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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17. 2023

돈가스가 먹고 싶은 채식인  

90% 채식인

채식주의자라는 말은 좀 부담스럽지만 비건보다는 채식주의자라는 말이 아직은 더 입에 붙는다. 사실 비건을 추구하지만 비건이 아니기도 하다. 이 경우 플렉시테리언이라고 한다는데 그냥 혼자서 90% 채식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에서는 채식인으로 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채식 메뉴가 정말 많이 늘긴 했지만 어떤 식당에서는 아예 옵션이 없기도 하다. 점심같이 먹으러 가자는 동료에게 저는 채식주의자예요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최근에 회사 워크숍에서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샐러드도 주문해 주는 것을 보면서 많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벽들이 많다.


사실 용기가 없다. 아마 우리 동료들은 내가 채식인이라고 하면 이해해 주겠지만 나는 그 과정조차 좀 부담스럽다. 소심한 내향 INFP의 고충이랄까. 그냥 샐러드를 다 같이 시켜 먹을 때 닭고기 없는 하우스샐러드에 두부 추가 정도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맛있는 게 너무 많다. 알고 있는 그 맛. 원래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고기를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탕수육과 짜장면, 그리고 돈가스가 먹고 싶다. 이 세 가지 메뉴 모두 채식옵션이 가능하면 좋겠다. 해산물을 무척 좋아해서 이 부분, 특히 초밥과 연어회는 자꾸만 생각나서 힘이 든다. 한국에 방문하면 엄마가 나 준다고 간장게장을 만들어두는데 이것도 거부하기 어렵다. 치킨은 원래 안 좋아해서 괜찮은데 피자도 먹고 싶다. 유제품은 이제 거의 먹지 않는데 베지터리언 피지라고 해도 피자치즈까지 비건으로 사용하는 곳은 많지가 않아서 이 부분은 감안하고 먹는 편이다.


의외로  카메룬이나 케냐에서는 비건 메뉴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종교적인 이유로 고기를 안 먹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옵션이 늘 있다. 특히 베지터리안 피자는 정말 맛이 좋은 편이다. 한국에서도 맛있는 베지터리안 피자를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주문해서 먹는 치킨과 토르티야? 비슷한 것을 파는 레스토랑의 비건 빵은 맛이 상당히 좋다. 바삭한 도우에 토마토와 양파 등을 넣은 것인데 충분히 맛이 좋아 늘 즐기고 있다. 비건 버거도 먹어 보았는데 역시나 맛이 상당히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고기맛이 나는 채식고기보다는 채소 그 자체의 맛을 살린 버전을 더 좋아한다. 셰이크쉑의 슈룸버거 같은 버전 말이다.


그리고 음식을 거의 집에서만 해 먹다 보니 완전 채식 메뉴를 시도하는 것은 쉽다. 불고기가 먹고 싶으거나 오징어 볶음이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양념만 해서 채소 잔뜩 넣어 먹으면 충분하다. 나는 오징어 볶음의 양파와 당근을 오징어 보다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아마 양념 맛이 그리운 것이지 고기나 오징어가 그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요리를 하다 보면 한국식 양념은 액젓만 제외하면 완전 채식인 것을 알고 있다. 마늘과 간장, 고춧가루만 있으면 거의 모든 요리를 할 수 있다.


꽤 오래도록 채식위주 식사를 했더니 이제는 고기를 먹고 나면 소화가 오래도록 안돼 힘들다. 고기가 포만감을 많이 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래도 소화가 잘되고 속이 편안한 채식이 나에겐 더 잘 맞는 것 같다.


오징어없는 오징어 볶음
아몬드 우유를 넣은 밀크티
채소만 넣은 김밥


오늘은 채소를 잔뜩 넣은 김밥을 해 먹었다. 햄과 계란이 들어가지 않아도 김밥은 충분히 맛이 좋다. 커피는 완전 채식메뉴라서 좋다. (커피와 윤리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할 순 없지만) 아몬드 우유를 넣은 밀크티를 만들어서 책상에 앉았다.


카메룬에서는 채식이 아주 쉬운데 이제 곧 여름에 아이 방학에는 한국에 들어가서 1-2달 지내다 오려고 한다. 한국에서도 나는 채식을 합니다라고 말할 용기가 생기면 좋겠다.


Image by Silvia from Pixabay 



*어제는 아이가 아파서 글을 못 올렸어요. 그래도 매일 글쓰기 이어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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