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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Sep 19. 2023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며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서박하입니다. 매일 글쓰기 30일 후기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춰서 아마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이 많이 겹쳐서 도저히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잠시 글을 놓았다가 이제야 다시 돌아왔습니다. 기다리게 해 드려서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그간의 상황을 알려드리기 위해 몇 번이고 랩탑을 열었지만 도저히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게 화면을 보다가 닫곤 했습니다. 오늘에야 드디어 글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네요. 저는 지금 한국의 작은 도시에 머물고 있습니다. 서울이 아닌 지방의 작은 도시에 집을 얻었고 아이는 한국의 새로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카메룬에서 거의 2-3주 만에 짐을 정리하고 들어왔고 회사에서는 퇴사를 했고 살 집을 알아보고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일련의 모든 과정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네요.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어서 계획한 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생리도 건너뛸 만큼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하루에 잠을 3-4시간 정도밖에는 잘 수가 없었고 매일이 살얼음판 같았어요. 더운 여름의 한중간에 한국에 돌아와 친정에 이민가방을 한가득 쌓아두고 그 구석에서 노트북을 펴 살집을 알아보곤 하였습니다. 모두에게 불편한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과연 이 시간의 끝이 있을까 막막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서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나무들의 색이 변하는 9월의 중순을 지나고 있습니다. 아이는 무사히 학교에 적응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고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이고 옷을 입혀 학교에 데려다줍니다. 아파트 단지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 5분 거리의 초등학교는 우리 가족에게 많은 안정감을 줍니다. 카메룬에서 1시간씩 스쿨버스를 타고 다니던 날에 비할 바가 없습니다. 아이는 영양 가득한 급식을 먹고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아직 한글이 익숙하지 않아 받아쓰기도 책 읽기도 서툴지만 모국어로 이루어지는 학교생활에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늘 헬퍼에게 부탁하던 집안일을 합니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합니다. 1주일에 한번 이불을 빨고 침대 먼지를 털어냅니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면 도착하는 장보기에 감사하고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마트와 식당들에 감사합니다. 아무리 걸어 다녀도 안전한 산책길이 처음엔 낯설기도 합니다. 아무도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지 않아서 편안합니다. 아이와 손을 잡고 학교에서 돌아올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이의 한글과 수학 눈높이 교실을 마치고 (요즘은 센터에 방문하더군요! 그리고 1학년 한글과 수학이 생각보다 수준이 높아서 놀라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 아이들로 가득한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튀김을 사서 돌아옵니다. 매운 것을 전혀 못 먹던 아이는 이제 떡볶이를 물에 헹궈서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부대찌개라면(?)을 먹고는 한참 빨간 찌개를 먹었다며 자랑하는 아이를 보며 감사합니다. 


지나갈 것 같지 않던 어둡고 혼란스러운 날들 끝에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평화로운 날들이 놀랍기만 합니다. 저는 비록 그간의 일들로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시에서도 좋은 병원을 찾았고 수면제 없이도 잠을 잘 수 있는 날들이 찾아와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이제 천천히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다시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게 목표인데 노트를 펼쳐 글감들을 적으니 다시 설레네요. 아무런 새 글이 없어도 기다려주시고 또 새로 찾아와 주신 분들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안으로 가득한 9월 가을날 되시길 바라며 이제 다시 자주 글로 만나요! 



사진: UnsplashThought Cat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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