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박하 Apr 21. 2023

글이 안 써지는 날엔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자 

제목 그대로 오늘은 글 마무리가 안되어서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글 쓰는 것은 여전히 좋지만 뇌에 힘을 줘야 마무리가 되는 글들이 있는데 이번주 내내 아이 수족구와 회사일로 뇌용량이 다 차서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고민을 하다가 그냥 의식을 흐름대로 쓰고 싶은 글을 쓰기로 했다. 브런치는 독자님들이 계셔서 언제나 읽으실 만한 글들을 올려야지 생각하지만 오늘은 너그러이 읽어주시길 바란다. 




에드워드 호퍼전이 시립미술관에서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술관에 가본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절대적 시간의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이 서울 시립미술관인데 그곳에서 에드워드 호퍼라니. 한적한 오전시간에 미술관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여유롭게 관람을 하다가 어느 한 구석에 앉아 한참 떠오른 생각들을 끄적이다 나오면 좋겠다. 엽서나 노트도 좀 사고. 아마도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힘들겠지만 7월에 한국에 들어가면 가보고 싶다. 


https://sema.seoul.go.kr/kr/whatson/exhibition/detail?exNo=1152724


전시를 보고 나와서 칼국수를 먹고 서소문 쪽으로 걸어와서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좋겠다. 그리고 다시 걸어 교보문고에 가서 책냄새 맡으며 한참 놀다 책 2-3권 사가지고 나오면 더욱 좋겠다. 아마 그냥 지나치치 못하고 아마 스티커도 사고 펜도 사고 그러겠지. (벌써 쓴 돈이 얼마인가...) 그렇게 나와 청계천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친정집은 청계천가에 있어서 광화문에서 40분 정도 걸으면 집에 갈 수 있다. 


사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에게는 꿈같은 일이겠다. 꼭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휴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때를 위해서 아껴두어야 하기 때문에 나 자신만을 위해 온전히 사용하기란 여간 큰 결심이 없고는 어렵다. 이런 현재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가지지 못하는 것들이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면 하루는 꼭 휴가를 내고 지금 이렇게 적은 대로 해봐야겠다. 부디 전시회에 사람이 많지 않길 바라며. 




1-20대에는 미술에 관심이 참 많았다. 미술 전공까지 생각했었는데 미술학원에서 입시미술의 답답함과 재능의 한계를 느껴 포기하고 공부를 했다. 지금도 가끔 엄마는 물어본다. 그때 계속 미술을 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열심히 회사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겠지. 대답했다. 그리 뛰어나진 않지만 성실한 디자이너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가 미술활동을 아주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이전에 어떤 글에서도 밝혔지만 내가 싶어서 사는 색연필도 많이 있다. 그리고 아이가 잘 써주면 정말 기쁘다. 아이에게 종이와 물감, 색연필을 사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일해야지 생각한 적도 있다. 아이는 벌써 본인의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린다. 움직이는 그림도 만들 줄 알게 되었다. (이를 위해 나도 유튜브를 보고 배워서 알려줘야 했지만) 아이는 빠르게 내가 할 줄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하게 되었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이런 것인가를 아이를 보며 배우고 있다. 

아이의 목표는 넷플릭스키즈에 본인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올리는 일이다. 그러려면 영어도 수학도 잘해야 한다고 꼬셔서 공부를 시키고 있다. 나중에 꼭 픽사나 디즈니에 들어가렴. 




아이는 디지털 네이티브뿐 아니라 영어도 네이티브가 되고 있다. 네이티브가 된다는 것은 정말 부러운 일이다. 아이가 내뱉는 영어 문장을 들으며 아 나는 다시 태어나야 저런 영어실력을 가질 수 있구나 생각한다. 이미 뇌의 다른 부분을 사용하며 말한다는 걸 문장에서 느낄 수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동사와 시제, 전치사등을 사용한다. 관용구도 서슴없이 사용한다. 벌써 주말이면 "아 학교 가서 친구들이랑 영어로 말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아마도 집에서는 생활 한국어만 하지만 영어로는 더 다채로운 표현과 대화가 가능하니 그럴 것이다. 부럽다.


예전에는 영어를 곧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잘하는 사람들이 너어어무 많아서 이제는 아무리 해도 넘을 수 없는 영어의 벽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도 대학원시절 영어과외로 꽤나 많은 돈을 번걸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가끔은 회사일이 너무 힘들면 수능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고액과외를 해볼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능영어는 네이티브보다는 나 같은 입시를 아는 토종한국인에게 더 유리하니까. 그러고 보면 강의하는 것도 예전에는 좋아했는데 이제는 다 잊어버린 것 같다. 아무튼 영어 말고 다른 장점들을 좀 찾아보려 한다. (너무 늦었나, 그래도 80세 인생인데 아직 40년이나 남았는걸)




평생 꿈은 UN에 들어가는 거였다. 국제기구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박사까지 마쳤다. 지금도 사실 아직도 온갖 국제기구 채용사이트를 정기적으로 들어가서 지원해 볼 만한 곳은 없는지 살펴본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서 homebased로 일하는 포지션들도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거의 지원 직전까지 간 곳도 많긴 하다. 이력서와 커버레터 컨설팅까지 받아서 다 준비하고 지원했다가 철회했다. 그때 영어가 급 자신이 없어져서 혹여 인터뷰 가서 버벅거리고 나면 내 자존감이 바닥을 칠 거 같아서 포기해 버렸다. 


예전에는 조건이 안돼도 막 지원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조심스러워진 걸까 아니면 나 자신을 잘 알게 된 걸까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국제기구에 들어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지금은 전혀 관계없는 금융계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연결점들이 생기길 바란다.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은데 너무 많이 주절거린 것 같아서 여기서 마무리하려 한다. 몇몇 글이 마무리가 안되어서 좀 힘들었는데 이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니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쓰고 말았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으면 좋겠다. 


가끔 또 글이 잘 안 써지는 날 돌아오도록 할게요. 평안한 금요일밤되셔요 :) 


Image by Capucine from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할 땐 불닭볶음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