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올 걸 그랬어

나의 덧니는 그때의 덧니와 달라졌던가?

by 장희명

남자가 두고 간 우산만이

덩그러니 의자 옆에 놓여 있었다.

창밖에는 조금 전까지도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작은 햇살 한 조각이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너의 덧니가 싫어!"


그렇다. 나의 덧니가 싫다며 그는 떠났다.

거울을 꺼내 '이~'하며 웃어 보았다.

들쭉날쭉 제멋대로 난 이가 드러났다.

처음 남자를 만났을 때 그는 말했다.


"웃을 때 보이는 덧니가 너무 귀여우세요."


나의 덧니는 그때의 덧니와 달라졌던가?

지금의 덧니는 더 이상 그때의 덧니가 아니었던가?

남자가 두고 간 우산을 카페에 그대로 둔 채 나왔다.


오랜만에 남자와 자주 갔던 떡볶이집에 들렀다.

붉은 고추장이 잔뜩 묻은 떡을 집어

맛을 음미하려고 천천히 씹었다.

이상하다. 맵고 달짝지근한 떡볶이 맛이었는데

오늘따라 아무 맛이 나지 않는다.

억지로 떡볶이를 목 안으로 밀어 넣고

다시 거울을 꺼내 보았다.

삐뚤빼뚤 한 덧니 사이로 고춧가루가 사이사이 잔뜩 끼어있었다.


"아~ "


그제야 그가 한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는 내 덧니에 낀 고춧가루가 싫었던 게 아닐까?

이쑤시개로 고춧가루 한 알 한 알을 빼서 삼켰다.


'별 것도 아닌 게...'


창밖을 보니 다시 세차게 비가 내렸다.

카페에 두고 온 그가 마지막 남겨 준,

그 우산이 생각났다.


"갖고 올 걸 그랬어!"


심호흡을 하고 세차게 내리는 빗속으로 내 몸을 던졌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덧니를 활짝 드러내고, 큰 소리로 웃으며 빗속을 달렸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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