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떠났다

이별에 대한 단상

by 서리

지나가는 마음을 하나 집어 구름 위에 띄웠다.

작고 희미해서 곧 사라질 것 같던 마음은

점차 선명해지고 커지더니

어느덧 구름 위를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너무 기뻐

마음에게 '너'라는 이름을 선물해 주었다.


그렇게 성장한 너는

싱그러운 아침에는 설레임이 되었다가

햇살 좋은 날에는 기쁨도 되고,

노을지는 날에는 아픔이 되기도 하였다.


어느 날 너는

걷잡을 수 없이 크고 무거워진 자신이

너무 힘들다며 그만 놓아 달라고 한다.

나는 떠나보내기 싫었지만

괴로워하는 너의 모습이 안타까워

그만 놓아주기로 결심했다.


지친 어깨에 마지막 입김을 불어넣자

너는 구름에서 내려와 비가 되었고,

세상에 떨어져서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사라질 때 너의 표정이 궁금했지만

나는 애써 외면해 버렸다.


그렇게 사라진 너를

죽을 만큼 그리워 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가끔 비가 오는 날이면

혹시 너인가 싶어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는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가만히 담아보기도 한다.






마음에 크게 자리 잡기 전에

떠나 보냈으면 어땠을까.

아니, 그보다 훨씬 전

그저 지나가는 마음이었던 너를 잡지 말고

그냥 두었으면 어땠을지

나는 가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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