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새가 되어 정순이 보러 와요"
눈이 동그랗고 쌍꺼풀지고 맑은 눈을 가진 우리 오빠
잊을 수가 없어요.
그리운 오빠,
큰아버지 따라서 만주 구경하고 온다고 하면서
내 손을 꼭 잡아주면서
"잘 놀아. 갔다 올게"
웃음 지으며 떠나간 우리 오빠
그것이 영원한 이별이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산천에 예쁜 꽃이 많이 피어 있어요
꽃다발 만들어서 정순이 보러 와요
최승훈 우리 오빠
산에서는 뻐꾹새가 울고
예쁘고 화려한 꽃들은 오빠를 기다리고 있어요
겨울 방학이 되어 학교 마당에 눈이 많이 쌓이면
오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생각
88세가 되어서도 잊을 수가 없어요
지울 수도 없어요
산천은 푸르고 뻐꾹새 소리는 변함없이 들리는데
오빠는 영원히 나를 잊었어요
나는 초목이 우거진 곳을 헤매이며 다녔어요
오빠가 뻐꾹새가 되어서 정순이 찾아올 것 같아요
엄마는 4남매가 있었다.
외삼촌이 첫째고 엄마가 둘째이자 맏딸이다.
외삼촌은 엄마의 큰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간 후
삼팔선이 그어져 영영 이산가족이 되어 평생 가족의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몇 년 전, 영화 '오빠 생각'을 보면서 엄마 생각이 나서
엄마를 모시고 극장에 갔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는 눈물을 흘리셨다.
나도 그런 엄마를 보며 흐느끼며 울었다.
아홉 살 때 헤어진 오빠의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엄마
"꽃다발 만들어서 정순이 보러 와요"
라는 문장을 읽을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숨이 막힐 듯하다.
나도 이런 마음인데 엄마는 오죽할까 싶다.
엄마가 나를 늦게 낳으셔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정갈하게 쪽진 머리를 하고
한복을 입고 계셨던 할머니
이가 하나도 없으셔서 입을 오물오물하며
소녀처럼 웃는 모습만 기억나는데
그 할머니의 마음속에 생때같은
아들을 먼 곳에 보내고
어찌 그 모진 세월을 견디셨을까 생각하니
새삼 책에서만 배웠던 전쟁의 상처가
우리 가족의 상처가 되어
마음을 짓누르는 듯하다.
"엄마, 꼭 천국에 가게 되면 외삼촌 만나요!"
"우리 눈이 크고 맑은 외삼촌이,
“정순아~"
라고 부르는 그 목소리 꼭 들을 수 있기를
제가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