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아서

떠올리고 싶었을 뿐, 만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by 장희명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너와 헤어지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고

너는 그 자리에

나는 이 자리에 남았다.


한 때 영원을 약속했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라는

무모한 생각으로

너와 함께 한 10년

그리고

너와 헤어지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또다시 10년


기억의 서랍장에

박제된 너는

그때의 그 모습으로

불현듯 나타나

너무나 많이 나이 들어버린

나의 현재를 뒤흔든다.


수없이 많은 의문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나버린 너

이해되지 않는 물음표만 내게 남아

내가 알던 너는 정말 너였는지

나의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이었는지



소희는 노트북을 닫았다. 창밖으로 잘 가꾸어진 신도시의 호수 정원이 보였다. sns 검색을 통해 그가 여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이곳에 왔다. 그를 더 이상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생각이 늘 그 자리에 머물렀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사라졌다. 꿈을 꾼 것처럼 마치 원래부터 세상에 없던 것처럼 그렇게 사라졌다. 매일 그의 흔적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그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그가 사라지고 나니 아는 게 너무 없었다. 그와 함께 한 10년이 꿈처럼 사라지고 소희의 청춘도 함께 사라진 듯했다. 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고 하자 소희의 20-30대가 송두리째 잘려 나갔다.


그에 대한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원래 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처럼 또렷하게 되살아 나고는 했다. 실체 없는 그를 붙잡고 산 지 10년 만에 그의 흔적의 실마리가 보였다. 평소 그가 자주 쓰던 닉네임으로 인스타그램 검색을 해봤는데 “OZZY10”이라는 아이디로 검색이 되었다. 조금 살이 붙기는 했지만 신도시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옆모습이 익숙했다. 소희는 그 길로 지하철을 타고 가본 적 없는 신도시를 향해 집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에 오게 되었다.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호수가 보이는 공원은 한적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과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아이가 넘어질세라 유심히 관찰하는 아이의 엄마, 흰머리 희끗한 노인들이 느리게 걷고 있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인 듯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그도 여기에 앉아 저 모습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을까? 그리고 저 호수를 따라 천천히 걸었을까? 그는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을까? 나는 왜 이곳에 와 있는 거지? 그를 만나고 싶은 걸까?’ 소희는 자신이 만나고 싶은 게 그였던 것인지,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 자신이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소희는 그를 보면 설레고 뭔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고 그다음에는 더 잘해 줄 수 없어 힘들었고 그다음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한숨만 나왔다. 그런 소희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인지 그가 먼저 소희를 떠나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가 떠난 것이 잘된 일인지도 모르는데 그가 떠난 빈자리에 무엇을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고 그를 찾기에만 급급했다.


“아인슈페너 한 잔 주세요.”

“오늘은 좀 늦게 오셨네요.”


‘밥 먹었어?’

라고 말하던, 10년을 들어왔던 익숙한 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희는 차마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자기가 좇던 것이 그가 아니었음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고 촤르륵 자동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소희는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네가 다시 내게로 왔다.

나는 다시 네게로 가지 않았다.

나는 너를 떠올리고 싶었을 뿐

만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