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모두 교실 밖에서 얻었다.

삐뚤어진 학원 강사의 넋두리

by 서람

나는 26세부터 학원강사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학원강사들은 쉼 없이 자신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래서인지 열정 과다인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들 틈에서 늘 루저가 된다. 사실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 시작한 것은 아니고 조직 생활에 부적응자인 내게 자율적인 분위기의 학원 생활이 잘 맞았고, 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오랜 시간 이 쪽 일에 종사하다 보니 지인들이 거의 학원강사들인지라 꾸준히 공부하고 뒤늦게 대학원도 가고,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쉼 없이 공부하는 그들의 열정이 숨 막힌다. 상대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내가 하찮은 존재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나는 그저 수업 준비 하기에 바쁘고, 세상엔 봐야 할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기에 공부에 열정을 쏟을 시간이 없다. 생각해 보면 나는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솔직히 열심히 해본 기억도 없다. 늘 교실 밖 세상이 궁금했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책에 진리가 있다고 했는데,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한 경험에서 진리를 찾았다. 얼마 전, 초등학교 때부터 모아 온 일기장,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상장, 졸업 앨범을 모두 정리해 버렸다. 누가 보면 죽을 날 받아놓은 사람처럼 내 모든 걸 깨끗이 정리해 버리고 싶었다. 차곡차곡 참 많이도 모아 놓았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지금은 연락도 닿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뇌리를 스쳐갔다. 새삼 오래 살았구나 싶었다. “지천명”이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마음속 불길을 잠재우지 못했던 20-30대를 지나 허무감에 휩싸였던 40대를 지났다. 사실 지금의 나는 많이 우울한 상태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미래가 기대되지도 않는다. 내일 죽는다 해도 아쉬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괜스레 주변 사람들에게 섭섭함도 많고, 생각의 흐름이 온통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더 이상 나를 증명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 살아온 내 모든 흔적들을 모조리 없애 버리고 훌훌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물건을 정리 중이다.


선생님 중에 수학 과외를 오래 하다가 논술로 전향을 한 선생님이 있었다. 늘 풀던 수능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자기는 실력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수학 과외를 접었다고 했다. 그는 법학과 출신이기에 지인의 권유로 논술로 전향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논술을 가르칠 자격이 되는가? 나처럼 편협하고 감정적인 사람이? 그런데 웃긴 건 예전에 일 했던 학원의 원장님이 나 보고 토론 지도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한다고 했다. 그건 아마도 내가 논리적이지 않은 사람이기에 머리로 논리를 배워서 그대로 전수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논리는 선명한 것이기에 내 감정이 틈타지 않아도 된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내가 논리를 가르친다는 건 모순일 수밖에 없다. 나는 글을 쓰고, 말하는 걸 좋아하고,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내가 결과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사교육 시장에서 밥벌이를 하며 20년을 넘게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자기 이름을 걸고 끼니도 거르며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기 위해 애쓰는 사교육 시장에서 이방인처럼 살고 있는 나는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휘청거리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하러 나간다.


여전히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있지 않으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믿는 내가 아이들에게 문해력을 높여야 국어 성적도 높이고 타 과목 성적도 높일 수 있다고 잔소리를 하러 간다. 나는 결단코 열심히 공부를 해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공부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그럴 만한 끈기도 없었으면서 잘도 떠들러 간다.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모두 교실 밖에서 얻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말이다.


강의 그림.jpg 삐뚤어진 선생을 너무 밝게 그려준 예쁜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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