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누구나 다 아이였지.

by 서래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있다.

아이는 사랑을 주는만큼 떡잎 두툼 어엿하게 자라난다는 것이다.


알콩달콩 웃다가도 문득 불현듯 나의 어린시절도 생각나고,

부모님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 떠올려 보기도 한다.


아이에게 이만한 사랑을 주면서도 부모님께는 한없이 베풀지 못하는 이 못난 성정을 자책하기도 한다.


사이좋은 오남매 사이에서 풍족하진 못해도 재미지게 살아온 어머니의 어린시절도 떠올려보고

내 보기엔 그럴듯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버지의 어린시절도 그려본다.


어린시절 받은 사랑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아버지는 칠십이 넘은 여적지 사랑에는 참 서툴다.

표현도 서툴고 관계도 서툴다. 그게 참- 사회생활은 멋지게 해냈는지 몰라도 가정에선 더욱 도드라진다.

주고도 주고도 자식들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면 나도 모르게 사랑받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선입견이 있나 싶으다.

아내를 높이 대접해주지 않으면 그걸 보고자란 자녀들도 무심결에 어머니를 무시하는 마음을 가지듯

나 역시 그런걸까.

아버지는 그런 운명을 타고난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이내- 아니지, 내가 딸로서 이렇게 있으니 그건 아닐거야- 좀 잘하자 생각하며 마음편히 생각에 마침표를 찍는다.


어떤 때는 내가 참 괜찮은 사람으로 여겨지다가도

부모님을 떠올리면 그도 아니지 참- 하는 마음이 들고야 만다.

원망도, 슬픔도, 사랑도, 죄책감도 모두 뒤엉킨 마음이 툭툭 올라오고야 만다.


아버지가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음 어땠을까.

저 좋은 머리로 얼마나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얼마나 밝은 가정을 꾸릴 수가 있었을까.

만약을 가정하며 떠올린다.

그렇담 나 역시 지금쯤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없겠지 싶다.

사랑을 받지 않고 자란 건 아니지만 이상적인 가정은 아니었던 나의 유년기가 내 속에 남아있다.

나의 표정에, 나의 피부에, 나의 시선에.


꽤나 자주 원망과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이내 내 잘못이 아니라며 툴툴 털어내고자 한다.


차라리 딸로서 할 일, 드려야 할 것들, 식사의 빈도, 여행의 계획을 수치화 하면 좀 나아질까.


부모가 되니, 부모에 대한 갖가지 감정들이 더 깊이 차오른다.

아마 변하긴 해도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


그저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수밖에.

각자의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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