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단식 2주 차 미션
- 대출금 확인
- 통장정리
- 각종 요금제 정리
- 無지출 day 도전
1. 대출금 확인
'나는 빚을 다 갚았다'저자, 애나 뉴얼 존스는 소비 단식에 앞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라고 했다. 가장 먼저 대출금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았다.
카드대금: 500만 원
카카*뱅크 비상금 대출: 300만 원
우*리은행 마이너스통장: 100만 원
한*보험대출: 100만 원
학자금 대출: 100만 원
하*은행 대출: 100만 원
우*리카드 대출: 200만 원
총: 1,400만 원
이렇게 적으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논문 심사받을 때보다 더 떨었던 것 같다. 먹고 있던 불안장애 약을 더 먹어야 하나 싶을 정도록 심장을 쪼여오는 일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나는 이 사람보다는 낫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대출이 많은 줄은 사실 몰랐다. 한*보험대출은 심지어 5년전즘에 리볼빙으로 가정경제를 파탄 낼 때 받은 것이다. 그리고 학자금 대출은 2014년 대학원을 다닐 때 받은 것이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대도 그냥 둔 것들이다. 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실 최악은 비상금 대출, 카드대출 같은 것들이다. 은행에 있는 정기예금이 있는데 그걸 까먹고 싶지 않아서 대출을 받은 것들이다. 카드값을 갚기 위해. (나의 생각 회로가 아마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래도 욕은 하지 말아 주세요). 사실 지난 1년간 저축도 얼마간 해지해서 썼는데 이지경이 된 것은 할 말이 없다. 그래서 핸드폰 메인 화면서 크게 써두었다.
빚이 1,400만 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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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은 왠지 투자하기 위해 돈을 빌린 거 같지만 "빚"은 좀더 직관적이라 이렇게 써두었다. 이렇게 쓴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효과가 있었다. 지난밤에 무선 이어폰 케이스를 결제하려고 고르고 고르다가 취소했다. 이어폰 케이스가 도대체 왜 필요하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속으로 생각했다.
소비 단식 실천하기 전에 사둘걸...
대출이 1,400만 원인데.
2. 통장정리
그리고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이 권하는 대로 나가는 돈이 한눈에 보이도록 카드, 보험, 공과금 등이 한 통장에서 나가도록 '힘겹게' 정리했다. 왜 이게 여러 가지 통장에서 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역사를 거슬러 반성하는 것도 참 힘들다. 아무튼 가능한 것들을 한 통장으로 바꾸었다.
3. 각종 요금제 정리
쓸데없는 요금제들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유*브 프리미엄과 넷*릭스를 다 보아야 하는지 고민했고 멜*서비스도 계속 쓸 것인지 생각했다. 낮은 요금제를 찾아보았는데 별로 차이가 없었다. 가격도 서비스도. 일단은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 집은 TV도 없고 남편이 넷*릭스와 멜*서비스를 잘 사용하고 있어서 일단은 두기로 결정했다. 대신 휴대폰 요금만 저렴한 것으로 갈아탔다. 나중에 약정이 끝나면 알뜰요금제로 넘어가기로 했다.
4.無지출 day 도전
근본 없어 보이는 이 합성어는 생각보다 실천하기가 어렵다. 재테크 카페들을 보면 무지출 데이를 실천하는 알뜰한 분들이 가득하다. 아무런 지출을 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특히 나처럼 소비의 노예에게는 말이다. 아이와 집으로 향하는 길에 편의점 앞에서 과자를 사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달래 집에 얼마나 과자가 많은 지 설명하고 데려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아이도 나를 닮아 착실한 소비의 요정으로 자라고 있었다. 그래도 딱 하루, 무지출 day에 성공했다. 나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기로 했다. 이게 뭐라고 참 기쁘다.
좀 더 자세하고 부끄러운 소비 단식 일지를 공개한다.
<2주 차 일기>
1일_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서 89000원짜리 강의를 결제했다. 부업을 하려고 들은 건데 좀 더 읽어보고 결제할 걸 그랬다. 아깝다. 그래도 뭔가 배운 게 있으니.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이 돈이면 책을 10권은 샀겠다 싶어 더 아까웠다. 밤에는 특히 12시 넘어서는 절대로 뭘 사지 말아야겠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돈이 얼마나 어디서 나가는지 확인을 했다. 아주 힘겹게 (남들은 별로 안 힘들 것 같지만) 나가는 모든 돈 (공과금, 세금, 카드값, 통신비, 기부금 등)을 하나의 통장에서 나가도록 바꾸었다. 그리고 액수를 확인하여 통장에 넣었다. 이제 더 이상 며칠에 뭐가 나가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뭔가 미납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싶지 않다.
2일_아이의 어린이집 방문을 하였다 1년간 돌봐주신 선생님이 새로운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코로나로 인해 안 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서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다녀왔다 가는 길에 별생각 없이 투썸에서 케이크와 콜드 브루 커피를 샀다. 6만 원이 넘는 돈이다. 선생님을 뵙고 드린 후에 돌아오면서 아차 싶었다. 또 별생각 없이 돈을 썼구나. 이렇게 별생각 없이 쓰는 돈을 줄여야 하는데.라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3일_포토샵 프로그램을 환불했다. 조금 사용하긴 했는데 이 정도는 사용 안 할 걸로 쳐주나 보다. 전액을 환불받았다. 그림을 그리려고 구입했는데 너무 어렵다. 사용법 책도 내다 팔아야겠다. 무료 앱을 발견했다. 직관적이고 쉽다. 내가 하고 싶은 기능도 거의 다 있다. 연습하면 그리고 싶은 생활툰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뭐든 좀 찾아보면 길이 있다.
4일_현재 대출금이 얼마나 있는지 다 확인을 했다. 10원짜리까지 다 쓰려니 피곤하니 대략 1300만 원 정도이다. 나는 지난 1년간 얼마나 많은 돈을 쓴 건지 모르겠다. 저축도 한 2000만 원 썼는데. 뭐지. 핸드폰 화면에 크게 "1300만 원 빚이 있음"이라고 썼다. 쇼핑앱을 열 때마다 좀 보라고 말이다.
5일_내 핸드폰 요금제도 저렴한 것으로 변경했다. 집에 와이파이가 잘 되고 요즘은 거의 밖에 나가면 카페들도 와이파이가 잘 되니 굳이 비싼 요금제가 필요 없을 것 같다. 거의 반값 정도 되는 요금제로 바꿨다. 장점은 더 이상 버스나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거나 미리 다운로드하여놓은 음악을 듣거나 하게 된다. 무의미한 인터넷 서핑을 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집에서 자기 전에는 한다. 그래도 이동 중에 책을 더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6일_아이를 위해 마들렌을 구웠다. 아이와 계속 집에 있다 보니 아이도 나도 피곤하다. 그래도 같이 뭔가를 할 때는 시간이 빨리 간다. 마들렌 및 각종 빵집에만 쏟은 돈이 수십 만원즘 되는데 이제는 못 사게 되었으니 만들어 먹어야겠다. (잠시나마 소비 단식하기 전에 빵집에 좀 다녀올걸 생각했다. 더 사놓을 걸 그랬다. 싶다고 생각한 나를 조금은 불쌍히 여겨주기로 했다)
7일_무지출! 태어나서 처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소비 단식 후 처음으로 무지출을 성공했다! (박사학위 졸업장을 받은 것만큼 기쁘다!) 물론 요즘에 집에만 있으니 가능한 것도 같지만 온라인 쇼핑몰에 우수고객인 나에게 택배가 오지 않는 날이 생긴다는 건 서울의 비둘기가 모두 하얀색으로 변한 것과 같은 일이다. 3월은 무지출을 10개 정도 해보면 어떨까 다짐한다. 플래너에 스티커를 하나 붙였다. '참 잘했어요'
격동의 2주 차를 보내며 무지출을 기록해서 다시 한번 너무 기쁘다. 이제 나는 나의 3개월간의 카드값을 대면해야 할 때이다. 신경안정제를 준비하고 다음 주에는 나의 카드값과 대면하려 한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을.
*2020년 2월 마지막주-3월 첫주의 기록입니다.
*비루한 소비단식일기가 다음 포털에 올라가서 다소 멍한 상태로 주말을 보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일지가 좀 더 쌓이고 나서 공개가 되면 좋겠다 꿈만 꾸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조회수가 올라가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계획대로 1년간의 일기를 성실하게 적으며 실천해가려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악플이라는 것도 받아봤는데 대신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