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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14. 2022

샤부샤부 먹을까 빅이슈 살까

친사회적 소비_prosocial spending에 관하여 

종각역에 있는 병원을 2주에 한 번씩 가는 데 갈 때마다 늘 고민이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면 영풍문고 앞쪽에 계시는 빅이슈 판매원분을 보게 된다. 그 지하도를 따라 종로서적에 가면 좋아하는 샤브 보트가 있다. 소고기를 제외하고 채소를 추가하면 거의 채식으로 (육수가 채식이 아니다)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요리이다. 소스도 맛있고 혼자 책 읽으며 밥 먹기 좋아서 항상 병원을 들렀다가 가곤 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빅이슈 판매원님이 늘 계시다. 시간이 안 맞으면 안 계실 때도 있지만 계실 때면 항상 고민한다. 


샤부샤부 먹을까 빅이슈 살까 


둘 다 하면 되지!라고 예전에는 생각했고 그렇게 행동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소비 단식을 하며 쓸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다. 한 가지를 하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나의 소비로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크게 미치는 쪽을 선택한다면 빅이슈를 구입해야겠지만 또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내 가까운 사람들 (특히 가족)에게는 더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게 매번 고민하고 두 가지 모두를 산적도 빅이슈만 산적도 또 샤부샤부만 먹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그 소비의 뒷맛이 가장 좋았던 것은 아니러니 하게도 빅이슈만 구입한 날이었다.  가장 마음이 끝까지 쓰인 건 샤부샤부만을 먹은 날이었다. 


내 돈 주고 내가 뭘 하는데 다른 사람들을 왜 신경 쓰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능력주의에 대해서 조금만 더 고민해본다면 나에게 온 내 돈이 결코 100% 내 노력만으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극단적으로 나는 아마 농경시대에 태어났다면 힘도 약하고 손재주도 없어서 아마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지금 돈을 벌고 있는 수단이 가능한 것, 누군가의 재능이 빛을 보게 되는 것은 많은 부분 시대와 사회를 잘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를 반드시 고려하며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회적인 영향을 생각하며 소비하는 것을 친사회적소비 - prosocial spending이라고 한다. (출처: oxfordbibliographies) 친사회적 소비는 의외로 연구가 많이 되어 있고 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친사회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소비를 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연구가 있다. 이 경우 어린아이들도 친사회적인 소비를 하면 더 행복해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Dunn, E. W., Aknin, L. B., & Norton, M. I., 2014) 사회적인 영향을 고려해서 소비하면 사회적 영향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예전에 시트콤 프렌즈에서 피비와 조이가 이러한 문제를 두고 싸운 적이 있었다. 조이는 그 어떤 기부도 다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좋은 감정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피비는 그렇지 않다고 했는데 결국 조이의 말이 맞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에피소드였다. 


그렇다. 우리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더 사회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 우리의 이기심을 위해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좋은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를 위해서 돈을 쓰는 것도 좋지만 타인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돕는 분들은 아마도 이러한 기쁨과 행복을 알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최근 SNS에 이러한 친사회적 소비들에 대해서 인증을 하는 문화들이 생겨서 좋다. 좋은 일을 하면 마음껏 알리고 마음껏 뿌듯해하면 좋겠다. 좋은 재료로 좋은 곳에 사용되는 물건들을 만들고 쓰고 인증하는 모습은 SNS의 좋은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도 병원을 다녀오는 날이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샤부샤부를 불렀다. 그리고  빅이슈 판매원님과 눈이 마주쳤다. 3월에 뵙고 4월이 되었으니 이제 살 때가 되었다. 어제는 샤부샤부를 포기하고 빅이슈를 사고 돌아왔다. 그리고 마음의 뿌듯함을 얻었다. 언제나 친절한 판매원 분들이 전해주시는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말이 늘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야지 결심한다. 그래야 빅이슈도 사고 샤부샤부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https://www.oxfordbibliographies.com/view/document/obo-9780199828340/obo-9780199828340-0193.xml#:~:text=Using%20one's%20money%20to%20benefit,donating%20their%20time%20or%20skill).

Dunn, E. W., Aknin, L. B., & Norton, M. I. (2014). Prosocial spending and happiness: Using money to benefit others pays off.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23(1), 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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