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슬픔 속에 눈물은 더욱 눈물로만 흐른다"

by 장희명

물속에 고기는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못 잡고

저 처녀의 마음도 잡힐 듯 말 듯하면서도 못 잡고

바람은 불수록 물결은 치고

님은 볼수록 정이 든다.

푸른 산속 모퉁이 한 카페에서

커피의 향기를 타고 고요하게 흐르는 음악처럼 인생을 살 수만 있으면

항상 기쁘고 즐거울 것이다.

수하에 물결은 제 길로만 가고

인생의 운명은 운명대로만 산다.

고독 속에 외로움은 더욱 외로워지는데

슬픔 속에 눈물은 더욱 눈물로만 흐른다.

외로운 마음을 위로받을 길 없어

다리 난간에서 검푸른 강물을 바라보았다.

휘몰아치는 바람은 나를 더욱

쓸쓸한 외로움으로 장악한다.


엄마의 손글씨 원본



92세 엄마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는 분주한 삶이었지만 아버지께서 하늘로 가고 난 뒤엄마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누군가를 돌보지 않아도 되고 오롯이 스스로만 돌보면 되는 삶을 살게 되었지만 자유와 함께 쓸쓸함이 공존하게 되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노인복지관에 가서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다가 집에 와서 티브이를 보다가 기억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책을 본다. 내가 엄마 나이가 되어서까지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엄마는 관성적으로 책을 늘 손에 쥐고 산다.


"엄마, 뭐 하세요?"


"책 보고 있지."


"책에서 기억에 남는 거 있어요?"


"몰라.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그런데 왜 책을 봐요?"


"책이라도 봐야 살지."


엄마는 책이라도 봐야 사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책을 읽는 모습은 어릴 때부터 익숙한 모습이라 이상할 것도색다를 것도 없지만 엄마가 책을 읽고 나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낯설고 무섭기도 한 일이다. 인생은 원래 외로운 것이라지만 노후의 외로움은 더욱 절절해 보인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할머니는 늘 복도에 나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거실에서는 앞동뷰이지만 맨 끝 동이라 복도에서 보는 뷰가 산과 강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 듯 멋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복도에 나와 창밖을 보는 할머니를 보며 집에 혼자 계신 엄마의 모습인 것만 같아 마음이 '찌르르'하다. 늘 씩씩한 여전사 같았던 최정순 여사님의 오늘 하루가 조금은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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