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화단의 봉선화

"엄마, 시를 어떻게 써요?"

by 장희명


우리 화단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있다

싸늘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스며들어

쓸쓸하여 옷깃을 여미게 한다


쉬임 없이 흐르는 세월은 여류 하여

화단에 아름답고 예뻤던 봉선화는

활기를 잃고 고개를 땅으로 향하고 있다


화단에 꽃향기는 바람을 타고

내 마음은 설레어

시선이 화단에 고정되었다


맑고 푸른 하늘에는

토기 모양을 한 구름이

나에게로 달려올 것만 같아

잠시 봉선화 꽃을 잊었다


봉선화 세 송이가 땅에 떨어져

흙에서 말없이 누워 있고

줄기에 달려 있는 한 송이는

땅을 내려다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는 순간,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이 노래를 부르며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흘러서

땅에 있는 봉선화를 적시고 있다


내가 너를 사랑했는데

너의 최후를 보내면서

내 마음을 쓸어내리며

안녕... 안녕... 흑흑


엄마의 손 글씨 원고 “우리 화단의 봉선화”


"엄마, 시를 어떻게 써요?"

"저기 하늘에 구름 보이지?"

"네. 보여요."

"저 구름이 다 다르게 생겼지?"

"네. 호랑이 같이 생긴 것도 있고 솜사탕처럼 생긴 것도 있어요"

"느낌은 어때?"

"솜사탕 같아요. 올라타면 솜이불처럼 푹신푹신할 것 같아요"

"구름 위에 앉아 있으면 어떨까?"

"구름을 타고 다니면 손오공처럼 여기저기 다닐 수 있고, 신날 것 같아요"

"네가 지금 말한 걸 글로 쓰면 시가 된단다."


나는 엄마한테 처음 시를 배웠다. 시를 어떻게 쓰는 건지 배워본 적이 없는 엄마가 나에게 시 쓰는 법을 가르쳐 준 건데, 나는 학생들한테 엄마가 가르쳐 준 그 방법보다 더 잘 가르쳐 줄 자신이 없다.


우리 집 화단에는 꽃이 많았다. 봉숭아도 있었고, 맨드라미도 있었고, 작약과 사루비아도 있었다. 봄이 되면 예쁜 꽃들이 화단 가득 피었다. 나는 어릴 때라 무슨 꽃인지도 잘 몰랐고, 그냥 꽃이 피었구나 했는데 엄마가 꽃을 좋아해서 그렇게 가꾸어 놓으신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나는 자연에 관심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생물 과목 성적도 좋지 않았고 늘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에 대해 좀 무심했다. 그런데 나이를 좀 먹고 보니 들에 핀 꽃 하나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게 된다.


길을 걷다 보면 하루하루 다른 모습으로 내 눈앞에 성큼성큼 다가오는, 제 각각 모양도 색깔도 다른 꽃들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봉선화를 한없이 들여다보고 있었을 엄마를 그려 본다.열정을 다해 피었다가 스러져 가는 꽃을 보며, 아파하는 엄마의 마음이 나에게 오롯이 전해진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겠다'고 말한 시인의 말처럼, 오늘 내 앞에 놓인 많은 것들에게 눈길을 주고 마음을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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