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감정 아카이빙

진로변경 프로젝트 1

by 서래



잘했다.

터질 것만 같은 오늘을 살아내었다.

직장에서 그럭저럭 하루를 버티고 집에 돌아왔다.

04a45020-2ea7-4c90-be60-d87d37935b84.jpg


오늘은 사소한 일이 발단이 되어 아이를 꾸짖었다.

그리고선 안아주고 뽀뽀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열번도 더 했다.

다그친 것이 잘못인지, 미안하다고 말한 것이 잘못인지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화를 냈기 때문에 마음 한 켠이 아직도 저릿저릿하다.


스스로 나는 용감하고 여린 줄로 착각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생존에 능한 사회인 중 한 명이었다.

이토록 원치 않는 일을 17년간 해온 것을 보면 말이다. 직장생활이 체질인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은

하고 싶은 분야가 이토록 단단하고 명확했는데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삼키고 참아온 인생이라니.

나도 참- 대단하다 싶다.

아니지, 현실은 현실이니까. 기특한건가. 매번 마음은 이랬다저랬다. 왔다갔다 한다.


늘 최고였던 적은 없지만 그래도 뒤쳐졌던 적도 없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선 듯한 포지션으로 살아왔다. 틀에 짜여진 사회적 바이오리듬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삶. 심지어 한발짝 빠르게 꽤나 성실히 해낸 사람이었다.

오늘의 나와 주변을 둘러오면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지금의 내가 있고, 안정적인 삶이 있고, 소중한 가족들과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으니까. 하루라도 비껴나가 지금의 나와 이 환경이 아닌 삶은 원치 않는다.

자- 좋다. 지금 딱 좋다.

감사하고, 움직이고 싶다.

이제는, 이만 하면! 나도 무언가를 도전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도전이라는 것을 누가 막은 것도 아니다.

스스로 충분히 준비 할 수도, 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핑계를 많이 댔다.

퇴근 후 피곤해서, 육아하고 지쳐서, 보상심리로 야식을 먹고 오늘은 좀 쉬고 싶어서,

그 핑계들이 모아보니 아쉽기는 하다.


마흔이 되니 오히려 마음의 평화가 조금은 찾아온다.

그 오랜 시간 버텨온 어린 나를 돌이켜보면(시간이 저절로 끌고 왔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대견하다.

대견하긴 해도 용기와 추진력은 없었기에 오늘이 있는건가? 너무 아름답게만 합리화한건지.


*

아무튼 도전에 테이프를 끊었다.

무작정 1인 출판사를 하나 차렸다.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한 듯 간단했다.


1. 키프리스에서 상호 검색

2. (기존에 중복되지 않은) 상호명 결정

3. 출판사/인쇄사 검색시스템 : 상호명으로 출판사가 있는지 검색

4. (있다 하더라도)국립중앙도서관(ISBN) 전화해서 내가 결정한 상호로 등록된 출판사가 있는지 문의

5. (없다면) [정부24]'출판사 신고' 접수

- 업장이 따로 있다면 임대차계약서 . 업장이 집이라면 주민등록등본

- 당일접수 - 처리완료(세무서) - 세금 27,000원 납부 (이후 매년 1월 부과)

6. [출판사 신고확인증]출력 : PDF저장

7. [국세청] 사업자등록증 신청 (2,3일 소요) : [출판사 신고확인증] 첨부

- 업종 : 21100 (주) / 221100(부)

- 개업일 : 25.7.7 / 일반과세자 처리 ∵ 세금계산서 발생 - 일반서적물 : 비과세 / 전자책,굿즈 : 과세

8. 카페24, 후이즈, 가비아 에서 도메인 구입 : 연간 20,000 정도

9. 국립중앙도서관 ISBN 출판사코드 신청 (2,3일 소요) * 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

10. 상호등록 : 상표권 - 키프리스 (6개월정도 걸린단다. 이건 아직 하지 않았다.)



이렇게 후다닥 출간계획 없이 무작정 출판사를 차렸다.

개인사업자로. 원래는 초점책을 만들고자 했다. 아이들이 보는 흑백/컬러 이런 식으로.

초점 책을 내려했던 이유는 쉬워보여서. 디자인의 'ㄷ'도 모르는데 초점책은 컬러조합만 신중히 해서 처리하면 될 것 같아서.


그러다가 잠시 마음을 바꾸었다.

그렇게 초점책을 내면 그 다음은?


용기가 더 필요하다. 어딘가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려고 해도.

나를 어필하고 싶어도. 용기가 필요하다. 맨 땅에 헤딩이기 때문에 안되는 걸 되게 하려는 집념도 필요하다.

이젠 무언가를 더 채우고 시작하지는 않기로 했다.

영원이 완벽하게 채울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되면 시작도 못할 것 같아서이다.


* 무계획 출판사 신고 등록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예술 쪽 일을 하고 싶다.

10년도 더 이전부터 옥션회사에 관심이 많았다.

이젠 나이도 나이지만 주말 근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주5일 주중 근무를 요하며 옥션회사에 입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바람이자 목표가 있다면, 약수동에 갤러리와 카페, 출판사 사무실을 차리고 싶다.

자금이 문제지? 그래서 브런치 글을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다 갖출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손에 쥔 것 하나를 놓아야 하나를 더 얻을 수 있다던데.

난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막중하기에 손에서 놓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잠을 좀 줄이기로 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중요하지만 무언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논인스타그래머의 삶을 살기로 마음 먹었다.

쇼츠와 릴스의 덫에 걸리면 빠져나오기 힘들더라.

그리고 책을 읽기로 했다.

우선 지금 펼친 책은 '경험의 멸종'

다 읽고 이곳에 서평을 써보고자 한다.


그리고 준학예사 3급 시험 도전한다. 가능할까? 불가능일까?

우선 해보자. 비록 따고도 별 쓸모가 없을지라도 학예사 지식은 습득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나의 목표는 정해졌다.


1. 지금의 삶을 유지

2. 주 2회 브런치 글.

3. 주1회 갤러리 or 미술관 1곳이라도 투어

4. 준학예사 시험 준비

5. 미디어 디톡스!


중간목표 : 에세이 출간

최종목표 : 약수동에 출판사, 갤러리


왜 약수동인지는 다음에 기재해 보겠다.


화이팅!

나는 나를 믿는다. 되뇌이며-

경험하는 삶을 향해 한걸은 내딛어 본다.

경험하자. 느끼자. 그리고 이루어내자.



NaverBlog_20201018_022344_18.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래마을 살아요-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