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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08. 2023

소비단식일기 마감 후 1년이 지났다.

1년간의 번아웃

소비단식일기 마감 후 만 1년이 지났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어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추운 3월. 광화문의 한 비즈니스호텔에 혼자 들어가서 2박 3일을 내내 글만 썼다. 낮에는 회사일 하고 회의하고 밤에는 본죽에서 낙지죽을 시켜 먹으며 글을 썼다. 맥주에 초밥이 너무 먹고 싶었지만 알코올이 들어가면 마감을 어길까 봐 꾹 참고 글을 썼다. (사실 이미 한 일주일 지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자리에 앉아서 그렇게 오래도록 글을 써본 것은 얼마만이었을까. 30분씩 쪽잠을 자며 그렇게 2박 3일을 보내고 나서 전송 버튼을 눌렀다. 이후 몇 번의 수정과 몇 가지 글을 더 쓰고 마무리되었다. 책이 나온 날도 정말 기뻐 하늘을 날 것 같았지만 이 초고를 완성하던 날도 그에 비할 만큼 기뻤다. 


그 당시 회사일이 너무 힘들 때여서 병행하며 원고 마무리를 해야 하는 일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회사에서 울며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2박 3일을 자체 통조림처럼 가둔 후 글을 마무리해야만 했었다. 그래서 초고를 완성하던 날, 이제야 비로소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그 뒤로 1년간 글쓰기가 어려웠다. 이런 글을 써볼까 저런 글을 써볼까 메모는 하지만 막상 글쓰기가 어려웠다. 겨우겨우 몇 개 써 올렸지만 결국은 그냥 쉬기로 했었다. 브런치의 수많은 알림에도 매일 늘어나는 구독자에도 글을 올릴 수 없었다. 물론 책이 나오고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당연히 너무도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다. 다만 다시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얼마 전 매일 글쓰기를 시작하며 왜 기운이 나지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알겠다. 그랬다. 그 2박 3일의 마감으로부터 1년이 꼭 지나있었다. '내 안에 글쓰기 에너지가 완전 바닥나있었구나' 1년이 지나고 나서야 에너지가 돌아왔구나. 안심도 되고 위로도 되었다. 


무려 교보문고 에세이 매대에 "누워"있었던 소비단식일기


소비단식일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날 때 쓴 글들이었다. 내 안의 가장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물, 나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을 길어 올려 적은 글이었다. 뭐랄까 에세이계의 막장드라마랄까. 전개가 너무 격해서 우리 편집자님도 놀랐다고 하실 정도였다. 


그리고 1년을 글을 내려놓았다. 


아마 소비단식이라는 소재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난 1년, 분에 넘치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소비단식일기를 보내주려 한다. 소비단식일기를 안 쓰겠다는 게 아니라 그 어두운 시절의 나에게서 벗어나고자 한다. 길고 긴 그늘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내 안의 이야기들을 꺼내려한다.  소비단식일기 글감들도 차곡히 쌓여가고 있다. 요즘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글을 쓴다. 특히 주말이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식탁에서도 침대에서도 글을 쓴다. 글감이 계속 생각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구독자님들께 

다시 이렇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다 읽어주시는 구독자님들이 계셔서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요 눌러주셔서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또 글감이 바닥날 때까지 제안의 이야기들 끌어올려볼게요. 아니 이제는 바닥나지 않도록 천천히 물을 길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mage by congerdesig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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