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짝을 만나는 법

대학원생 랩소디 (3): 지도교수님 사랑합니다! (?)

by 서박하

Photo by Brooke Cagle on Unsplash



지도교수님


이 글자만 봐도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대학원생들이 아주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자세히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대학원 생활의 처음과 끝, 알파와 오메가는 지도교수님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예요. 당연히 기본적인 연구분야, 실력, 인품 등에 대해서 고려를 해야 합니다. 저는 그 외에 생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해요. 지도교수를 결정할 때 연구분야 외에 고려할 것은 크게 다음과 같다고 생각해요.


1) 지도 성향: 꼼꼼 vs. 방목
2) 연차: 신입 vs. 정년보장

3) 프로젝트 vs. 연구


지도 성향 (management style): 꼼꼼 vs. 방목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느냐, 즉 방목형이냐 아주 세세하게 (논문 폰트까지) 지도하느냐가 본인의 성향과 잘 맞아야 합니다. 나는 조금 깐깐해도 세세하게 문장단위로 지도해주시는 분이 정말 좋다! 하시는 분이 방목형을 만나면 너무 답답하겠죠. 반대로 나는 좀 자유롭게 시간도 쓰고 몰아서 일하는 게 좋은데 초단위로 관리하시는 분을 만나면 정말 힘들겠지요. 이 중간즘 어딘가에 학생과 교수가 다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대학원에 와보면 대부분 양쪽으로 치우쳐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서로를 겪어가며 중간즘으로 합의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때즘 되면 졸업할 때가 되었을 거예요.


사실 방목형 교수님 밑에 아주 열심히 초단위로 사는 학생이 있으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교수님은 좀 귀찮아도 연구지도를 해주시긴 하거든요. 열심히 하는 제자를 뭐라고 할 선생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Micro management 하는 교수님 밑에 자유방임형 제자가 있으면 문제가 상당히 커집니다. 이 경우가 제 경우였어요 (...). 처음 지도교수를 정하고 겨울방학이었어요. 저는 당연히 부모님 댁에서 방학을 즐기고 있었답니다. 그때 교수님께 메일이 왔어요. 어떠어떠한 논문을 찾아서 보내라고요. 저는 네 교수님, 언제까지 보내드릴까요? 하고 천진하게 여쭤봤답니다. 교수님은 바로 찾아서 보내라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MBTI로 보자면 저는 완전한 P, 교수님은 완전한 J 셨어요. 저는 전체적인 흐름을 검사받기 위해 페이퍼를 보내드리면, 교수님은 a/the 틀린 것까지 표시해서 보내주셨어요. (당연히 기본적인 문법/맞춤법은 보고 보내드리지요. 저는 영어 native가 아니라 아주 미묘한 영어가 참 부족했어요). 새벽 3시에 메일을 보내도 답장을 바로 보내주시길 원하는 교수님께 히피처럼 살아가던 제가 적응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대학원생의 삶으로 몸과 마음을 적응시키는데 석사 시절을 다 보냈답니다. (중간에 연구실을 그만둔 적도 있었어요... 한 학기 만에 다시 들어가긴 했지만)


어떻게 교수님의 성향을 알 수 있느냐. 아주 간단합니다. 수업을 들어보세요. 강의계획서(Syllabus)만봐도 교수님의 성향을 아주 잘 알 수 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은 강의계획서만 11page정도 되는 분이셨어요. 모든 과제의 due date이 미리 다 적혀있었고 각 주차별로 읽어야 할 모든 논문과 수업내용, 팀 과제 등이 다 적혀있었답니다. 강의평가를 항상 1위를 하실 정도로 정말 강의를 꼼꼼하고 열정을 다해하시는 멋진 분이셨어요. 그래서 제가 교수님을 너무 고생시켜드린 건 아닌지 지금 와서 더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연차: 신입 vs. 정년보장 (tenure)


교수님의 연차가 왜 중요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 부분이 의외로 좀 중요하기도 합니다. 신입 교수님이냐 아니면 어느 정도 연차가 있으신 정년보장받은 교수님이냐에 따라서 랩의 분위기가 아주 많이 바뀌거든요. 저는 장장 10년 동안 대학원을 다니면서 지도교수님이 신입이실 때부터 정년교수님이 되실 때까지 같이 있었는데 여러모로 연구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갔답니다.


연차가 비교적 짧은 신입 교수님

장점: 연구에 대한 열정이 많다.

단점: 불안정하다. 지도학생에게 압박이 더 많을 수 있다.


대부분의 신입 교수님들은 아주 열정이 넘치십니다. 그리고 신입 교수님들은 아직 정년(tenure)을 보장받지 않으셨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있는 재계약을 위해 성과를 내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이 장점과 단점이 모두 됩니다. 연구에 열정이 많으시기 때문에 연구를 함께 많이 진행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도학생의 연구도 아주 잘 봐주시고 피드백도 잘 주십니다. 랩 세미나도 아주 자주 운영하시고 다양한 교육방법을 운영하십니다. 조금은 힘들지만 그래도 지도학생들이 많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교수님의 불안정함이 학생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습니다. 열정적인 가르침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에 대한 압박도 따라옵니다. 새벽같이 오는 이메일도 확인을 해야 하고 읽어야 할 논문이라던가 연구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연차가 비교적 긴, 정년보장 교수님

장점: 안정적이다.

단점: 연구 외에 다른 업무로 바쁘시다.


연차가 높으신 교수님, 즉 정년을 보장받으신 교수님의 경우, 이제 더 이상 계약을 위한 성과에 대한 압박이 없으시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롭게 연구실을 운영하십니다. 학생들에 대한 압박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이전에는 성과를 위해 학생 연구에 대한 개입이 높으셨다면 조금 더 여유 있게 연구를 돌봐주십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 바운더리가 더 생긴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정년교수님들은 학교에서 직책을 담당하시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학과장이라던가 책임교수라던가 하는 자리 말이죠. 그래서 연구 이외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학생들 연구를 많이 못 봐주시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저희 랩의 경우에도 예를 들면 일주일에 2번씩 있었던 랩 세미나가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들기도 했지요.


프로젝트 vs. 연구

교수님들은 연구만 잘하면 되는 거 아냐?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기업체나 정부로부터 프로젝트를 받아서 운영하시는 교수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최근에 학교들마다 교수님들 성과를 볼 때 SCI/SSCI 논문과 함께 이런 프로젝트를 실적에 넣기도 합니다. 프로젝트가 많을수록 학교와 랩에는 "돈"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야? 생각하며 프로젝트가 많은 랩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이것에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많은 연구실

장점: 연구비가 많다/ 프로젝트가 연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복불복)

단점: 내 연구할 시간이 없다.


제 지인의 경우 프로젝트하느라 수업 과제할 시간도 없이 지낸 적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교수님도 너무 바쁘셔서 연구를 잘 못 봐주셔서 석사논문도 겨우 마무리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후 취업할 때는 프로젝트를 따로 적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들이 정부출연연구소에 취업을 하거나 할 때 도움이 됩니다. 나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 나중에 연구소에 들어가고 싶어! 하시는 경우에는 이런 연구실도 잘 맞으실 거예요. 프로젝트들에서 얻은 데이터들이 연구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연구에 집중하는 연구실

장점: 내 논문에 집중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있다.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단점: 연구비가 없다. (가난한 대학원생...)/ 시간이 많다고 연구결과가 잘 나오는 건 아니다.


반대로 연구만 하시는 교수님 밑에 있는 경우에는 연구비가 없어서 연구하는데 사비도 털어가며 데이터를 모으는 경우도 있기도 합니다. 글로벌 펠로우십 같은 대학원생 장학금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이것도 하늘에 별따기지요. 하지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국내외 논문을 출판하고 학회에도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이후에 교수 지원 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런 부부들은 대부분 기존 랩에 있는 사람들에게 문의하면 쉽게 알 수 있어요. 누구든 메일을 보내서 정중하게 상담하면 대부분 흔쾌히 응해줍니다. 다만, 이메일로 문의하고 나서 답장받으면 꼭 감사 답장을 보내주세요. 저도 대학원 다닐 때 아주 많은 문의 이메일을 받았는데, 아주 열심히 답장을 보내고 나도 감사 이메일 하나 없으면 기운이 빠지더라고요.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그런 문의 이메일에 잘 답장을 안 하게 되었어요. 그러니 문의는 최대한 정중하게! 그리고 감사 답장도 꼭 해주세요. 대학원생이 답장을 할 때는 시간을 많이 들여서 쓴 걸 수 있어요. 그리고 요즘 김박사넷이라는 곳에도 다는 아니지만 정보가 많이 있지요. 하지만 제 경험상 모두 진실은 아니더라고요. 또 때로는 너무 많은 정보가 독이 되기도 하고요.


제가 이런저런 것들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지도교수님은 하늘이 맺어주는 게 아닌가 합니다 (???). 저는 어떻게 지도교수님을 만났느냐 하면, 교수님 이름과 분야만 보고 메일 하나 안 보내고 그냥 결정했답니다. 학부 때부터 제 지도교수님께 가려고 했던 제 동기는 다른 교수님께서 제 지도교수님께 간곡히 부탁해서 스카우트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저런 조건을 내세우다가도 홀린 듯이 조건 안 보고 결혼을 하게 되듯이 (응?), 그렇게 지도교수님을 만나는 건 운명과도 같습니다. 인기 있는 지도교수님들은 대학원생들이 서로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는 연구실마다 정원이라던가 교수님이 안식년이시거나 하는 사정으로 못 들어가게 되기도 하고요.


그러니 마음이 편해질 만큼만 알아보시되 어느 정도는 운명에 맡기셔야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합니다. 1순위 교수님에게 가더라도 한 학기 만에 랩을 옮기고 싶을 수도 있고 2,3순위 교수님께 갔는데 의외로 정말 좋을 수도 있거든요. 뭐든 경험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고 자신도 자신을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랩을 한번 뛰쳐나올 만큼 힘들었지만 그래도 제가 가진 중대한 단점들을 고칠 수 있는 인생의 기회였기도 해요. 사랑하는 랩 원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그러니 적당히 최선을 다해 (?) 알아보시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시길 바라요. 운명의 짝은 하늘이 내려주는 인연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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