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계획된 아침

by 서래

1화. 계획된 아침


[세이라]는 언제나 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

눈꺼풀이 들리기 전, 방 안은 이미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고

침구 속 체온 변화는 자동 조절 패널에 의해 보존되고 있었다.

공기 중엔 아무런 향도 없었지만,

그 무취조차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세이라 님, 좋은 아침입니다.”

천장의 AI 음성이 그녀를 부드럽게 불렀다.


세이라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기상 후 심박수, 망막 수축 반응, 근육의 긴장도를 측정하는 소리 없는 시스템이

어느새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수면의 질, 93점. 정서 상태, 양호.

기본 아침 식단을 추천합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필요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대신 자동으로 주방의 조리 시스템이 작동을 시작했다.




식탁 위엔 조용히 따뜻한 접시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반달 모양의 오믈렛.

그 위에 녹색 향채 몇 가닥이 얹혀 있었고,

한쪽엔 매끄러운 갈색 토스트와 투명한 젤리 소스.

적당히 고소하고, 적당히 부드러웠다.


세이라는 포크를 들어 한입 베어물었다.

입안에 퍼지는 촉감은 매끄럽고 일정했다.

씹을수록 약간의 단맛이 돌았고, 끝맛은 고소했다.


“맛있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중얼이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늘 그랬듯, 뉴트리-에그3는 훌륭했다.


뉴트리-에그3 상자에는 실온보관.

균일한 단백질 분포, 식감 보존제 0.3%, 지방 유화제 0.1%.

패키지 상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걸 굳이 읽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익숙했고, 이건 그녀가 어릴 적부터 먹어온 그녀에겐 '진짜 달걀’이었다.




카페는 오늘도 붐볐다.

노동자 타운 중심의 공용 셀프 카페 ‘모닝 라운지’.

출근 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로봇 바리스타들이 쉼 없이 컵을 만들고, 음료를 내리고, 부드러운 팔로 손님 앞으로 커피를 밀었다.


“세이라 님, 진하게. 우유는 30%, 단맛은 기본 설정입니다.”


“응. 고마워.”


세이라는 커피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의자는 적당히 푹신했고, 음악은 없는 대신 ‘주변 소음’ 음향이 흐르고 있었다.

그 안락한 공간에서 그녀는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단맛이 적당했고, 혀끝에 살짝 감도는 쓴맛은 오히려 기분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됐다.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남자가 무언가를 말하려다, 다시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아무도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이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필요 없는 대화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유발합니다.’

그건 이 구역의 시민교육 초급 교재 첫 장에 적혀 있는 문장이었다.





레스토랑 ‘벨 아르망’은 노동자 구역에서 트램을 타고 27분 거리.

부유층 거주구역 내 정통 식문화 클러스터에 위치해 있었다.


세이라는 유니폼을 정리한 뒤,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섰다.

레스토랑은 오늘도 고요했고, 직원들은 부드러운 동작으로 식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곳의 서비스는 모두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손으로 닦은 유리, 손으로 맞춘 포크, 손으로 내어주는 물수건.


세이라는 그것들을 어색하게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그런 방식으로 하는 곳’이었고, 그녀는 이곳에서 일한 지 2년째였다.


조금 후 첫 손님이 입장했다.

단정한 드레스를 입은 중년 여성이었다.


“에그스크램블, 오리지널로 부탁해요.”


세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장에게 주문을 전달하고, 잠시 멈춰 섰다.

그의 손엔 흰 껍질의 알이 들려 있었다.


조심스럽게 쪼개진 껍데기 사이로, 노란 노른자가 흘러나와 그릇에 담겼다.


오늘따라 그 달걀의… 미끈하고 생생한 자태는 세이라를 자극했다.

너무 진한 노란색.

너무 느린 점도.

너무 매끄러운 곡선.


‘…이건 뉴트리-에그가 아니네.’


세이라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쟁반을 들고, 조용히 테이블로 향했다.


손님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건 언제 먹어도 좋아.”


그녀는 그 말에 따라 작게 웃었다.

그 미소는 훈련된 것이었고, 정확한 각도로 교육받은 것이었다.




퇴근 후 트램에 오르기 전, 세이라는 보안 검문대에서 가방을 열었다.

의무 보안 로봇이 자동으로 가방을 스캔했다.


“주의: 지정 식재료(가금류) 반입 금지 구역입니다.

뿌리채소, 씨앗, 달걀, 육류 등의 실물 반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세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너무 익숙한 절차였고,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다.


트램 안 스피커에서 부드러운 공지 음성이 흘러나왔다.

“시민 여러분의 건강과 생태 균형 유지를 위해 모든 실물 식재료의 개인 소지와 이동은 제한됩니다.
안전한 식문화, 모두를 위한 선택입니다.”

사람들은 그 문장을 익숙하게 흘려들었다.
세이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은, ‘안전한 식문화’라는 말이 이상하게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 말이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만을 위한 것인지.


세이라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고급 식재료 운반 로봇이 부유층 구역으로 향해 조용히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문득, 이동하는 운반 행렬이 좀 길게 느껴졌다.




트램에서 내려 숙소로 돌아온 뒤, 세이라는 자동 조명 아래에서 신발을 벗었다.
방 안은 아침과 똑같이 정돈돼 있었고, 공기는 늘 같은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오늘은 그 ‘완벽함’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내일 모닝커피에 카페인을 조금 더 추가해야겠어. ”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가슴 어딘가가, 아주 작게 저릿했다.


그날 밤, 세이라는 처음으로 ‘내가 먹어온 것들은 정말 달걀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스스로 그 질문을 지워버렸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내일도 똑같은 뉴트리-에그가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그녀는 맛있게 먹을 것이다.



그런데 왜—

오늘따라 낮에 본 '그 달걀' 노른자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걸까?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