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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Dec 01. 2021

불안에 대처하는 7가지 방법

우울&불안장애 치료 일기 (7): 가끔 찾아오는 불안을 다루는 법

오늘도 새벽에 눈을 뜬다.


GMT +3의 나라에 살고 있는 나는 GMT +9의 나라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6시간쯤 먼저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일이 더디게 움직인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새벽형 인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대단하다 여겼는데, 아마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과 마음이 그들을 그렇게 이끌었겠구나 싶다. 주말에는 나도 아이가 커튼을 열고 "아침이야!"라고 외칠 때까지 침대에 누워있으니 말이다. 주중에는 알람 없이도 새벽 3시면 눈이 떠진다. 몸은 물에 젖은 솜이불 같지만 애써 중력을 이기고 몸을 일으킨다. 누워 있으면 오히려 더 불안이 몰려온다. 랩탑을 열고 지난밤 들어온 이메일이나 업데이트된 소식들을 점검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마음의 안정을 준다.




불안&우울장애 약을 끊은 지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끊고 나서 한두 달은 정말 힘이 들었다. 손발이 저리고 정신이 몽롱해서 겨우겨우 일상생활을 유지했다. 영양제와 테아닌을 거의 최대치로 복용했다. 매일 햇볕을 쬐기 위해 노력하고 심호흡을 수시로 하며 겨우겨우 버텨냈다.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샌가 테아닌을 먹지 않아도 심박수가 정상으로 유지되고 손발 저림이 사라졌다. 사실 언제 좋아진지도 모르게 서서히 회복되었다.


내가 회복이 다 되었구나를 느낀 건 역설적으로 불안이 다시 찾아올 때이다.



내가 회복이 거의 다 되었구나를 느낀 건, 역설적으로 불안이 다시 찾아올 때이다. 불안은 지금도 가끔 찾아온다. 완전히 가버린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불안장애를 가져다준 것과 비슷한 상황이 일정기간 이어지면 다시금 찾아온다. 특히 예민한 이메일을 다루는 일, 그것에 대한 책임과 피드백이 고스란히 나에게 올 때, 그 일이 일정 기간 이어질 때 불안이 찾아든다. 자면서도 몇 번씩 잠을 깨서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잠든 사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한다. 그리고 100번에 3번즘 실제로 무슨 일이 생겼고 내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잠 못 드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불안이 마음을 잠식한다.


잠시 불안한 것을 넘어서 불안장애 정도의 증상이 되면 노트북을 열고 화면을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단 한 줄도 써 내려가기 어려웠다. 이메일 답장하는데 반나절이 걸리기도 한다. 혹여 누군가 지금 아주 쉬운 일을 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본인의 무능을 탓하기보다는 병원을 찾아가길 바란다.


그간 몇 달간은 일이 어렵긴 했지만 잠을 줄여가며 일하는 것도 할 만했다. 집중력을 발휘해 제안서를 후다닥 끝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메일 답장 하나 쓰는데 하루 종일 걸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두근거려 "커피를 줄여야 하나"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왜 이러지 왜 이러지 하고 생각하다 문득 "아, 이 느낌을 내가 잊어버리다니" 하고 깨닫는다. 그래 오래도록 나와 함께했던 불안이 찾아온 것이다.


그 느낌이 너무도 생소해 웃음이 났다.


늘 이렇게 불안했는데, 늘 메일 알람이 울리면 심장이 내려앉았는데, 불안을 떨치고 싶어서 정말 온갖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불안이 어느샌가 내게 어색한 친구가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찾아온 불안을 안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늘 먹던 영양제를 찾아 먹었다. 일부러 마당에 나가 걸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햇볕에 잠시 앉아있었다. 나를 다그치지 않고 일단 할 수 있는 걸 하자 생각했다. 그러기를 3일 정도 지나자 또다시 불안은 구름 겆히듯 사라졌다. 머릿속 먹구름이 사라졌다. 그러자 정말 눈이 번쩍 뜨이면서 다시금 일을 할 수 있었다. 그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 빠르게 글을 썼다. 불안이 사라진 감사한 느낌과 나에게 불안이 또 찾아오면 어떻게 벗어날지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들어낸 불안을 이겨내는 7가지 방법을 소개해본다.


Photo by Joanna Kosinska on Unsplash


불안을 이겨내는 7가지 방법


1. 가능하면 그 자리를 벗어나 산책을 하며 심호흡을 한다.

서서히 불안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어느 순간 갑자기 숨이 막히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그것에 잠식되지 않고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하다못해 화장실에 가거나 커피를 내리는 것도 좋다. 정말 벌벌 떠는 손으로 원두를 집어 내린 적도 있고 울면서 떡볶이를 만든 적도 있다.


2. 떡볶이를 먹는다.

1일 1 떡 할 수 있을 만큼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많이 먹지는 못하는데, 이 날만큼은 고추장도 팍팍 설탕도 팍팍 넣어서 매콤한 떡볶이를 만든다. 그리고 먹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캠핑 생활 이런 것을 보면서 먹으면 더 좋다. 매울수록 좋다. 눈물 콧물 다 흘리고 나면 어느샌가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3. 영양제를 먹는다.

테아닌과 각종 영양제를 먹는다. 우울&불안장애를 앓는 동안에는 건강염려증이 심해서 영양제를 열몇 개씩 먹었는데 다 낫고 나서는 비타민씨도 챙겨 먹기가 귀찮다. 하지만 반드시 먹어야 한다. 특히 테아닌에서 나는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 (테아닌은 비타민C처럼 성분 이름입니다. 여 러브랜드가 있어요 :))


4. 자책하지 않는다. 

아주 쉽게 '내가 그렇지 뭐' '최악이야' '회사 그만둬야겠다' 이런 생각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나의 무능력함으로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듯 그냥 몸이 안 좋아진 것일 뿐, 내가 무능력하거나 잘못한 것이 절대 아니다.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자.


5. 해야 하는 일을 놓아버리지 말자.

힘들어도 조금씩 나아가자. 이메일을 하루에 하나만 써도 괜찮고, 피피티를 한 장만 그려도 괜찮다. 아무것도 안 하고 다 놓아버리면 이후에 불안이 사라지고 나서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할 때 밀려드는 자괴감이 더 괴롭다. 이적의 <달팽이>를 들어보자. 비긴 어게인 버전이 좋다.


6. 포기하지 않는다.

이 불안이 영원하지 않다. 이것도 다 지나간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사실 우울장애가 힘든 것은 이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끝도 없는 어둠을 지나가는 것은 결국 삶을 극단적으로 이끌게 된다. 그 너머도 특별히 다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하지만 이것은 감기 같은 것이다. 며칠 쉬고 떡볶이 먹으면 다 좋아진다고 믿어야 한다. 그러면 거짓말 처럼 다시 원래 대로 돌아온다.


7. 그래도 안 되겠으면 포기하고 쉰다. (혹은 병원에 간다)

여기서 포기해야 하는 것은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회사를 다니는 것, 일을 하는 것이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면 다 내려놓고 쉬면 된다. 내가 우울&불안장애가 회복되어갈 때즘 생각한 것은 '죽지 말고 그만두자'였다. 나의 삶을 포기하는 지경까지 가기 전에 회사를 그만두던지, 대학원을 그만두던지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것은 병원에 가는 것이다.  현재 나에게는 병원이라는 옵션이 없는 외국이라 그렇지만 그만두기 전에 병원에 가는 것이 더 좋다. 의사선생님이 처음 상담할때 그러셨다. 이 치료를 받는 중에는 어떠한 큰 결정도 미루는 것이 좋다고. 퇴사든 이혼이든. 그러니 병원옵션이 가능하신 분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기 전에 병원에 꼭 가보시길!




약을 끊은 후로도 몇 번 불안이  오고 가곤 했다. 아 회사 그만둬야겠다 여러 번 생각했다. 책상에 앉아 하염없이 빈 화면을 노려보았다. 울면서 이메일도 쓰고 떡볶이도 먹다 보면 어느샌가 불안은 다시금 등을 보이며 떠나간다. 대부분 2-3일이면 상태가 좋아지곤 한다. 나에게 병원에 가는 옵션은 이곳에서는 없는데, 너무 힘들면 병원에 가는 것이 필요하다. 감기에 걸렸다 생각하자. 집에서 쉬어보고 안되면 약국 가서 약 먹고 안되면 병원 가는 거다. 우리가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는 이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불안이 찾아오는 상황을 가급적 안 만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열심히 운동을 해야 건강한 것처럼 평소에 미리미리 뭐든 준비를 한다. 그중에 한 방법이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다. 새벽 3-4시즘 일어난다. 더 자면 불안하다. 남들보다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나는 이메일 하나를 보내도 10번 정도 확인을 한다.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것, 시간을 충분히 들이는 것, 그것이 최선이었다.


아이와 함께 잠이 들고 새벽 3시에 책상에 앉는다. 동료들의 시간은 오전 9시. 1시간 정도 음악을 들으며 정리를 하고 4시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 고요한 시간, 혼자 웃고 울고 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뜬다. 해가 뜨고 나면 중요한 업무에 대한 소통은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나의 하루를 시작한다.


*불안장애가 심하신 분들은 이런 노력을 하시기 전에 병원에 가셔서 상담을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그랬듯이 산책 가는 시도조차 어려운 분들이 분명 계실 텐데 그런 분들은 반드시 꼭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Photo by amirali mirhashemi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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