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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02. 2023

나는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까  

나에게 글쓰기란 

전업작가 


글 쓰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게 전업작가 아닐까. 나도 내 글로 먹고사는 게 꿈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쩌면 전업작가는 나와 잘 맞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돈문제이다. 


내가 좋아하는 유명한 한 작가님도 회사 다닐 때만큼 돈을 벌지 못해 꽤 오래도록 스트레스를 받으셨고 비슷한 액수를 벌기 시작해서야 조금 안심하셨다는 글을 읽었다. 모두가 무라카미 하루키일 수 없으니 아마도 돈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전업작가가 되어 지금 내가 벌 수 있는 월급만큼을 벌려면 얼마나 글을 써야 할까. 인세 수입이 어마어마한 작가님들을 제외하고는 기고와 강연을 통해서 수입을 얻을 것이다. 보통 한편에 15-20만 원 정도이고 꼬박 하루는 써야 글을 완성할 수 있다. 그렇게 거의 매일 써야 지금의 수입에 비슷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매일 쓸 수 있는 의뢰가 들어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책을 내고 2번의 기고 의뢰를 받았다) 강연은 의뢰를 받은 적이 없어서 얼마나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강연을 하면 그래도 꽤 수입이 된다고 들었다. 


그래도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이 누군가가 일을 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태는 아마도 꽤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나는 글을 쓰지만 남들 보기에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돈을 벌지 못하는 상태, 그 상태를 2년 정도 해보니 나는 그 시간들을 견디기 위해서는 정신과 약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 다른 직업이 있고 글을 쓰는 상태가 나에게는 가장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상태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태의 단점은 글을 많이 쓰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소비단식일기 초반에 쓴 글들, 브런치에서 많은 구독자 님들이 봐주신 글들은 대부분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씩 고민하며 쓴 글들이다. 그리고 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야 즉, 몰입해서 글 흐름들을 몇 번이고 생각하고 나서야 쓸 수 있는 글들이었다.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한 것도 그런 과정에 들일 시간과 뇌의 용량이 없어서였다. 


소비단식 일기를 쓸 때는 돈을 벌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압박을 느껴 뭐라도 하려고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생계가 글보다 앞서기 때문에 아주 가끔 들어오는 기고의뢰 이외에는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소비단식일기 마무리하는 과정이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해서 이후 약간의 탈진이 온 것도 사실이긴 하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가. 취업이 안 되는 스트레스와 소비단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주는 압박이 글을 쓰게 만들어 주었다.  생계가 중요한 지금 - 물론 브런치에서 알림이 올 때마다 마음이 좇기고 날로 늘어가는 구독자님들에게 글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압박이 있지만 - 그때보다는 압박이 덜하기는 하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구독자님과 나와 구속력 없지만 구속력이 있는(?) 약속을 통해 매일 글쓰기를 해본다. 하루키는 새벽에 4시간 정도 글 쓰고 달리기를 한다고 했던가. 나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글 쓰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인스타 릴스를 보며 전두엽을 파괴하기보다는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또 하나는 소재다 


전업작가가 되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나에게는 다른 작가님들처럼 하고 싶은 넘쳐나는 이야기들이 없어서 늘 생활에서 소재를 얻곤 한다. 물론 회사 자체에서 소재를 얻는다거나 하는 일은 잘 없지만 그래도 일하는 나, 일하며 느끼는 것들이 글감이 되기도 한다. 또 워킹맘이나 직장인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진다. 한동안 어떤 글을 쓸지 몰라 괴로웠는데,  그런 상태를 견디는 것은 전업작가에게 훨씬 더 힘든 일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끔 꿈을 꿔본다. 


내 책이 몇십만 권 팔리고 막 강연도 나가고 유퀴즈도 나가고 (ㅋㅋㅋ)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게 되면 나는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전업작가가 되어야 그렇게 되는 것인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왜 글쓰기가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긴 한데 그건 가장 좋아하는 일이니까로 결론 내어보려고 한다. 그냥 좋아하는 일 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피아노를 좋아한다고 누구나 조성진 같은 피아니스트가 될 수는 없다. 아마 오늘도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고 듣는 직장인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될 수는 없지만 글쓰기를 좋아한다. 아마도 나는 전업작가가 될 수 없겠지만 앞으로 평생 글을 쓸 것이다. 


이미 읽어주시는 브런치 독자님들도 계시고 하니 감사히 든든하게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 


PS. 일기 쓰듯이 하다 보니 이런 결심으로 글이 마무리가 된다. 뭐든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고 에세이 작가님들이 그러시는데 역시 어린 시절부터 다져진 일기 쓰기 습관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Image by StartupStockPhoto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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