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일기2

1월의 일상과 넋두리 : '굳이' 한 것의 힘

by 서리

한동안 찾아오지 못했다. 약간의 휴식이 필요했다는 건 변명이고, 무엇을 이곳에서 말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머뭇거렸다는 게 옳은 표현인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브런치에 입성한 작가로서 내 1월 일상에 대해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1월에 있던 고정적인 활동은 학교에서 학점 인정을 받기 위한 봉사활동이었다. 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업무는 식기세척 업무였다. 오늘은 이 봉사활동의 소감문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동네 카페를 찾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평일에도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을 줄은 몰랐다. 1월의 나태했던 나를 반성하며 따뜻한 바닐라 라테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소감문을 술술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시 읽어보니 복문이 너무 많고 어지러웠다. 속이 조금 상했다.


사실 이런 단순한 것으로 마음이 안 좋아지는 식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던 나다. 글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는 자존심이 상하거나 그러지는 않는 것 같다. 이상하게 글에 관련해서만 이상한 트집과 작은 부족함에도 자꾸만 예민해진다. 요즘따라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준비하던 시험을 그만두고 방황의 계절을 겪고 있는 나에게 이런 생각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감정의 파동 속에서 용기 있게 휴학을 결정하고, 어디라도 들어가서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글쓰기를 주 업무로 하는 곳에 두 군데 지원하였다. 한 군데는 기자 업무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고 나머지는 국제 사회에 대해 나의 의견을 기고할 수 있는 곳이다. (방금 전 후자의 지원서에 수정 이전의 첨부파일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충격적이다...)


지원서라는 걸 본격적으로 써 본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던 내가 과거에 경험한 모든 것들을 연결 지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사람들이 자기소개서를 '자소설'이라고 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더라. 다만 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기억과 경험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 내가 전에 '굳이' 해봤던 봉사활동, 그냥 좋아서 들어간 동아리, 돈이 필요해서 했던 알바 등. 중구난방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로 엮으려니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게 한 가지 어떤 의외의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굳이'의 마법이다.


세상에는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많이 있다. 알바나 공부 같은 것들은 인생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하게 되는 것들이 대다수다. 이것들의 시작도 '나의 선택'이지만 결국 '해야 할 일'로 굳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를 테면 내가 브런치에 글을 굳이 적어 내려가고 있는 것이라든지, 가지 않아도 되었던 봉사활동을 굳이 내가 가보았던 것이라든지, 동아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사진을 찍는 게 좋아서 굳이 들어간 사진동아리라든지. 이런 것들은 나의 이야기를 정말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았자 나에게 도움이 될까 싶지만 내가 정말 그냥 했었던 것들. 사실 그런 것들이 내 마음의 방향인 것 같기도 하다.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해도 '굳이' 내가 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기에, 그만큼 내가 원해야만 할 것이다. 지원서를 쓰면서 이런 것들이 하나의 '내 이야기'로 엮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 경험을 또 굳이 공유하고 싶어 이 글을 적는 내가,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한다.


물론 나의 이야기를 써서 합격을 했다든지 그런 것은 아니다. 결과는 내일이나 모레 중에 하나가 나올 텐데, 경력이 하나 없는 나에게 그런 좋은 기회를 줄지 불분명하기는 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바라는 것뿐이다! 생각이 많아진다. 아아아악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너무 브런치라는 공간에다 나의 무거운 이야기들만 적어낸 것 같다. 생각이 많은 요즘이라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방학이 찾아오고 이번 한 달은 휴식의 달로 보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 이후, 말 그대로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이처럼 여유로운 때가 또 언제 있을까! 가끔씩 닥쳐오는 불안은 내 삶이 너무나 공백이기에 찾아오는 태평한 감정이라는 것을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열심히 요즘을 누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2026년이 되었으면. 하고 싶은 업무도 해보고, 따고 싶은 자격증들도 따고. 또 돈을 모아서 내년에는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가 하고 싶은 게 많아 설레는 2026년을 보냈으면 좋겠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