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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14. 2023

몰스킨과 소비단식

취향과 좋은 물건 그리고 절약

나는 소비단식을 추구하지만 몰스킨을 사용한다.


소비단식 하면서 줄였던 것 중의 하나가 문구류 쇼핑이었다. 스티커 몇만 원어치, 잔뜩 쌓여있는 노트들을 다 쓰기 전에는 쇼핑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리고 빚을 다 갚기 전에는 몰스킨이나 로이텀 노트를 쓰지 않고 더 저렴한 노트들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시 가지고 있던 노트들을 다 사용하고 나서 다이소 노트를 사서 썼었다. 그런데 다이소 노트를 사고는 자꾸만 노트를 잃어버렸다. 나아가 메모를 잘 안 하게 되었다. 별로 쓰고 싶지가 않았다. 늘 쓰는 것은 나에게 너무 중요한데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왜 그렇지 고민하다 로이텀에서 불렛저널을 하나 구입했다. 불렛저널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것도 있고 해서 하나 구입을 했다. 그리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과 메모 습관을 다시 되찾았다.


이제야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엄마가 왜 싸구려 옷 여러 벌 사지 말고 좋은 옷 사서 오래 입으라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몰스킨을 하나쓰면 끝까지 다 쓸 때까지 다른 노트를 사지 않게 되었다.


소비단식 전에는 몰스킨도 로이텀도 여러 개 사용했었다. 색이 예뻐서 한정판이어서 내지가 달라서 등등 다채로운 이유로 사들였다. 그리고 다채로운 용도로 사용했다. 책노트, 일기장, 불렛저널 등등 다양한 노트를 다 쓰지도 않은 채 새 노트를 뜯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나의 노트를 심혈을 기울여 고른다. 그리고 좋아하는 하나의 펜으로 페이지를 꽉꽉 채워서 오래도록 쓰고 있다. 몰스킨을 쓰면 마음이 안정된다. 그래서 다른 노트를 사지 않게 된다. 소비단식하며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도 있지만 내 마음에 딱 맞는 취향의 노트를 발견한 것이다. 취향에 맞는 좋은 것들을 사서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절약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티셔츠도 세일할 때 폴로티셔츠를 색깔별로 여러 장을 샀다. 그리고 여름이면 폴로티 4-5장을 돌려 입고 있다. 다른 티셔츠는 사지 않는다. 목도 늘어나지 않고 색도 변하지 않아서 얼마나 잘 입는지 모른다. 한번 빨면 목이 늘어나거나 프린트가 없어지는 싸구려 티셔츠를 몇 장이고 사서 버리던 예전 시절이 떠올라 아찔해진다. 바지도 리바이스 501을 마르고 닳도록 입고 있다. 살이 찌지만 않으면 정말 몇십 년이고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카메룬으로 올 때 내 캐리어는 얼마나 가뿐했는지 모른다. 28인치 캐리어 반에 옷을 채웠다. 청바지 2개, 편한 바지 2개, 잠옷 3개, 티셔츠 10개, 깔끔한 셔츠와 바지 한 세트가 끝이었다. 신발도 운동화하나 구두하나 샌들하나가 끝이었다. 남편이 보고 놀랬다. 나도 놀랬다. 그리고 나머지 캐리어에는 노트북과 속옷, 책 몇 권, 몰스킨 노트 3개를 넣었다. 그것이 카메룬으로 오는 내 개인짐의 끝이었다.


나머지는 우리 가족 먹을 먹을 것들이었다. 이미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남편과 아이의 적은 짐 빼고는 꼭 필요한 것들로 짐을 채웠다. 다 먹을 것들이어서 이미 거의 다 먹어치웠다. (마트에서 신라면 좀 팔면 좋겠다...) 우리 가족이 다시 이사를 할 때는 아마 이전과는 다른 이삿짐을 꾸리게 될 것이다.



책 내고 혈육에게 선물받은 한정판 몰스킨! 이제 다 써간다


소비단식을 지속하려면 마음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비싼 물건이 아니라 내 취향에 맞는 좋은 물건으로 주변을 채우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좋아하는 물건들이 마음을 채우고 더 이상의 소비를 막아준다. 그렇다고 사고 싶은 걸 다 사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은 아마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취향과 소비단식, 절약 그 균형을 찾는 것은 늘 필요한 일이다.


이제 노트를 다 써가고 있다. 몰스킨을 쓸수록 페이지가 낡아 통통해진다. 통통해진 노트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새로운 노트를 뜯는 것, 새로운 노트의 첫 페이지를 쓰는 일은 늘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다. 올해는 몇 개의 노트를 쓰게 될까. 여름에 한국에 들어갈 예정인데 또 열심히 골라 노트를 살 예정이다. 고민하며 좋은 가격의 좋은 물건을 고르는 일, 소비단식을 이어가는 힘이 된다.


Image by StockSnap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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