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가, 자화의 커피가 생각나는 밤이다. 어디선가 그윽한 커피향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덩달아 머릿속 한편에 자리한 그날의 추억도 하나둘씩 피어올랐다.
2017년 8월, 2018년 9월. 나는 총 두 번의 몽골을 경험했다. ‘두근두근 몽골원정대(이하 우리)’라는 모임을 통해서 여행을 했는데 자화는 이 모임에서 가이드를 맡았던 친구이다. 자화는 우리들의 가이드이자, 여행 친구였고, 인지도 있는 방송인이자, 잭스커피 사장님이었다. 여기서 좀 더 특이한 이력을 밝히자면 그가 한국에서의 유학 경험이 있는 몽골인이라는 것. 1~2년의 짧다면 짧은 유학 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가 매우 유창한 그. 그의 유창한 한국어를 듣고 있을 때면 종종 현타가 왔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제2외국어 하나쯤은….’ 이런 방식으로 또 한 번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구나.
잡담이 길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면 자화는 우리와 여행하는 동안 매일 커피를 챙겼다. 그가 있는 곳 어디든 발을 딛고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카페가 됐다(역시 카페 사장님답다). 테이블 위에는 본인의 카페에서 판매하는 원두, 그라인더, 서버와 드리퍼에 포트까지. 드립 커피를 내리면 캠핑 의자에 앉아 유유자적하게 풍류를 즐기기만 하면 끝. 그에게서 진정한 여행자의 향이 풍겼다.
어머니의 바다라 불리는 홉스굴에서도, 노래하는 모래사막이라 불리는 홍고린엘스에서도 자화는 커피를 즐겼다. 핸드 드립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나는 쑥스러움이 많은 관계로 묻지 못했다. 맛의 차이일까, 깊이의 차이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음, 커알못은 여기서 잠시 빠지겠다.
자화의 커피는 유독 향이 짙었다. 그가 커피를 내리고 있을 때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는데, 커피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자화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나는 그 블랙홀같이 까만 게 뭐가 그렇게 맛있을까 싶었다. 풍겨오는 향이 진하고 좋긴 좋았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나는 인정할 건 인정하는 사람이기에.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시지도 못한다. 앞서 말했듯 그 까만 것이 뭐가 그렇게 맛있을까 싶다. 어렸을 땐 커피를 마시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하면서 느낀점이 있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것이라도 여행을 가게 되면 후한 마음으로 뭐든지 도전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나는 여행 중 최초로 커피 마시기에 도전했다. 진짜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 보자!
어른은 개뿔. 홍고린엘스에서 처음 맛본 자화의 커피는 역시나 썼다. 다른 사람들은 맛있다고 커피를 홀짝이는데 나만 양이 줄지 않는다. 맛없다고 안 먹을 수는 없어, 으~음하고 눈썹과 입꼬리를 동시에 올려 보이며 맛있게 마시는 척을 했다(자화 미안). 웃는 척도 했다. 나는 한 모금 맛을 보고 많이 마셨다는 핑계로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토스했다.
여행하는 일주일 동안 다채로운 추억을 쌓았다. 인생의 진리도 깨닫고, 자연의 위대함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시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화의 커피가 생각나는 것은 아마 여행의 추억 때문이려나.
선풍기로도 해결되지 않는 더운 여름밤. 무심코 열어둔 창문 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왔다. 커튼이 크-게 부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드립 커피가 생각났다. 서버와 그 위에 커다란 드리퍼가 올려진 모습처럼 말이다. 이런 모습이면 불어온 바람은 뜨겁게 올라오는 풍미 깊은 커피향이 되는 거겠지.
자화가, 자화의 커피가 생각나는 밤이다. 어디선가 그윽한 커피향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덩달아 머릿속 한 편에 자리한 그날의 추억도 하나둘씩 피어올랐다.
#에세이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