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투자자

소비 단식 일기 (23): 생초보 투자자의 얼렁뚱땅 투자일기.

by 서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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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재테크 재테크할 때도 나는 책만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주식계좌도 열다가 귀찮아서 그만두기 몇 번인지 모르겠다. 친구들은 주식에 암호화폐에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혼자 가만히 있었다.


사실 3년 전 즘에 카카오 주식을 사야지 했다. 아 이건 오르겠다. 카카오톡 안 쓰는 사람 없으니. 하지만 남편의 반대로 아무것도 못한 채 지나갔다. 그때 사실 비트코인 사게 5천만 원을 달라고도 했는데 단칼에 거절당하고 남편은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다 (ㅋ).


그리고 소비 단식 일기 2부를 마무리하고 이제 어떻게 돈을 좀 늘리나 고민하던 어느 날, 블록체인, 자세히 말하면 암호화폐 관련된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인터뷰 일주일 전에 아무것도 모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이더리움 50만 원어치를 구입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오르는 이더리움에 덜컥 1000만 원어치를 더 주문했고 해외주식과 국내 주식도 각각 500만 원씩 더 구입했다. EFT 펀드도 200만 원 정도 들었다. 알트코인 (저렴한 코인)은 500만 원 정도 사서 매일 등락을 지켜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남편의 동의 없이 혼자 진행했고 3주즘 지나 결과만 공유했다. 그리고 남편은 나에게 조금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자고 하고 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코인은 약 20%의 수익률, 주식은 3% 정도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어제는 미국의 한 회사에서 배당금 10달러를 나눠줘서 오늘은 피자를 사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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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도 잘 못하던 나에게 투자란 적극적, 그리고 마이너스의 위험을 동반하는 저축에 가깝다. 정해져 있는 수익률을 1년 동안 기다리는 것보다 오히려 매일같이 바뀌는 수익률이 더 나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소비에 대한 육구가 점점 줄어들게 한다. 쇼핑보다 차트를 보는 게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주식을 하는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하는구나 하는 이유에 대해 몸소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어디 인터넷에서 전 연인을 잊으려면 주식을 하라던데 정말 딱 맞는 말이었다.


쇼핑보다 차트를 보는 게 훨씬 재미있다.


그리고 장투가 왜 어렵지 그냥 사고 묻어두면 되지 않나 했는데 직접 해보니 장투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익절이긴 하지만 참지 못하고 200만 원에 산 코인을 400만 원에 팔았는데 그 후로 10배도 넘게 오른 걸 보고 잠을 못 잤다.


사는 날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국내 주식은 며칠간 덮어두고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그나마 미국 증시가 좀 회복되면서 +7%를 기록하는 미국 주식에 위로를 받았지만 미국과 국내 주식 합해서 겨우 3% 정도의 수익률을 유지했다. 파란색 뜨면 팔까 고민하고 빨간색 뜨면 그나마 그래 더 가지고 있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코인은 -100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래도 생각보다 수익이 마이너스가 나면 견딜만했다. 하지만 수익이 나면 오오 이걸 언제 팔지 하며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곤 했다. 아 소심한 인간이여. 개인적으로 주식은 3년, 코인은 3개월이 장투가 아닌가 하고 있다. 요동치는 흐름이 그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인데 이것 극히 초보적인 견해다.


그러기를 한 달, 이제는 웬만한 손해와 수익에도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국내 주식과 코인을 확인하고 저녁에 미국 주식을 확인한다. 남편과 상의하에 이번 달부터 월급의 일정액을 투자하기로 했다. 어디에 더 투자할지 나름 공부를 하고 있다. 주식으로 500억 번 카이스트 교수님이 전업으로 한다고 더 잘 버는 거 아니라고 하신 인터뷰를 보고 나도 앞으로도 평생 전업은 안 하고 그냥 이렇게 소소하게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내 소비를 줄일 수 있다면야 1%만 수익이 나도 이득이 아닌가.


내 소비를 줄일 수 있다면야 1%만 수익이 나도 이득


전자책, 온라인 강의만 안사면 이곳에서 소비는 주의할 것이 거의 없다. 이곳에도 우버 이츠가 잘 되어 있어서 웬만한 건 다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조만간 케냐의 쇼핑 생태계에 대해서도 써볼 예정) 하지만 신*떡볶이 배달이 안되면 나에게 배달은 의미가 없다. 주말에 한 번씩 까르푸에서 장보는 것은 늘 사던 것들, 감자니 양파니 우유니 하는 것들이라 생필품들이다. 예전에는 치즈나 와인에 돈을 좀 썼는데 최근 다시 채식을 시작한 데다가 알코올은 점점 분해할 수 없는 몸상태가 되어서 이제 주류 코너에도 손이 가질 않는다. (최근의 음주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정리해두었는데 공개 예정임)


100만 원짜리 코인을 밤에 자기 전에 보면서 '아침에 1억으로 변해있으면 좋겠다'는 도둑놈 심보만 아니라면 (ㅋ 근데 누구나 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나) 아직까지는 순조롭다고 생각하고 있다. 투자와 소비, 비슷한 듯 다른 두 가지 사이에서 내 기나긴 재정관리 인생의 밸런스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 기나긴 재정관리 인생의 밸런스를 찾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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