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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12. 2023

내 장바구니 총액은 2,143,330원

카메룬에 없었더라면

지내다 보면 이런 것도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많다. 글루건부터 시작해서 아이 미술용품이나 아이패드(?)까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쿠팡 쇼핑앱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담아놓는다. 당장 사지는 못해도 언젠가 한국에 가면 사 와야지 생각한다. 


오늘도 목욕스펀지가 낡아서 귀여운 동물 모양 스펀지를 검색해서 담았다. 늘 이사 다니다 보니 예쁜 도자기 그릇은 가지지 못하고 플라스틱 이케아 그릇만 가지고 다니는데 예쁜 스테인리스그릇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검색해서 또 장바구니에 담았다. 각질제거제와 에센스도 담았다. 요즘 부쩍 잡티가 늘은 기분이다. 늘 다이어리를 쓰는데 스티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티커를 담았다. 


이래저래 담고 보니 장바구니 총액이 200만 원이 넘어 있다. 살펴보면 하나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은 그것을 담았을 때 상황이 있었다. 있으면 다 너무 좋은 것들이었다. 한국에서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없어도 다 잘살고 있는 것들이었다. 


내가 만약 카메룬에 살지 않았더라면 한국에 있었더라면 이 모든 것을 다 샀을까? 아찔하다. 


필요를 만들어내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지 모르겠다. 내 뇌는 소비 친화적이라 예쁜 물건을 보면 그걸 사야만 하는 많은 이유들을 만들어낸다. 예쁜 그릇이 없어도 밥 먹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예쁜 그릇에 밥을 먹으면 훨씬 기분이 좋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디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이 것은 서울에 살면 더 쉽게 이루어진다. 서울에서는 너무도 많은 자극에 노출이 되고 또 사회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필요들이 더 많이 생겨난다. 나는 환경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다. 나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독립된 자아가 되어 주변과 상관없이 지내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어렵다. 한국에서는 너무 어렵던 소비단식이 케냐나 카메룬에서는 너무도 쉽게 유지가 된다. 한국에서라면 어쩌면 다시 카드값이 500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절약하고 알뜰할게 살아가시는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언제까지 외국에서만 살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카메룬에 있는 동안 내 마음이 더 건강해지도록 노력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지속하고 있는 운동, 습관, 태도들이 모여서 마음과 자존감이 더 건강해져서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언젠가 회사에 유니폼을 만들어서 입고 다녔던 마틸다 칼 (Matilda Kahl)은 아니더라도 더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는 내가 되길 원한다. 


직장복을 만들어 입고 다녔다는 마틸다 칼. 멋지다! (출처: 핀터레스트) 


Image by Preis_King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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