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모드

아직 소화하지 못한 소설이라고 해서

언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단, 단상이 날아가지 않도록

붙들어 둬 보자.


문. 문을 읽었다.

도어라고도 하는.


에메렌츠라는 한 사람의 탄생과

절망과 참혹과 참담과 슬픔과

두려움과 공포와 또 다른 절망과

절망이 삶이 되어 버린 한 사람의

고통과 고독으로 절여진 이야기.


그가 우울하지 않은 까닭은

그를 관찰하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 소설이 지극히 우울하지 않았다고 느꼈는데

우울해할 새 없었던

비참했던 유년을 끌고 가면서

전진한 삶이어서일까.


인텔리와 프롤레타리아의 관계.

어색하고 서먹하고 닿지 않을 것 같은

사람과 사람이라는 문.


오늘 독서 모임에서 깨달은 것들은

사람 관계는 데면데면할수록

깊어질 수 있다는 거다.

그래야 오래 끌고 갈 수 있다는 거다.


"아주 예리한 칼로 사람의 심장을 찌르면,

그 사람은 바로 쓰러지지 않는다."(351쪽)


사랑하기 때문에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인데

사랑하기 때문에 예리한 칼로 죽인다는 말인데

상대는 보답하듯 바로 쓰러지지 않는다는 말인데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을 끝까지 응시한다는 말인데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말인데

존엄은 그래야 한다는 말인데

에메렌츠, 당신은 죽으면서

문을 연다는 말인데

문을 열면 열린다는 말인데

그 문고리는 안에 걸려 있었나.

밖에 걸어 둔 채 놓아둔

간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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