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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드 Sep 06. 2024

모르겠고 모르겠는 일

"당신은 당신이 매일 하는 바로 그것이다. 무엇을 매일 할 것인가."


드립을 매우 잘 치는 김영민 작가<가벼운 고백>을 읽는다. 어제 읽은 문장을 오늘도 읽는다. 어제 그은 밑줄에 덧대어 밑줄을 긋는다. 질문형 문장을 잊어버리지 싶지 않다. 답을 찾고 싶어서가 아니라 답을 헤매는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문장.


왜 아이는 이 시간까지 잠을 안 자고 장구를 치는 걸까. 왜 갑자기 이 시간에 천장에 붙어 있는 야광 지구를 만져보고 싶다고 하는 걸까. 안아 달라고? 높이 들어 달라고 하는 걸까. 아이는 녹초라는 말을 알까.


초저녁 잠을 잔 아이가 슈퍼밴드 2의 <청개구리>를 듣는다. "울지 말고 일어나 넘어져도 괜찮아. 개굴개굴." "울지 말고 퍼질러 울어 넘어지면 아파."라고 개사하는 동안 따가운 안구통이 가시는 듯도 하고.


오늘 저녁 어렵고도 힘든 영화를 보고 왔다. <1923 간토대학살>. 2시간 동안 극장 로비에서 기다려준 아이를 보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아이는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면서 울음을 터트렸고, 모르겠다. 감정이 하나도 정리가 안 된다.


아이를 키우고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이따금 울고 이따금 웃는 이 녹초 된 매일조차 사치로 느껴지고 선풍기는 돌아가고 냉장고 문은 열리고 닫히고 습하고 잠은 안 오고 눈은 따갑고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고 아이가 안 자고 나도 안 자고 모르겠고 모르겠는 일을 어제처럼 오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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