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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15. 2023

나는 어디에 살고 있는 걸까

카메룬에 살지만 살지 않아요

나는 카메룬에 살고 있지만 카메룬에 살고 있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마트를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밖을 나가지 않는 나는 카메룬 사람들과 이야기할 일도 거리를 걸을 일도 거의 없다. 한국과 다른 시간대, 다른 식재료들, 종종 찾아오는 정전과 단수를 제외하면 나는 카메룬에서 살았다고 말할 만한 것들이 없다.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는 아이와 남편이 이곳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주말이면 아주 조금 맛보는 카메룬 풍경을 나눠보고자 한다.


주말에는 까르푸가 있는 몰로 쇼핑을 간다. 까르푸는 아프리카 전역에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케냐에 있을 때에도 나이로비에만 4-5개의 까르푸가 있었다. 이곳에도 내가 들어오기 몇 주전 까르푸가 생겨서 쇼핑을 아주 편하게 하고 있다. 까르푸가 있는 몰은 거의 카메룬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한국의 더 현대 몰 즘 될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 식재료를 사고 이곳에서 커피를 마신다.

(왼) 까르푸 내부 풍경, 한국 마트와 다를 것이 없다 (오) 늘 들리는 카페에서 바라보는 몰 풍경

아메리카노를 시키면 에스프레소에 약간의 물을 타서 준다. 그마저도 아이스는 없다. 한국을 떠나면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일은 쉽지 않다. 커피맛은 무척 좋다. 그리고 카메룬은 음식이 예상외로 무척 맛있다. 자꾸 비교해서 그렇지 마 케냐는 모든 외식음식이 다 짜서 먹기가 어려웠는데 이곳은 간이 딱 맞는다. 별것 들어있지 않은 샌드위치도 고소하고 맛있다. 외식을 거의 하지 않지만 가끔 사 먹는 피자와 햄버거 들도 맛이 좋아 감사하다.

(왼) 별거 없는데 맛있는 샌드위치 (오) 진하고 고소한 커피

이곳 주식은 거의 바게트처럼 보인다. 마트에 오면 이곳 현지 분들은 대부분 몇 다발씩 바게트를 사서 안고 돌아간다. 어떻게 먹을지 궁금하다. 아직 카메룬 전통음식을 먹어보지 못했다. 피자와 햄버거, 치킨만 시도해 보았는데 얼른 이곳 전통음식들도 먹어보고 싶다. 다만 현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장티푸스에 온 가족이 걸렸다는 한인 분의 말을 듣고 좀 조심스럽긴 하다.

바게트를 사서 돌아가는 가족들

아래 사진 뒤로 보이는 판자로 지은 건물들이 다 사람들이 사는 집이다. 잘 보면 창문도 없고 그냥 잠만 잘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사람들은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다. 거리에 앉아있거나 밥을 먹는다. 아이들도 거리에 앉아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거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주요한 교통수단은 노란 택시다. 버스가 있었는데 정부가 없애버려서 택시가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택시는 예전 우리나라처럼 합승이 당연히 가능하다. 택시들이 많이 서는 곳에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택시를 찾아서 타야 한다고 한다. 5인승 택시에 7-8명이 타는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 외에는 오토바이들을 많이 타는 것을 볼 수 있다.

노란 택시와 오토바이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커다란 통과 컵들을 사람들이 들고 다니며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차나 커피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사 먹어보고 싶은데 우리 동네에는 팔러 다니는 사람이 없다.

차나 커피 혹은 우유일까?

젊은 시절, 20대에 국제개발 일을 할 때는 배낭하나 매고 저런 마을 안으로 동료들과 들어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곤 했었다. 그곳에서 주는 차도 얻어마시고 밥도 얻어먹었다. 그때는 별 것 아닌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참 겁도 없이 잘 다녔다 싶다. 무사히 살아 돌아와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참 감사하다. 물론 스마트폰 이전 이후 세상이 많이 다르기도 하다. 예전에는 그냥 신기한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아마 부자로 보여 더 위험할 것이다.

거리에서 보이는 집들.

이곳 여성들은 대부분 화려한 의상의 전통의상 드레스를 입고 다닌다. 다들 과감한 패턴과 컬러의 드레스를 입는데 사람들에게도 거리 풍경에도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나도 한벌 해 입을까 하다 입고 다닐 곳이 없어 그만두었다. 한국도 한복을 많이 입고 다니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

화려한 패턴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


일주일 내내 집에서 일하고 주말에 잠시 마트에 가서야 아 내가 카메룬에 살고 있구나 생각한다. 이마저도 현지에서의 삶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국제개발일을 하려고 대학원도 열심히 다녔었는데 이곳에 사는 지금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론은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외에는 없지만 조금씩은 창밖으로만 마트에서만 바라보는 이곳 삶이 아닌 조금 더 다가가 보고 싶다.



모든 이미지출처: 서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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