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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Oct 04. 2023

조지오웰과 하루키 사이

마티스처럼  

최근에 시간이 많아져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소설도 읽고 사회과학 서적도 읽고 에세이류도 읽는다. 원래 자기 계발 서적도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요즘에는 손이 가질 않는다. 나름 에세이 작가로서 에세이는 많이 찾아 읽어보는 편이다. 에세이류는 대부분 한두 번 읽고 나면 손이 잘 가지 않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와 조지오웰의 글은 여러 번 읽게 된다. 두 작가는 극단에 가깝게 다른 글을 쓰기 때문에 한 번에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내가 지향하는 글들은 사실 조지 오웰에 가깝지만 쓰는 글은 이도저도 아니다. 


처음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디오시리즈를 읽었을 때는 충격에 가까웠다. 유명작가는 이렇게 글을 막(?) 써도 되나 싶게 아무 내용이 없어 보였고 이런 글은 나도 쓰겠어! 생각이 들었다. 역시 유명해져야 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읽을거리가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두 번 세 번 보며 슬며시 웃게 되는 것은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원글의 맛을 더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부분은 번역가 님께서 알아서 잘해주셨을 거라고 생각하며 글에 빠져든다. 그가 좋아한다던 샐러드 같은 글들을 보며 늘 조지오웰같이 깜빠뉴 같은 글만 세상에 존재할 순 없겠지 고개를 끄덕였다. 


앙리 마티스는 누구든 "나도 이렇게 그릴 수 있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그림은 쉬워 보인다. 아마 그림을 그려본다면 누구나 마티스 비슷하게도 그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미켈란젤로의 조각처럼 첫눈에 입이 떡 벌어지는 대작들도 있지만 또 마티스처럼 쉽게 보이는 그림도 있다. 누군가가 더 대단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두 작가가 작품에 쏟은 힘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The Pink Studio, 1911 by Henri Matisse


조지 오웰의 글은 무겁다. 대영제국 식민지 시절을 살아낸 영국인으로 느끼는 사회적인 모순과 그에 대한 고민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는 괴로워했고 모든 것을 버리고 바닥을 기며 경험했고 그리고 글을 썼다. 그 고통과 괴로움이 책에 담담하게 담겨있다. 그리고 동물농장과 1984를 썼다. 그의 에세이들 - 에시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기사에 가까운 글들을 보며 나도 이런 글들을 쓰고 싶다 생각한다. 하지만 밑바닥으로 내려갈 자신도 그런 사람들을 마주할 자신도 없다. 다만 그의 글을 읽으며 죄책감과 카타르시스 그 중간 어디쯤을 느낀다. 


그에 반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어느 면에서 가볍다. (라디오 시리즈 한정) 종종 위트 있게 사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조지오웰과는 분명 다른 가벼움들이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이 사회도 중요하지만 내 삶도 중요해 그러니 이글 좀 보고 힘내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샐러드처럼 따뜻한 수프처럼. 




글을 쓰다 보면 내 글은 한도 끝도 없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특히 최근에 글을 쓰면서 목록을 정리하다 보니 온통 무거운 이야기들 뿐이다. 무거운 이야기들은 논문도 찾아야 하고 실수가 없는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 마무리가 어려워 쌓아 놓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가벼운 글들을 써보려고 한다. 이 플랫폼의 한계가 있긴 하다. 가벼운 글을 쓰려면 스레드나 인스타에 글을 더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이곳에서 한번 해보려 한다. 종종 길지 않고 가벼운 글을 쓰겠다는 이야기를 길게도 썼다. 


사진출처: https://www.henrimatis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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