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하는 워킹맘은 아니지만
아이 방학은 1월 초에 시작해 3월 초에 끝난다. 2달이 통으로 방학이라니. 나는 다행히 집에서 일하고 있어서 아이를 돌보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만약 내가 출근해야 하는 워킹맘에 맞벌이라면 어떡하지? 당장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큰 문제가 없는 거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아파서 쉬는 날이면 나를 10분에 한 번씩 부르고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삼시 세 끼에 간식까지 챙겨 먹이고 나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사이에 일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에게 아이패드를 쥐어주거나 잠든 사이에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2달 방학이라니.
케냐에서는 내니가 있어서 아이를 봐주었고 카메룬에 있을 때는 한국에 들어와 친정에 아이를 부탁했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헤쳐나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나마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 옷을 입혀 보내는 수고로움과 긴장감이 사라진다는 것은 다행일까.
맞벌이 부부를 위해서는 아이들 돌봄 교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지금 아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여러 번 알림장을 받았다. 결국 엄마 아빠가 다 출근을 해야 하면 아이들은 방학에도 학교를 나오고 방과 후 교실을 이용하며 학기중과 같은 하루들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나의 방학은 어떠했나. 겨울이든 여름이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엄마가 끓여주는 짜파게티를 먹고 오빠와 남동생과 함께 나가 놀거나 친구네 집에서 놀았다. 하루 종일 지겨울 정도로 쉬고 놀 수 있었다. 여름방학 내내 한참 산으로 들로 바다로 놀러 다녔더니 키가 8cm가 큰 적도 있었다. 모든 나라에 아이들의 방학이 있는 것은 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엄마아빠가 다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면 아이의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 부모님도 두 분 다 일을 하셨지만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우리를 돌봐주실 수 있었고 그때는 공동육아가 가능한 시기라서 하루종일 심심할 틈이 없었다. 시골이라 사촌들도 놀러 오고 할머니댁이며 캠프도 다니고 여기저기 오가며 지내다 보면 방학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곤 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출근을 해야 한다면 우리 아이는 방학 동안 며칠의 휴가를 제외하고는 학기 중처럼 학교에 다니고 학원을 다니며 지내다 저녁이 되어야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렇다 저렇다 할 것은 아니고 모든 삶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고 모습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이 잘 자라는 이상적인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부모님들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유연한 근무 환경들, 성과에 대한 새로운 기준, 일에 대한 새로운 기준들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한국은 심한 진통을 겪으며 초저출산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나라고 뭔가 대단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너무 복잡하고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뭐라고 할 수 없어 수많은 생각들 속에 겨우 이렇게밖에 쓸 수가 없다.
하지만,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애를 쓰면 좋겠다.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좋은 모델들은 참 많으니 고민하며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이의 방학을 앞두고 또다시 고민하고 있을 엄마 아빠들에게 멀리서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2달을 아이와 함께 씨름할 나에게도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