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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Jan 05. 2024

쿠팡을 끊을 수 있을까

한달만 쿠팡 끊어보기

워킹맘에게 쿠팡은 뭐랄까 생명줄과 같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급한 준비물이나 장보는 것들까지 모두 다 쿠팡에 의지하고 있다. 차가 없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지방의 작은 신도시에서 차 없이도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다 쿠팡 덕분이다. 쿠팡 플레이에서 프렌즈도 나오고 있어서 작업배경으로 늘 틀어두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쿠팡을 끊는 것을 가능할까? 끊어야 한다면 왜 끊어야 할까?


언젠가 밤에 자기 전에 장을 보고 새벽에 도착했다는 알림에 나가보니 정말 산더미 같은 로켓프레시 상자들이 놓여있었다. 소위 말하는 현타가 왔다. 안에 들어있는 뽁뽁이이며 아이스팩에 정리하고 나니 정말 한줌의 물건들이었는데 재활용쓰레기도 산더미에 돌려줘야 할 로켓프레시 박스도 산더미였다. 내가 그냥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본다면 나오지 않을 것들이었다. 물론 대신 내 시간과 어깨를 사용해야겠지만 말이다.


쿠팡에서 돈을 쓰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나중결제에 계좌 연결에 카드 결제에 결제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이번에 이 도시에 자리 잡으면서 가전제품들과 내 노트북까지 다 쿠팡을 통해서 구매했다. 아무리 최저가를 알아봐도 쿠팡보다 저렴한 곳은 없었다. 게다가 환불이나 반품도 간편하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쿠팡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는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언젠가부터 다시 쿠팡으로 물건을 너무 쉽게 사기 시작했다.


아이가 뭔가가 없다고 하면 그래? 엄마가 사줄게라며 쿠팡에서 쉽게 결제해버렸다. 오전 일찍 주문하면 오후에 도착하기도 하는 놀라운 배송경험을 보여주는 쿠팡에 아이도 길들여져 버렸다. 어느날인가 오전에 주문해서 내일 도착한다고 하니, 왜 오후에 도착하는게 없냐며 짜증내는 아이를 보며, 카메룬이나 케냐에서의 기억은 어느새 다 없어졌구나 싶었다. 구하고 싶어도 사고싶어도 살 수 없었던 시절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쿠팡이 저렴하긴 하지만 늘 대용량으로 구매를 해야한다. 물론 동네 마트가 쿠팡보다 비쌀때는 1.5배 정도 비싼 것 같았다. 하지만 6개월에 한병 쓰는 맛술을 세병이나 구매해버린 것은 과한 일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사리곰탕면도 한개씩 사먹어도 괜찮은데 6개들이 박스로 구매해서 쟁여두다보니 왠지 더 라면을 많이 먹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늘 팬트리에는 먹을 것으로 가득하다. 물론 쿠팡에서만 살수 있는 저렴한 것들오 있다. 특히 샐러드 채소가 그렇다. 샐러드 채소가 다른 곳에서는 너무 비싸서 살 엄두가 안나는데 커다란 팩 하나에 만원이면 일주일을 먹을 수 있어서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쿠팡 없이 살 수 있을까.


그래서 챌린지를 좋아하는 나는, 쿠팡 없이 한달만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이 글을 쓰며 과감하게 로켓와우 멤버십을 해지하였다. 물론 쿠팡이 없어도 대체제들이 있어서 다른 곳에서의 쇼핑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요즘 네이버 도착보장이나 컬리, 쓱배송 등 워낙 다양한 쇼핑 수단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쿠팡처럼 월회비를 내고 배송비 없이 당일 혹은 익일 배송이 가능한 곳은 없으니 한번 이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어쩌면 다음주에 당장 쿠팡 다시 시작한 이유라는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은 냉장고를 뒤져 식단을 짜고 부족한 것은 동네 마트를 이용해보려고 한다. 물건을 직접 담으면서 영수증을 받아보면서 결제를 좀더 실감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은 다른 결과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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