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책장을 정리했다.
희한하게 마음이 엄숙했고 잔잔했다.
내 몸이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아이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게 된다면
더 이상 눈꺼풀이 열리지 않게 된다면
신발장에 가지런히 진열한 구두들
찬장 속 접시들
서랍 속 엽서들
책꽂이 책들에 얹힌 먼지들
가지런해진 마음.
그간 모으고 쌓고 꽂으면서
일상을 지켜냈구나 싶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마지막 날을 알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바뀔까?
마지막 날을 몰라서
잠든 아이의 머리칼을
한번 더 가지런히 매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