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잘 부탁해요

2023년 결산 (2)

by 서박하

이제 2023년도 1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한동안 날이 따뜻해서 걱정이었는데 오늘은 눈도 잔뜩 내리고 찬바람이 불어 겨울이구나 싶다. 우리 도시에는 길거리에 포장마차는 없지만 카페들에서 다들 붕어빵을 구워 팔아서 갓 구운 붕어빵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들 붕어빵에 진심이라는 게 너무 귀엽고 좋다. 막 구운 붕어빵을 사 먹은 기념으로 (?) 쓰는 2023년 결산 2번째 시리즈. 가볍게 읽어주시길.


1. 올해의 음식: 떡볶이

올해가 아니라 인생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래도 올해는 특히나 힘든 시간을 떡볶이와 함께 이겨낼 수 있었다. 물론 그 덕에 살이 좀 찌긴 했지만 그래도 병이 깊어지는 것보다는 살이 찌는 편이 더 나은 것 같다. 떡볶이는 이래저래 다 좋아하는데 두 가지만 꼽아보면 신전떡볶이와 내가 집에서 해 먹는 떡볶이이다. 소스는 쿠팡에서 파는 미쓰리 소스 보통맛으로. 신전떡볶이는 사실 대학원시절 교수님 한데 된통 깨지고 나면 옆대학원 다니는 친구와 함께 시내 나가서 후후 불며 먹고 오던 유서가 깊은 떡볶이이다. 그때도 지금도 스트레스받거나 힘들면 떡볶이 먹는 건 여전한 것 같다.


그리고 카메룬에서 그리고 또 이곳에서 만들어 먹는 떡볶이도 정말 좋다. 집에서는 좋아하는 재료 잔뜩 넣고 나중에 밥도 볶아 먹고 나면 다음날 몸무게는 좀 걱정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아이 줄 간장 떡볶이도 해서 같이 먹으면 이것이 행복이지, 인생 뭐 있나 싶어 머리를 누르는 문제들이 한결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떡볶이를 잘 먹을까? 5-6살부터 먹는 걸 아직도 먹고 있으니 나중에 7-80이 되어서도 떡볶이 먹고 소화시킬 만큼 건강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운동해야겠다. 떡볶이 잘 먹는 튼튼한 할머니가 되어야지.


2. 올해의 옷: 리바이스 501 청바지

구입한 지 7-8년즘 된 바지이다. 사실 거의 애착바지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입는다. 살이 너무 빠졌을 때 뺴고는 적당히 잘 맞아서 열심히 입는다. 어떤 신발에도 어떤 상의에도 잘 맞아서 정말 일주일에 3-4번은 입는 것 같다. 중요한 미팅이 있으면 여기에 셔츠를 입고 로퍼를 신는다. 위에 재킷 하나만 걸치면 금세 캐주얼 비즈니스룩이 된다. 아이와 놀이터에 갈 때는 벤시몽에 후드티 하나 걸치면 끝이다. 유행도 크게 따르지 않고 7-8년간 해진 곳 없이 멀쩡하다. 앞으로 내 체형의 변확 급격하지 않은 한 오래도록 함께 할 예정이다.


사실 힘든 순간이 오면 외모를 가꾸는 에너지를 상당히 아끼게 된다. 특히 옷을 거의 교복처럼 같은 옷만 입는 성향을 보인다. 이 성향은 재수할 때 처음 알았었다. 재수할 때 아침에 옷 고르고 준비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항상 전날 옷을 정해서 다려서 문 앞에 걸어두고서야 잠이 들곤 했다. 그리고 이번에 이 도시에 와서도 거의 비슷한 옷을 몇 벌 맞춰놓고 그것만 입고 다녔다. 그중에 하나가 이 청바지였다. 그리고 지난번 시리즈에서 말했던 에코백까지 하면 거의 교복이나 다름없이 입고 다녔다. 이 시기가 지나면 좀 변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그래도 7-8년이나 잘 버텨줘서 내 바지걱정을 덜어줘서 고마울 뿐이다.


3. 올해의 음악: Promise

좀 뜬금없을 수 있는데 이전에 미남이시네요라는 드라마를 아주 좋아했다. 순정만화 같은 드라마였는데 지금 봐도 그 만화스러움을 잘 살린 대사나 장면에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오글거린다는 평도 많은데 원래 드라마나 만화는 좀 오버스러운 맛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오버스럽다고 치부되는 감정들도 사실 우리도 다 느끼지 않나 싶다. 암튼 그 드라마에 나오는 OST 중 한곡인데 드라마에서 장근석과 밴드가 부르는 것도 좋은데 일본 공연에서 이홍기와 정용화가 부른 버전을 잘 듣는다. 일하다가 힘들 때 이 음악을 들으면 마치 만화주제가 들으면 신나듯이 그렇게 신이 나고 힘이 나서 일을 다시 시작할 수가 있었다. 유튜브 장면에 이어서 나오는 Still도 좋으니 일하다가 힘드실 때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Hu6Ul5i1Ng


4. 올해의 예능: 지구마블 세계여행

올해 가장 힐링이 되어서 돌려본 TV 프로그램이다. 드라마도 영화도 다 흥미가 없었다. 재미있는 게 없었다. 삶이 좀 버거워서 그랬는지 일반 예능을 보고 웃거나 쉬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잔잔한 브이로그들을 많이 봤었는데 그러다가 김태호 PD의 새 예능이라길래 보게 되었다. 3명이 여행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주사위 던져 나라를 정한다는 것도 흥미롭고 당시에 외국에 있어서인지 더 그 공항의 느낌이나 환승할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서 공감 가며 보았다. 개발도상국에서 고생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공감도 가고 다들 힘들구나 싶어 위로도 되었다. 그중 가장 좋았던 편은 원지의 하루가 갈라파고스를 방문한 편이었다. 어찌나 평화롭고 좋아 보였는지 남편과 아이까지 보여주면서 이후에 아이가 중학생쯤 되면 꼭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지금도 꼭 가고 싶은 곳이 에콰도르와 아이슬란드이다. 삶을 위해 어디론가 비행기를 타는 것 말고 여행으로 비행기 타는 것, 그것이 나에게 가장 그리운 느낌이 아닐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XH81Z0dfjww


5. 올해의 도전: 브런치 매일 글쓰기

사실 나는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편이라 이것저것 손대는 게 많은데 마무리하는 것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런 내가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는 것을 도전하다니 좀 무모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매일 할 일이 없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글도 써야 늘고 쓰다 보면 뭔가 터널 같은 시간을 뚫고 나갈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벌써 2달을 향해 가고 있다. 목표는 글 365개를 쓰는 것인데 내년에 과연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매일 글을 쓰다 보니 글 소재들이나 내용들도 더 다양하게 되는 것 같고 편하게 글을 써갈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365개의 글을 다 썼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 여정을 함께해 주시는 독자님들에게 더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사진: Unsplash의 Kajetan Sum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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