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의 비목

처음 만나는 엄마의 시

by 장희명

호숫가의 비목


나는 오늘도 늘 가고 있는 맑고 푸른 연못을 찾아간다

잔잔한 호수에 물결은 변함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비목아, 애타게 불러도 대답 없는 너

부석부석한 얼굴로 반겨 줄줄 모르는 너

나는 너가 좋아 너를 안고 쳐다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새 한 쌍이 날아와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고 날아간다

조용한 호수에 파수꾼이 된 너를

외롭지 말라고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고 가는

예쁜 새 한 쌍이 아름답다

하늘에 먹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온몸에 눈물 되어 있는 비목아,

너를 두고 가는 내 마음이 아프다

안녕!

다음에 올 때는 웃는 모습을 보여다오

너는 대답 없고 산울림만 메아리치네

쓸쓸한 너의 모습 뒤돌아 보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는 가야 한다






"오늘 문화센터 선생님이 내가 쓴 시를 잘 썼다고 하면서 사람 많은 데서 읽어 주지 뭐냐?"


"와, 우리 엄마 대단하네."


엄마가 시를 썼다고 했다. 엄마가 글을 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시를 썼다고 하니 신기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엔 책이 많았다. 엄마가 책을 좋아하기도 했고 언니들도 모두 책을 좋아해서 가정 방문을 오는 선생님들마다 책이 많다고 하시면서 작은 도서관 같다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90이 넘은 나이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독서광이자 활자 중독이다. 지나가다가 글씨만 보이면 모조리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 한 자 한 자 읽고야 말았다.



엄마의 시를 읽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텔레비전에서 누가 우는 장면만 봐도 눈물을 흘리는 엄마였다. 불쌍하고 안타까운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이 시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행여 호숫가에 혼자 있는 비목이 엄마의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닐까 염려되는 마음도 들었다.


"우리 선생님이 글씨도 잘 쓴다며 몇 장 써 오라고 해서 써서 갔더니 여기저기 돌리면서 자랑하시더라."


"우리 엄마 이제 시인으로 등단하시겠네."


"아이고, 시인은 아무나 되나? 내가 글 쓰는 걸 배운 것도 아니고... 왜정시대 때 일본어 쓰다가 5학년이 되어서야 한글 배워서 맞춤법도 다 틀리는 것 같고 부끄럽지 뭐."


"엄마 나이에는 다 그렇지 뭐. 그래도 엄마는 학교도 다녔잖아. 그때는 학교도 못 다녀서 지금 배워서 시 쓰는 할머니들도 많아."


"그래? 그럼 나도 시인 한 번 돼 봐?"


엄마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게몇 년 동안 할머니 엄마는 글쟁이의 삶을 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