nakahara, Y., 2009)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일 열심히 달리기를 하는 것에는 과학적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걷고 매일 건강한 채소를 먹으며 몸을 가볍게 하고 보다 더 가볍고 치유가 되는 글들을 써 가고 싶다. 글은 자신의 삶을 쪼개 내어 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글과 삶이 정말 너무 다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소재는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좀비물을 쓴다고 작가가 좀비는 아닌 것처럼), 그 내러티브는 분명히 작가 개인의 삶의 철학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의 삶과 경험이 생각이 나는 보다 더 가볍고 자유롭길 바란다.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런 나의 삶이 느껴지길 바란다. 이제 나는 오늘의 글을 썼고 오늘도 삶의 무게를 줄여가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는 걷기를 할 시간이다. 저녁으로는 요즘이 제철인 대저 토마토를 먹으려고 한다. 이제 앞으로 써 내려갈 글들에 토마토 향이 그리고 봄바람들이 불어오길 바란다. 





Kashihara, K., Maruyama, T., Murota, M., & Nakahara, Y. (2009). Positive effects of acute and moderate physical exercise on cognitive function. Journal of physiological anthropology28(4), 155-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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