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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23. 2023

토요일에는 노란 택시를

타고 장 보러 갑니다. 

한동안은 주말에 누워서 지내다가 요즘 다시 기운이 좀 돌아서 토요일오전에는 일찍 밥을 먹고 장을 보러 가고 있다. 야운데 시내에 있는 까르푸가 있는 몰은 정말 서울의 더현대처럼 핫플레이스여서 금요일밤에는 카트를 밀수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고 한다. 남편말에 따르면) 그래서 항상 사람이 거의 없이 쾌적한 토요일 오전에 까르푸를 방문하고는 한다. 


오가면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귀여운 노점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먹고 필요한 것들을 구입한다. 아래 사진 중에 오른쪽 제일 위에 있는 사진의 물병은 이곳에서 가장 많이 먹는 생수통인데 저렇게 재활용되는 것을 보고는 음식물쓰레기들과 함께 버리지 않고 깨끗하게 모아서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제일 관심 있는 것은 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인데 도통 먹어볼 수가 없다. 남편은 출장도 다니고 회사도 오가며 먹어보는 것 같은데 뭐 특별한 맛들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나도 차에서 내려서 먹어보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예전에 20대에는 일 년에 2-3번씩 나와서 한 번에 적어도 3주 정도씩 머물며 일하고는 했었다. 당연스럽게 백팩을 메고 현지어를 사용하며 길거리에서 점심을 먹곤 했었다. 더듬거리는 현지어에 환한 미소를 지어주시며 친절하게 대해주시던 현지인들과 대화 나누는 게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그때는 두려움도 걱정도 별로 없이 잘도 먹고 다녔는데 감사하게도 탈이 한 번도 나지 않았다. 나는 물갈이도 없는 체질이라 어디든 잘 자고 먹곤 했다. 지금은 아이가 있어 세상에서 가장 겁이 많은 엄마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그 기억들이 있어 이곳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귀여운 노점들


이전에도 많이 이야기했지만 길에서 걸어 다니며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계란이나 꼬치 같은 것을 이고 다니며 판매하는 여성분들도 많고 CD 같은 것을 들고 다니는 분들도 많이 있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노란 옷은 이곳에서 경비일을 하시는 분들의 옷이다. 카메룬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케냐에서는 실업률이 높아서 대학원 석사까지 하고도 경비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점점 치안이 안 좋아져서 경비산업이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메룬도 많은 경비일을 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왼)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 (오) 노란색 시큐리티 옷을 입은 사람


개도국 쓰레기 문제라고 하면 많은 연구자료가 나올 정도로 쓰레기 관리 문제는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이다.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 - 과자하나만 먹어도 쓰레기가 나오는 - 에서 어떻게 이것들을 관리하느냐는 비단 카메룬 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코로나시절 집에서 밥만 해 먹고살아도 수북이 쌓이는 쓰레기들 - 재활용이 된다고 해도-에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도 장 보고 와서 집에서 정리하다 보면 수북이 쌓이는 비닐봉지에 죄책감이 더해지곤 한다. 우리는 비닐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걸까? 여담으로 비닐 발명하신 분은 나무가 너무 많이 쓰이는 것 같아서 대체제로 만드신 거라던데 그분은 이렇게 될 줄 모르셨겠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던 노벨처럼.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종종 생각하게 된다. 



아래 사진은 오늘 탄 택시의 발판은 구찌였다. 돌아오는 택시는 루이뷔통 이곳에는 정말 정말 짝퉁 명품이 너무너무 많다. 그냥 전통 무늬면 충분히 아름답고 멋질 것 같은데 루이비통이나 구찌의 무늬로 만들어진 천으로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여러모로 씁쓸하다. 브랜드를 입는 것을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짝퉁으로라도 입을 수 있도록 형성된 분위기들이 그러하다. 우리 집에 도와주러 오는 헬퍼도 샤넬 st 가방에 구찌 st 샌들을 신고 온다. 종종 루이뷔통 st 무늬의 드레스를 입고 오기도 한다. 

구찌 발판 

오가며 보는 여성들의 드레스에 늘 관심이 많다. 아래 오른쪽 사진의 드레스는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드레스와 저 머리에 두르는 천이 한 세트다. 왼쪽 사진은 한 헬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가 외국인이나 혼혈이 아닌 것으로 보아 헬퍼의 아이인 것 같았다. 아이를 업고 토요일에도 일을 하는 모습을 모니 좀 마음이 짠했다. 많은 외국이 들은 집에서 상주하는 헬퍼를 쓰곤 한다. 혹은 토요일까지도 오는 헬퍼를 두고 있다. 우리 가족은 누가 집에 오는 것이 불편하여 주말에는 좀 편하게 있고 싶어 월수금 3일 만을 부르고 있다. 여성의 노동에 대해서도 늘 관심이 많은데 아직은 잘 정리가 되진 않는다. 

(왼) 아이를 업고가는 헬퍼 (오) 멋진 드레스를 입은 여성


사실 오늘 장 보고 와서 여러 가지 식재료 가격과 사진들을 찍어서 같이 카메룬 물가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인터넷이 너어무 느린지 도통 업로드가 되지 않아서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어디 현지 식당에라도 가거나 하면 방문기들을 써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니는 곳이 없어 아쉽다. 카메룬 왔을 때 한 메이저 일간지에서 카메룬 통신원을 제안받았었는데 집에만 있어서 도저히 글 쓸 거리가 생각 안 날 거 같아서 거절했었다. 지금도 거절하긴 잘한 거 같다. 


오늘 장본 것 


다음 주에는 꼭 카메룬 물가 소개를 해보려 한다. 오늘 장본 것은 한국돈으로 26만 원어치 정도 장을 보았다. 뭐 대단할 것을 사는 게 아니다. 양배추, 청경채, 설탕, 밀가루, 비누, 계란 같은 것들을 산다. 그런데 이 정도 나온다. 채소 등은 평범한 편인데 다른 공산품들이 비싸다. 전부 수입이라서 그러하다. 


주중에는 인터넷이 잘 되길 바라며 다음 주에도 카메룬 소식으로 만나요! 


모든사진출처: 서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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